경기일보로고
[100세 시대 효자칼럼] 고혈압 이야기
문화 100세 시대 효자칼럼

[100세 시대 효자칼럼] 고혈압 이야기

수축기 120미만에서 확장기 80미만 정상혈압
진단받은 후 빨리 치료 시작해야 합병증 예방
운동·금연 등 비약물·약물요법 평생 병행해야

▲ 김수방 의료법인 효자병원 진료과장

대통령이 되기 12년 전에 소아미비에 걸려 하반신을 못 쓰는 프랭클린 루즈벨트(1882~1945)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12년 동안 미국대통령으로 재임했습니다. 그가 임기를 시작한 1933년에는 뉴딜정책으로 유명한 미국경제대공황이 있었고, 1939년부터 1945년까지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었습니다.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즐겨했던 시가흡연, 그리고 하반신장애로 인한 운동부족으로 재임 중에 협심증이 생겼으며, 고혈압도 생겨 대통령 직을 시작할 때는 정상이었던 혈압이 1945년 그가 사망하기 직전에는 220/130까지 치솟게 됩니다. 결국 그는 재임 중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고혈압의 한글진단명은 ‘본태성 고혈압’입니다. 본태성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병이나 증세가 어떠한 까닭 없이 본디의 체질적인 영향으로 일어나는 성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영어진단명은 ‘Essential hypertention(필수적 고혈압)‘입니다. 이 의미는 ‘고혈압이긴 하지만 몸에 꼭 필요한 고혈압’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글과 영어진단명의 의미가 이렇게 동떨어진 것에 대해서 필자도 한때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루즈벨트가 사망한 1945년 당시와 그 이전 시대의 미국의사들은 나이가 들면서 올라가는 혈압은 약물로 억지로 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 어딘가가 막혀 있을지도 모르니까 혈압이 높아져야만 그 압력으로 말초혈관까지 혈액이 도달하여 혈액순환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이 생기는 것은 병이 아니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우리 몸의 보상작용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 주치의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고혈압을 관찰만 했지 적극적인 치료는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로부터 링컨대통령 다음으로 존경받던 이 위대한 현직 대통령의 죽음은 고혈압을 ‘질병’으로서 새롭게 이해하는 한편, 적극적 약물치료를 정립하는 계기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나이에 상관없이 수축기혈압이 120미만이면서 확장기혈압이 80미만인 경우를 정상혈압으로 정의합니다. 그이상은 모두 고혈압 전단계이거나 고혈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환자의 95%는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본태성 고혈압인데, 유전적 요인(집안내력)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소금섭취량이 많은 사람, 비만한 사람에서 고혈압이 쉽게 발병하고 흡연과 과음, 스트레스, 계절적 요인등도 혈압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의 5%에서는 신장질환, 갑상선잘환, 부신질환등의 호르몬이상으로 고혈압으로 발생하며, 이런 경우를 이차성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문명발달과 수명연장으로 고혈압발생은 증가하여 성인은 2명중 1명,65세 이상에서는 2명중 1명이 고혈압 환자입니다. 환자 중에는 고혈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매일 약을 평생개념으로 복용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뇌졸중, 심부전증, 신부전증, 동맥경화증. 협심증, 심근경색증, 실명 등과 같은 합병증이 증가하는 이유가 됩니다.

고혈압의 치료는 진단받은 후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구분되는 이 치료는 합병증을 예방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체중조절, 염분섭취제한, 운동, 음주제한. 금연, 스트레스완화 등과 같은 비약물요법은 약물요법과 병행하여 평생 지속해야만 합니다.

고혈압약은 종류가 매우 많고 안경알처럼 약제마다 강압의 강도가 다릅니다. 환자상태도 혈압정도, 동반된 질환여부에 따라 매우 다양하므로 개인에 맞는 약제를 선택하려면 전문의와 꼭 상의하여야 합니다. 시력이 나빠 안경을 쓰는 것이 시력을 원상태로 좋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착용하는 동안만 시력을 교정하는 것인 것처럼, 혈압약도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만 혈압을 약효로 교정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간혹 약물치료로 혈압조절이 잘 된다고 스스로 약물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임의로 중단하면 대부분의 경우 다시 혈압이 올라가므로 위험한 상환에 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김수방 의료법인 효자병원 진료과장·내과 전문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