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10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킨 <기생충>의 누적 관객 수가 9일 기준 651만 명을 돌파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볼지 궁금하다. 올해 제 7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이 작품은 그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비릿한 피 냄새, <괴물>의 하수구 냄새, <옥자>의 단백질 타는 냄새에 이어 역시 냄새가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가까운 사이라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냄새를 통해 인간에 대한 예의와 그 예의가 붕괴되는 순간 벌어지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 그 사람들이 서로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다. 동선이 다르다. 비행기를 타도 클래스가 나뉘고, 일하는 곳과 가는 곳이 다르다.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라는 감독의 설명처럼 냄새는 실제로 우리사회에서 계급을 구분하는 일종의 상징성으로 작용한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알랭 코르뱅은 <악취와 향기>에서 근대 역사를 냄새라는 매우 흥미로운 관점에서 조망했다. 물질이 부패하며 발생한 독기 때문에 질병이 발생한다는 독기론이 의학을 지배했던 18세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후각적 경계심이 높았던 시기로 당대 사람들은 일종의 집단적 신경과민 증상처럼 도시의 역겨운 악취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한다. 사람들의 민감해진 후각은 배설물이나 오물의 악취를 견디지 못하게 되었으며, 악취를 제거하기 위한 새로운 신체위생과 공중위생의 개념들도 이 시기에 생겨났다고 한다. 변화된 후각이 사회적 위계를 세분화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고 보고 있다. 소위 지배계층은 도시와 빈민의 악취로부터 벗어나려고 했고 도시 공간도 그에 따라 새롭게 해석되고 계획됐다. 타인의 체취에 대한 불쾌감이 커지면서 ‘개인’이라는 관념이 강조되고, 독립된 공간과 침대에서 살아가는 개인적 생활양식의 등장은 후각적 관점으로 설명된다. 냄새가 제거된 부르주아와 악취를 풍기는 민중으로 구분되는 냄새의 역사학, 냄새의 사회학이다.
영국의 작가 캐서린 애셴버그는 <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에서 지나치게 청결과 냄새 제거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몸 냄새가 치명적인 무례가 되기 시작한 현대인들. 미국으로 옮겨간 후각의 사회적 민감성은 구취와 체취가 파혼, 해고 등의 이유가 되어 사회생활도 어렵게 만들고 있고, 사람들은 자신의 각종 냄새를 없애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냄새가 계급, 인종, 국적 차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각종 세정액, 방향제, 향수 등의 과도한 사용은 문명병이라 할 수 있는 알러지 질환뿐 아니라 류머티즘성 관절염, 당뇨병, 크론병, 심장병 등 각종 질병을 증가시키는 주범이다.
‘후각의 선택적 피로 현상’은 다행스럽게도 인간이 공생할 근거를 마련한다. 같은 냄새를 맡고 있으면 매초 2.5%씩 민감성이 감퇴해서 1분 이내에 70%가 소멸한다니, 좋은 향기든 아주 고약한 냄새든 간에 짧은 시간 내에 후각은 마비가 된다. 즉,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후각은 이미 충분히 진화되어 있다.
영화 기생충에 관객이 몰리는 이유가 단지 칸느의 후광뿐만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며 냄새로 둔갑한 신계급사회로의 재편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고 불편하게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깨끗해지면서 잃어버리는 것들. 인간에 대한 예의. 가지지 못한 자들의 절망을 넘어서 함께 사는 사람 냄새 나는 사회에 대한 희망.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남는 단어들이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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