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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의 문화들여다보기] 부산 금정문화회관 수요음악회 700회가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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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의 문화들여다보기] 부산 금정문화회관 수요음악회 700회가 주는 의미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고 물이 빠지면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 1990년대부터 전국의 지역 문화예술회관들이 급속도로 건립이 되면서 지역문화의 시대가 성큼 다가올 것 같았다. 설립 당시 표방했던 지역문화발전과 세계적, 최고, 일류 공연장들을 지향하는 희망찬 비전은 건물 하나 지어 놓고 개관공연에만 몇억 들여 잔치 벌이고 나면 그 다음에 변변한 공연 콘텐츠를 올리지 못하는 현실로 바뀌어 버렸다.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구호로만 내건 셈이다.

또한, 새로운 디지털문명, 뉴미디어 시대로 일컬어지는 고도 정보화와 첨단 테크놀로지는 우리의 문화적 삶의 형태를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관객과 적극적 상호작용이라는 장소 중심의 아날로그 방식 예술 창작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문화예술 거점 공간들은 점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공연예술의 기반시설인 공연장의 양적 증가에 따른 수요 공급의 불일치는 지역의 공연장 운영에 치열한 경쟁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기관 운영자의 입장에서 가시적 경영 성과를 단기간에 제시해야 하고, 대 국민 문화예술 향수권의 신장이라는 공공 기능도 동시에 충족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재정적 어려움이 커져 가는 지역의 공연장들은 재정 압박과 자생력 강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공연장 운영에 경영마인드와 예술적 가치 지향의 충돌을 가져오게 하는 이 문제는 지역 공연장 운영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25일 부산 금정문화회관에서 수요음악회 700회 공연은 그 자체로도 역사적 의미가 있지만, 지역의 공연장들이 가야 할 중요한 방향을 발견할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매주 수요일에 개최되는 이 음악회는 2004년 9월 8일 시작한 이래 15년을 이어왔다. 그동안 누적 관객 16만 명에 출연자 수만 3천 여명 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세월 한결같이 상설 프로그램을 운영한 공연장은 전국적으로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기간과 숫자로 표현되는 외적인 성과보다 더욱 관심을 갖고 주목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내년이면 20돌을 맞는 금정문화회관 역사 속에서 그간 거쳐 간 지역의 구청장, 문화회관의 관장과 관계자들이 초심을 바꾸지 않고 한결같이 이 공연을 지켜온 열정과 의지로 지역의 공연장이 지역의 예술진흥을 위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을 이어왔다는 점이다. 사사로운 정치적 활용 수단으로 공연장을 바라보거나 수익 창출에만 급급하는 시대의 관행을 과감하게 떨쳐버린 정신의 집적물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른 것이다. 수요일을 택한 공연장 활용 전략도 의미 있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공연장 이용률이 가장 저조한 수요일을 택하여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음악이 있는 수요일’로 정착시킨 점은 역발상의 성공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공연장의 공공성과 문화적 가치는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운영의 주체는 관료나 극장 직원만이 아니다. 15년간 함께 출연한 예술가들과 공연장을 찾아온 관객들의 애정과 관심으로 가능하다. 부산 금정문화회관의 수요음악회가 기관장이 바뀌면 공연장의 프로그램도 쉽게 사라지거나 변경되는 경우를 너무나 자주 보아온 우리 공연예술계의 조변석개(朝變夕改)식 관행에 큰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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