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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온상’ 경기 사학, 이대로 괜찮은가] ① 교원 위탁채용 기피
사회 ‘비리 온상’ 경기 사학, 이대로 괜찮은가

[‘비리 온상’ 경기 사학, 이대로 괜찮은가] ① 교원 위탁채용 기피

평택 사학법인 태광학원에서 대규모 채용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사립학교의 고질적 병폐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와 교육당국이 사립 중ㆍ고교에 쏟는 지원은 국공립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사학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보는 사학비리 원인과 허술한 현행법 등을 진단하고 근본 대책을 3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경기도내 일부 사학재단이 인사ㆍ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공공성 확보를 위한 ‘사립학교 교원 위탁채용 제도’를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사학은 교육당국을 상대로 소송전(戰)까지 불사하고 있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사립학교 신규교원 위탁채용은 공개전형에 의하도록 돼 있으며, 임용권자는 교육감에게 그 전형을 위탁해 1차 선발과정인 필기시험을 도교육청이 대행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2020학년도)부터 위탁채용을 실시하는 법인에 대해 ▲법인 운영비 500만원 ▲신규교원 채용 2(3)차 전형 비용 500만원 ▲당해 연도 학교기본운영비 3% 범위 내 학교 운영비 추가 예산 등을 지원하며 다양한 당근책을 쓰고 있다.

이 같은 혜택에 2018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간 경기도내 사립학교 위탁채용제도 활용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10곳 중 3곳은 자체채용을 고수하고 있다.

채용비리로 수사를 받고 있는 태광학원의 경우 지난 2월 위탁채용 대신 자체적으로 정교사 12명을 채용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인건비가 나오지 않자 5월에 기간제교사로 임용보고하고 11월까지 총 2억9천여만원의 인건비를 도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았다.

경기도 사립학교 법인연합회 교원위탁채용 반대집회
경기도교육청의 교원 위탁채용과 보조금 삭감 정책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린 지난해 12월12일 오후 도교육청 앞에서 경기도사립학교법인협의회 등 사학 단체 회원 500여명이 가두행진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_윤원규기자

채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학생 수 감소로 인한 교사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취지의 위탁채용은 거부하고, 기간제교사 인건비 지원은 챙기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도교육청은 태광학원처럼 자체채용하는 사학재단에 인건비 등 재정결함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운영 전반에 고삐를 죄고 있다.

2018년 계원학원(계원예술고등학교, 계원예술학교) 등 7개 재단ㆍ8개 학교가, 2019년엔 예닮학원(중앙예닮학교) 등 5개 재단ㆍ6개 학교가 보조금을 못 받았다. 올해는 8개 재단이 각각 운영하는 8개 학교의 보조금이 미지급 결정됐다.

일부 사학재단은 청구 소송을 내며 맞불을 놓고 있다. 진성학원은 2020학년도 신규 교원 2명(영어ㆍ수학)을 자체채용 후 인건비 지원을 못 받자 6월4일 경기도교육감을 상대로 재정결함보조금지급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교육당국과 사학 간 교사채용 위탁 갈등이 깊어지면서 사립학교법 개정과 함께 조례를 통해 위탁채용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박세원 의원(화성4)은 “위탁채용을 하지 않는 학교에 재정결함보조를 못 하도록 하는 부분은 조례로 방법을 찾고자 한다”며 “도교육청 차원에서 지원금만이 아닌 운영적 페널티를 줄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구 갑)은 “사립학교 교원 채용 1차 시험의 교육청 위탁을 의무화하는 등의 관련법 개정과 더불어 사학 스스로 기존의 권한을 내려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월 기준 교육부 ‘사립학교 설립자 및 이사장, 임원과 친인척 관계인 사무직원 재직현황’ 자료를 보면 경기지역 사립학교에서 가족을 직원으로 채용한 곳은 36개교(13.6%)로 나타났다.

은혜학원(평택시 은혜중ㆍ고)이 5명, 진성학원(광명시 진성고)이 4명, 진선학원(안양시 성문중ㆍ고)이 3명 등 전부 45명에 달한다.

경기도 사립학교 법인연합회 교원위탁채용 반대집회
지난해 12월12일 오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경기도교육청의 신규 교원 위탁채용과 보조금 삭감 정책을 비판하는 집회 현장 사진_윤원규기자

강현숙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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