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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푹 자려고 마신 술... ‘수면 장애’ 불러와 각별한 주의 필요
문화 건강 칼럼

[건강칼럼] 푹 자려고 마신 술... ‘수면 장애’ 불러와 각별한 주의 필요

장기간 음주 의존·중독 위험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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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코인 투자로 인해 큰 빚을 지게 된 A씨(39)는 자신도 모르게 매일 잠들기 전 술을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게 됐다. 결국 A씨는 ‘알코올 유도성 수면장애’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불면증으로 진료 받은 사람은 68만9천여명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5.2% 늘었다.

다사랑중앙병원의 입원 환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 입원한 전체 환자 844명 가운데 713명이 ‘입원 전 수면장애로 인해 고통을 겪은 바 있다’고 답변했다.

다사랑중앙병원의 입원 환자는 100% 알코올 중독자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조사에서 알코올 중독자 다수가 치료가 필요한 임상적 우울증과 불안장애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시적인 불면증은 보통 며칠 지나면 호전되지만 1개월 이상 잠들기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기 어려운 불면증이 계속된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매일 잠들기 전 술을 마셔야만 잠을 이룰 수 있다면 한 번쯤 알코올 유도성 수면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알코올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이완시키고 보상과 쾌락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해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든다. 반면 수면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 보통 처음 술을 마신 경우 빨리 잠들긴 하지만 이후 뒤척거리며 깊은 잠에 못 들게 된다. 이는 잠들기 전 마신 술이 뇌를 자극하고 최적의 수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REM수면을 방해해 깊은 잠이 들지 못하고 얕은 잠에 머무르게 하기 때문이다. 즉, 지속적인 음주는 수면 패턴을 무너뜨리며 알코올 의존과 중독의 위험성만 높일 뿐이다. 이와 함께 술은 호흡 중추 기능을 떨어뜨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할 확률을 높인다. 또 술은 진정제나 수면제, 항우울제 등과 함께 투여하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술은 내성이 잘 생기는 물질로 처음에는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잠이 잘 오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한 병을 다 마셔도 쉽게 잠들 수 없게 된다. 평소 자신의 음주 습관을 점검해보고 문제가 있다면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가까운 지역 중독관리지원센터나 알코올 전문병원의 도움을 받기 바란다.

김태영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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