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 익혀 먹고 조리도구 철저히 세척해야
김포에 거주하는 김준현씨(29·가명)는 새해 첫날 아침부터 아픈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변기를 부여잡고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며 올해 액땜을 했다고 한다. 몇 시간의 고생 끝에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원인은 생각지도 못한 이유였다. 지난 연말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길에 즐긴 제철 해산물 '생굴' 때문에 식중독에 걸린 것. 정확히는 바이러스 감염증이 부른 급성 위장관염이었다.
김씨는 "맛있게 먹을 때는 몰랐는데 더운 여름도 아닌 한겨울에 황당하게도 식중독에 걸려 병원까지 가게 될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날것' 피하고 개인위생 철저히 해야
김씨에게 고통을 준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겨울철에 극성을 부린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1월 1~7일)에 발생한 노로바이러스 장관감염증 환자는 217명이다. 지난달 마지막 주(53주·12월 25~31일)의 경우, 223명이었다.
앞선 52주(12월 18~24일)에는 178명이었고 51주(12월 11~27일)와 50주(12월 4~10일)에는 각각 157명, 10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이 최근 5년(2017~2021년)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연평균 53건(998명)의 환자가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감염됐는데, 이 중 40%는 겨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어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염력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씨처럼 해산물을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을 경우,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굴·조개·생선 등을 먹을 경우엔 온도 85℃에서 1분 이상 충분히 익힌 후 먹는 것이 좋다.
해산물뿐만 아니라 과일, 채소, 지하수도 마찬가지다.
과일과 채소류는 염소소독액 등으로 5분 이상 담근 후,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깨끗하게 세척한 뒤 요리하고 칼로 다듬는 작업은 반드시 세척 후에 하는 것이 노로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하수도 끓이지 않고 마시게 되면 노로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쉽다. 조리도구는 열탕 소독하거나 살균소독제로 소독 후 철저히 세척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또 감염자와의 직·간접적 접촉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손이 오염된 조리사가 만든 음식 또는 환자의 구토·침 등 분비물이 묻은 음식을 먹을 경우는 물론 ▲감염 환자가 손을 씻지 않은 채 만진 수도꼭지·문고리 ▲노로바이러스로 설사 증세가 나타나는 아기의 기저귀를 통해서도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감염자가 배변 후 내린 물이 묻게 돼도 감염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입자가 작고 표면 부착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노로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겨울철에 해산물 등 음식물 섭취 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손 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손을 씻을 경우, 세정제를 사용하고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가락, 손등까지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주변 위생도 철저히 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감염자와의 직·간접적 접촉에 의해 옮길 수 있으므로 화장실, 변기, 문손잡이 등은 자주 소독·청소해야 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노로바이러스 감염 식중독은 겨울철 발생 확률이 높다”며 “기본적으로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하고, 음식을 조리할 때는 익혀 먹는 등 올바른 조리를 해야 식중독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한눈에 보는 대처법
노로바이러스 증상은 통상 평균 12~48시간 잠복기를 거친 후 감염 증상이 나타난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증상은 구토, 설사, 발열, 오한, 복통 등이다.
이 같은 증상은 보통 하루에서 이틀 정도 계속되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는 영아·노인 등은 충분한 수분 섭취가 없이 방치하면 탈수증까지 올 수 있다.
또 익히지 않은 어패류 등을 먹고 구토, 설사 등 노로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상이 발생한다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노로바이러스는 2차 감염력이 높은 질병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가족, 지인들의 전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진단받으면 타인과의 접촉을 제한하고, 주변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우선 화장실에서는 용변 후 반드시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야 한다. 구토물이 튀었을 경우 위생용 비닐장갑과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오염물이 튀거나 옷에 묻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옷이나 침구류는 더러운 곳을 닦아 염소 소독액으로 30분 정도 담근 후 세탁하도록 하고 노로바이러스는 젖은 수건을 대고 스팀다리미로 85℃로 1분 이상 가열하는 것이 좋다.
구토물, 접촉 환경, 사용한 물건 등에 대한 소독도 필요하다.
전화기, 문고리, 키보드, 화장실 변기나 세면대, 정수기 꼭지 등 사람의 손이 자주 닿는 곳은 자주 청소와 소독을 해야 한다. 소독할 때는 창문을 연 상태에서 실시하고 소독 후에는 충분하게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면역저하자는 설사 등으로 탈수 증상이 생기기 쉬운데, 이 경우 상태가 악화될 수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이온 음료 섭취, 관련 의료 약제 처방 등 예방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 좋다"며 "노로바이러스는 확산되이 쉬어 감염될 경우 환자가 사용한 물건을 분리·세척할 수 아니라 화장실 사용 후 변기·세면기를 잘 닦고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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