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구소멸 동네, 경기도에도 수두룩/근본 대책 마련하라고는 못하지만

경기도 인구가 1천400만명을 돌파했다. 화성시는 머지 않아 100만명 시대를 맞는다. 이런 화두가 만들어내는 현실 속 왜곡이 있다. 경기도는 모두 잘 산다는 오판, 특히 인구가 넘쳐난다는 오판이다. 심지어 경기도민들조차 그런 착각을 하곤 한다. 여기서 기인하는 심각한 행정적 오류 내지 미스매치가 있다. 정책 우선 순위에서 한참 밀려난 인구 문제 대책이다.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거나 겉으로 보이는 시늉에 그치고 있다. 해당 지역만 혼자 힘들다. 행정안전부가 2022년 10월 인구감소 현황을 발표했다. 가평·연천군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포천·동두천시는 관심지역으로 분류했다. 이 현실이 피부에 와 닿는 분석이 있다. 본보 취재팀이 돌아본 인구 소멸 위기 동네다. 3천명 미만의 주민을 두고 있는 곳을 골라봤다. 경기도에 행정읍·면·동은 모두 570개다. 이 가운데 23개 주민이 3천명 미만이었다. 연천군은 6개다. 연천군 전체 읍·면 10개다. 절반 이상이 인구 소멸 위기 동네인 셈이다. 통상 인구절벽 대비 정책은 두 가지다. 직접 인구 유입 정책이 하나다. 이주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다시 노동자 이주와 다문화 가정 구성이 있다. 노동자 이주는 산업 인프라와 직결된다. 다문화 가정 구성은 사회적 인식 변화에 연계된다. 행정 기관 지원 효과까지 시간이 걸린다. 연천·가평군, 포천·동두천시는 이런 정책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땅찮다. 결국 고려할 수 있는 다른 하나는 재정 등 지원을 통한 인구 증가 유인책이다. 결국 돈 주는 것인데, 한계가 있다. 공교롭게 인구 절벽 위기에 처한 시군 재정 상태는 안 좋다. 2022년 경기도 재정자립도 순위를 보면 모두 최하위다. 동두천시 13.1%(31위), 연천군 14.5%(30위), 가평군 16.8%(28위), 포천시 22.6%(25위)다. 이 상황에도 이미 많은 예산을 쏟아 넣고 있다. 출산 장려금의 규모가 대표적이다. 가평군은 넷째·다섯째 아이를 낳으면 각각 2천만원을 준다. 연천, 포천, 동두천도 비슷하다. 없는 재정에 이것도 힘들다. 그렇다고 정부에 기대 볼 여건도 아니다. 전체적인 인구 소멸이 지방에서 더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인구 소멸 지역의 분포도 지방이 많다. 경기도 인구 소멸에 특별한 관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남는 것은 경기도다. 경기도의 정책적 지원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인구 감소 지역 지원 조례가 마련됐다. 조사, 사업 등에 들어가는 예산 일부를 경기도가 분담하게 된다. 30~50% 전후가 예상된다. 내용이나 규모에서 해당 시군에 도움은 어렵다. ‘근본 대책 내놓으라’고 결론짓지 않겠다. 그게 얼마나 생각 없는 주장인지 알고 있다. 다만, 정책적 비중을 높이라는 권고는 해둘까 한다. 가평·연천, 포천·동두천은 경기도라서 고통 받는 곳이다. 안 그랬으면 진즉 낙후 지역 지원 받았을 것이다.

[사설] 양주 섬유기업 위기, 결국은 재정 지원/市, 예산·형평 어렵지만 그래도 해주자

양주 검준산단의 섬유기업들이 휘청인다. 섬유산업은 양주의 주력 경제다. 2003년에 문을 열었다. 산단 조성 비용만 581억원이 들었다. 14만5천여㎡ 크기에 섬유기업 전용이다. 날염 17곳, 염색 34곳, 도금 12곳, 기타 4곳 등 67곳이 입주해 있다. 지금까지 한국을 대표해온 섬유 산단이다. 이곳이 지금 위험하다. 5월 현재 16곳이 폐업 또는 휴업했다. 코로나19 위기에 이어 우크라이나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직격탄이다.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나는 상태다. 경기일보 기자가 현장 소리를 들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얘기됐다. 역시 핵심은 경제적인 고통이다. 원가 부담이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보자. 하나는 공업용수 공급 가격이다. ‘너무 비싸다’는 얘기를 한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다. 검준산단에 공급되는 공업용수 가격은 ℓ당 1천27원이다. 인근 포천과 연천의 400~500원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 섬유기업은 특성상 공정에서 공업용수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두 번째는 폐수처리장 비용이다. 이 역시 섬유 관련 공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산단에 대형 폐수처리장이 가동되고 있다. 처리 용량은 하루 2만3천500㎥다. 그런데 실제 처리되는 폐수는 6천259㎥다. 과한 가동으로 인한 기본운영비 부담이 크다. 세 번째는 근본적인 문제다. 산단의 성격상 진입하는 기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부분은 폐업을 전제로 할 때 고민이다. 떠나려고 해도 들어오는 섬유기업이 없어 매각 임대 등을 할 수 없다는 고민이다. 공단 유치 업종 변경을 언급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양주시의 대표 산업 자체에 대한 토론도 필요하다. 또 산단 업종 변경은 시가 아니라 도에서 처리할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공업용수 가격 인하와 폐수처리장 운영비 지원 문제만 우선 살피려 한다. 시의 어려운 입장은 있다. 공업용수가 비싼 것은 수년간 현실화해 왔기 때문이다. 정상적이고 건전한 행정이다. 뭐라 할 수 없다. 운영비 지원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예산 투입과 산출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경우 흔히 쓰는 표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 방안을 검토해 주면 좋겠다. 모두가 아니면 일부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다. 양주시가 섬유산업 특성화의 목표를 버린 것은 아니잖나.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전쟁 후유증이 해결 안 될 항구적 조건은 아니잖은가. 현재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소망스러울 것 같다. 통상의 행정 기준에 안 맞을 수 있다. 정책적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그래서 강수현 양주시장의 결단을 기다려 본다.

[사설] 경기도 한의약 전담부서 설치, 타당성 충분하다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가 설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를 설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경기도민청원이 1만명 동의를 넘겼다. 지난 12일 올라온 청원은 8일 만인 20일 청원 성립 기준인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제 김동연 도지사가 여기에 답할 차례다. ‘경기도민청원’은 경기도가 주요 현안 또는 정책 등에 대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의견수렴 기간 30일 동안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정책 반영 등을 적극 검토한 후 도지사가 직접 답변을 하게 된다.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를 설치해 달라는 청원은 경기도한의사회가 주도했다. 해당 청원은 (서)양의학 중심의 보건의료행정으로 한의약이 건강보험 적용 범위, 국가 의료지원 사업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경기도 한의약 육성계획을 수립해 달라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 2003년 ‘한의약육성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근거해 5년마다 ‘한의약육성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초로 매년 세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는 한의약 관련 정책을 전담해 추진하는 한의약정책관실이 있고, 그 아래 한의약정책과와 한의약산업과를 두고 있다. 중앙정부에는 한의약 전담부서가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에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도 전담부서가 있어야 정책과 사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에선 2019년 5월에 ‘경기도 한의약 육성을 위한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에는 한의약 육성계획 수립·시행을 위해 보건건강국 소속으로 한의약정책 전담부서를 두며 그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도지사가 따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조례 제정 4년이 지났는데도 한의약정책 전담부서가 설치되지 않았다. 경기도 한의약계에선 공공보건의료 정책의 균등한 발전을 위해 한의약 전담부서 설치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보건건강국에 한의약정책과를 만들고 산하에 한의약정책팀, 한의약건강증진팀, 한의약산업팀 등 3개 팀을 신설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타당성이 충분하다. 한의약육성법이 이미 제정됐고, 경기도에 관련 조례도 있다. 중앙정부에 전담부서가 있으니 그에 따라 경기도에도 전담부서가 있어야 제대로 된 한의약 정책 및 의료사업을 펼치고 한의약 육성계획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지사는 이런 내용을 인지하고, 한의약 전담부서 설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사설] 지자체 재정위기, 예산 구조조정 등 대응전략 마련해야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23일 지역 국회의원 4명과 만났다. 이 시장은 “재정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수원시와 관련된 국비 확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시장은 재정 위기 이유로 반도체 경기 악화를 꼽았다. 수원시의 법인 지방소득세 중 삼성전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95% 줄면서 내년도 법인 지방소득세가 큰 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위기는 수원시뿐만이 아니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국세·지방세 모두 크게 감소하면서 경기도와 시·군의 재정도 위기에 처하게 됐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각종 사업이 차질을 빚게 생겼다. 올해 국가 세입과 경기도 세입 모두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은 87조1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같은 기간(111조1천억원) 대비 24조원 줄었다. 전문가들은 올 한 해 세수 부족분이 30조원에서 최대 50조원 정도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도의 1분기 세수도 줄었다. 전년 대비 8.6%(3천405억원) 감소한 3조6천287억원 규모다. 여기에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개월 만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낮췄다. 한국은행도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기존의 1.6%에서 1.5% 이하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 회복 전망이 어두운 데다 경기를 살릴 세수도 부진해 정부나 지자체 모두 걱정이 많다. 국가 세입과 경기도 세입이 줄면, 시·군이 받는 국고보조금, 지방교부세, 광역단체 특별교부금도 줄게 된다. 지방 세입에서 정부 재원은 국고보조금 31.1%, 지방교부세 12.7% 등 비중이 높다. 국세가 감소하면서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교부단체로 분류된 도내 29개 시·군의 교부금도 줄어들게 됐다. 전국적으로 올해 지방교부세는 4조3천억~4조6천억원 정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세수 감소 충격은 정부보다는 지자체, 그중에서도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다. 경기도도 당장 SOC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경기지역 SOC 국비 확보액은 3조8천93억원으로 지난해 4조4천73억원 대비 6천억여원 감소했다. 여기에 경기도의 자체 재원도 한계에 달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도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취득세가 크게 줄어든 것이 주된 이유다. 쪼그라든 재정 상황을 극복하려면, 세입 결손을 반영한 선제적 재정 전략과 세입·세출 예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사업별 시급성을 판단, 구체적인 자원 조달 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예산 집행에서 최대한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 정부와 국회, 경제계 등은 머리를 맞대고 경기 회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세수도 늘어난다.

[사설] ‘일 안 하면 돈 안 받는다’ 군포시의회/눈 딱 감고 버티는 나머지 도·시의회

군포시의회가 출석 정지 의원에게 의정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조례를 개정한다. 군포시의회 의원 의정활동비·월정수당 및 여비 지급에 관한 조례 개정이다. 안에 따르면 질서 유지 의무를 위반해 출석 정지 징계를 받은 의원은 의결이 이뤄진 달을 포함해 3개월간 의정비를 지급받지 못한다. 그 외 사유로 출석 정지가 의결되면 징계 기간의 의정비가 50% 감액된다. 경고 또는 사과의 징계를 받은 의원도 해당 달과 다음 달 의정비가 50% 감액된다. 해당 개정안은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정례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포시의회 의원 전원이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해진다. 개정안의 기본 방향은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의회에 보낸 권고다. 출석 정지의 대상을 구금 등에서 징계나 사과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했다. 한마디로 일하지 않은 의원에게는 의정비 주면 안 된다는 취지다. 군포시의회는 2021년 비슷한 내용의 개선안을 국회 행안위에 스스로 건의한 적도 있다. 이쯤에서 제기되는 궁금증이 있다. 권익위 권고는 분명히 구속력 있는 행위다. 권고 내용을 따르는 기관의 시행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왜 군포시의회의 결행이 주목받는 것일까. 간단하다. 나머지 의회가 안 하기 때문이다. 권고안대로 바꾸는 곳이 전국에서 열대여섯 곳이다. 군포시의회 이외에 전주시의회, 함안군의회, 청주시의회, 제천시의회, 그리고 전북도의회 등이다. 나머지 220여개 의회가 뭉개고 있다. 경기도내 사정도 같다. 종래 의정비 지급 제한 조례가 있기는 하다. 그 내용이 권익위 권고와 전혀 다르다. ‘구속·구금 상태’일 때로 한정하고 있다. 권고 사항은 ‘비위로 징계를 받아 의정 활동을 제한 받은 모든 경우’를 포함했다. 다 주지 말라는 것이다. 제한되는 의정비의 종류도 다르다. 대부분 의정활동비, 월정수당, 여비 가운데 일부만 지급하지 않는 조례를 가지고 있다. 권익위 권고는 세 가지 돈을 모두 제한하라는 것이다. 권고와 전혀 다른 조례를 붙들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의정비 인상 폭주’가 생생하다. 그해 10월 행정안전부가 월정 수당 상한 제한 규정을 풀었다. 지방의회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자 경기도내 시·군의회가 일제히 의정비를 인상했다. 짠 듯이 ‘전년도 지방공무원보수 인상률(2.6%)’에 맞춰 올렸다. 행안부 발표 불과 두 달여 만이었다. 그랬던 지방의회가 ‘일 안한 의원에게 의정비 주지 마라’는 권고에는 다섯 달째 버티고 있다. 모두 군포시의회에 가서 배워라.

[사설] 정당 현수막 여전히 너저분, 여야 개선 약속 왜 안 지키나

전국의 거리 곳곳에 정당 현수막이 너저분하게 내걸려 있다. 신호등을 가려 운전자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많다. 게시가 금지된 어린이보호구역까지도 점령했다. 인천에선 전동 킥보드를 타던 대학생이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무분별하게 내걸린 현수막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지자체 허가나 신고 없이 정당 명의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게 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원래 정당 현수막은 지자체 허가를 거쳐 지정된 곳에만 걸 수 있었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허가나 신고 없이, 또 장소 제한 없이 15일 동안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정책 홍보 등 통상적인 정당 활동을 보장한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상대 정당 비방이나 지역 국회의원의 치적 홍보가 대부분이다. 정당들의 비방전 내용은 짜증스럽다. ‘거짓선동’, ‘독도괴담’, ‘굴욕외교’ 등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문구들이 피로감을 넘어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현수막 비용도 국민이 낸 정치후원금이나 세금인 국고보조금이다. 국민 원성에 여야가 정당 현수막 관리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개선을 약속했다. 당 대표들도 “국민의 눈을 어지럽히고 안전까지 위협하는 현수막 설치는 지양돼야 한다”(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며 국민 불편을 지적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8일 ‘정당 현수막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어린이·노인·장애인보호구역에는 정당 현수막 설치가 금지되며, 보행자 통행과 운전자 시야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곳에는 현수막 끈의 가장 낮은 부분이 2m 이상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 또 현수막이 교통 신호등이나 안전표지를 가리면 안 되며 가로등에 2개를 초과해 설치할 수 없다. 새 가이드라인 시행 보름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규정을 무시한 채 버젓이 설치하고 있다. 소상공인·각종 단체·일반인의 현수막은 자치단체에서 마련한 지정게시대에 설치토록 하고 있다. 왜 정치인과 정당의 현수막은 길거리 아무 곳에나 설치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만의 ‘특권 현수막’을 내려야 한다. 아니면 정당과 정치인도 지정게시대를 만들어 걸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제 기준과 관련,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6건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국민을 위한 정치 운운하며 떠들지 말고, 혐오를 부추기는 정당 현수막 관련 법안부터 처리하길 바란다.

[사설] 행시 사무관 대낮 초등 4명 성추행/임용에 문제없나, 인사에 문제없나

지난주, 도민을 어이없게 한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초등학교 등교 시간인 오전 8시45분에 발생했다. 장소는 화성의 한 아파트 인근 노상이다. 30대 남자가 초등학교 여학생 4명의 신체를 만지고 달아났다. 한꺼번에 발생한 것이 아니고 연달아 벌어졌다. 피해자는 대개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들이다. 가해자는 인근 아파트에 사는 경기도청 공무원(사무관·5급)이었다.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출동한 경찰이 집에서 붙잡았다. 경찰이 범행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 추행) 혐의다.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수원지법 김은구 영장전담부장판사의 기각 사유는 극히 일반적이다.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다. 경찰은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경기도청이 당사자에 대한 직위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해진다. 참 어이없는 사건이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김동연 지사를 공격했다. 초등생에 대한 범죄임을 강조하며 “인면수심의 추악한 범죄행위다...전례 없는 범죄행위가 김동연 지사 체제에서 발생한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지난해부터 있었던 경기도청 내 성추행 사건들도 다시 조명했다. 비서실 별정직 공무원의 동료 직원 ‘몰카 사건’ 이후 지난달 9급 공무원의 스토킹 사건 등이다. ‘지사는 도정 아닌 국정에 관여하기 전에 도청 내부 단속부터 하라’며 김 지사 처신까지 힐난했다. 도지사 다그친다고 해결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김 지사 취임 후 여러 건의 직장 내 성추행 예방 대책이 시행 중이다. 관용 없는 엄중 징계, 기관별 감찰 책임 전담제, 청렴 교육 확대, 입직자 초심청심 교육 등이다. 황당한 성추행 사건에 소속 기관장이 가져야 할 책임은 분명하다. 피해 학생·학부모에 대한 사과도 필요하다. 다만, 이 영역 밖에서 비롯된 사건은 아닌지도 짚을 필요가 있다.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뾰족한 대책이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근무 중인 팀장급 행정 사무관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배치된 지 얼마 안 되는 신참이다. 보직을 받지 못한 ‘직위 없는 팀장급’이다. 행시 출신의 일시적 미보직 상태는 있다. 하지만 장기간 ‘보직 없는 사무관’ 상태는 흔치 않다. 공개되지 않은 이유라도 있는 건지 궁금하다. 혹시 보직을 담임 못 할 결격 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 결격 사유가 이번 사건과 연계되는 것인가. 아니면 보직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은 측면은 없었나. 다들 전례 없이 황당한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에 당사자의 출신·근무 상태도 특이하다. 이런저런 수군거림이 그래서 더 나온다.

[사설] ‘부패한 민주당’ 對 ‘무능한 尹정부’/미리 보는 구호, 또 지역 실종되나

국민의힘은 경기도에서 계속 졌다. 현 정부의 시작은 지난 대선이다. 그때도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도에서 패배했다. 그 차이가 5.3%포인트 이상이었다. 전체 득표율 차이가 0.73%포인트였다. ‘경기도 차이’의 의미가 커 보인다. 갑작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3년 전 총선 때 완전히 기울었다. 현재 국회의원 분포는 국민의힘 7명, 더불어민주당 48명이다. 대선 이후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졌다. 변했다는 징후는 없다. 한국갤럽 여론조사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7%였다. 일주일 전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경기·인천이 다르다. 1주 전보다 되레 2%포인트 떨어졌다. 정당 지지율 상황도 비슷하다. 전국 수치 국민의힘 32%, 민주당 33%로 박빙이다. 경기·인천은 31%와 36%다. 국민의힘이 5%포인트 낮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있다). 국민의힘 고민은 관성화된 패배주의다. 민주당도 걱정이 크다. 사법 리스크다. 진원지가 대개 경기·인천이다. 돈봉투 사건은 검찰 수사 중이다. 총선까지 수사 또는 기소로 이어진다. 중심에 송영길 전 대표가 있다. 인천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연루됐다. 인천지역(남동을·부평갑) 출신들이다. 인천시민에게는 ‘민주당 돈 봉투 사건’이 ‘인천 돈 봉투 사건’으로 불릴 정도다. 이재명 대표 리스크도 지역적으로는 경기(성남) 또는 인천(계양을)이다. 김남국 의원(안산 단원을) 사태까지 터졌다. 수십억원대 코인 보유, 상임위 중 거래 비판, 차명 보유 의혹, 자금 세탁 의심 등으로 계속 확대 중이다. 지난주 말부터는 검찰의 강제 수사도 시작됐다. 김 의원은 현재 잠행 상태다. 탈당은 했다지만 워낙 민주당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컸다. 여기에 잡음 소재가 코인이다. 2030세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기도 젊은 표심’의 향배를 주시한다. 민주당에는 지지의 근간이다. 본보 기자가 두 정당 관계자의 총선 의견을 들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변인이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들 눈 속이는 단계를 지날 만큼 가득 썩었다.” 민주당 서용주 상근부대변인이 말했다. “중국과 (외교) 대척점을 세우면서 기업들이 나자빠지고 있다.” 짐작하건대 총선은 그렇게 갈 것 같다. 국민의힘의 ‘부패한 민주당 공략’, 민주당의 ‘무능한 정부 공략’이다. 작금의 총선처럼 또 한번 정치 화두가 지역을 덮고 갈 것으로 보인다. 걱정이다. 그래도 될까. 지역 경시하는 국회의원이 많다. 지역민 외면하는 국회의원도 많다. 지역·인물을 안 따지고 찍으니 이렇게 된 것이다. 정치 구호만 듣고 뽑아주니 이렇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만신창이가 된 절체절명의 지역이다. 이를 다룰 22대 국회의원이다. 과거 선택과는 달라야 한다. 중앙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 지역 살릴 능력을 찾아야 한다. 남은 열 달, 우리가 계속 강조해 가야 할 총선 캠페인이다.

[사설] 초저출산 해결 없이 국가발전 미래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저출산 국가가 아니라 ‘초저출산’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는 지구촌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다. 2022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현재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의 출산율은 1.34명이고, 저출산·고령화가 심한 선진국들은 1.3~1.8명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출산율은 1.6명으로 우리나라의 2배를 웃돌고 있는데, 출산율이 1명 이하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초저출산으로 인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까지 한국의 국가 존립 자체를 염려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인구학 분야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지난 17일 서울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초저출산에 대한 경고를 했다. 즉, 콜먼 교수는 “이대로면 2750년엔 한국이 소멸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콜먼 교수는 이미 17년 전인 2006년 유엔에서 열린 인구포럼에서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 한국은 지구상에서 인구소멸로 사라지는 국가 1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 당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13명이었는데, 매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콜먼 교수는 초저출산의 주된 원인을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높아 발생한 출산 기피 풍조라고 지적하면서 높은 자녀 교육열, 업무 강도, 결혼중심 가족제도 등 ‘한국적인 것’과의 과감한 이별을 초저출산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도 초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나름대로 관련 대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으며 이에 대한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6년간 무려 280조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백약이 무효인 지경에 이르고 있다.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며, 윤석열 대통령도 심각성을 인식, 직접 이 문제를 챙기겠다고 했다. 초저출산 해결책은 단기간 효과를 보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와 사회가 공동으로 합심,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는 가칭 ‘인구청’과 같은 별도 부처라도 설치해 출산 가정과 자녀에 대한 지원 정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초저출산 직접 지원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5% 정도로 프랑스 등 외국의 절반도 되지 않으므로 이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콜먼 교수의 지적과 같이 경제 지원 위주의 초저출산 정책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의식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회적·문화적 접근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국회, 정당, 행정부 등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겨냥, 소모적인 정쟁만 하지 말고 한국의 국가존망이 걸린 초저출산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사설] 경기·강원 민간인 고엽제 피해, 실태조사·지원 이뤄져야

비무장지대(DMZ)에 대량 살포된 고엽제로 인해 수십년간 고통받고 있는 경기·강원 접경지역 주민들이 만났다. 17일 강원 철원군 생창리에서 이곳 주민 2명과 파주 대성동 마을 피해 주민 2명이 고엽제 살포와 후유증 등에 대해 털어놨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서부전선과 동부전선 고엽제 피해자들의 이번 만남은 경기일보와 강원도민일보가 주선했다. 강원도민일보에 따르면 철원군 생창리 마을을 포함한 동부전선 일대에 1968년 4월15~28일 7천800드럼, 같은 해 5월15일~7월15일 1천5드럼의 고엽제가 살포됐다. 살포된 면적만 약 8천만㎡에 달한다. 철원지역 고엽제 피해자들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민간인이었지만 군부대에 동원돼 살포를 지원했다. 김영기씨(89)는 1960년대 말 민간인 신분으로 동부전선 일대에 고엽제를 살포했다. 권종인씨(86)는 3사단 백골부대에 동원돼 1971년 살수차로 고엽제를 살포했다. 보호장비 없이 맨손으로 희석과 살포 작업을 한 탓에 수십년째 피부병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에선 고엽제 후유증이 의심된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으나, 국방부에선 인정하지 않았다. 미2사단에 근무했던 파주 대성동 마을 출신 김상래씨(77)와 박기수씨(79)는 군에 있을 당시 고엽제를 살포했다. 이들은 군 근무 때 고엽제 살포에 동원돼 뒤늦게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현행법상 고엽제 피해 지원은 고엽제 살포 당시 군인과 군무원에 한정돼 있다. 때문에 파주의 두 사람은 가까스로 지원을 받고, 철원의 두 사람은 민간인 신분이어서 보상을 못 받는 상황이다. 고엽제가 군인, 군무원, 민간인을 구분해 피해를 주는 게 아닌데도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당시 대성동 마을을 포함해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에 고엽제를 살포했던 이들은 피부병과 결핵, 천식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고, 남아있는 이들도 나이가 많아 살 날이 길지 않아 보인다. 이들은 정부가 고엽제 피해자임을 인정하고, 합당한 보상과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군인과 군무원만 피해보상을 하고, 민간인은 제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역 군부대 요청으로 수시로 고엽제 살포에 동원됐던 주민들이다. 정부가 벌써 전수조사를 하고, 민간인 피해보상에 나섰어야 하는데 안일하고 무책임했다. 늦었지만 파주시가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고엽제 피해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피해 지원 조례도 제정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이다. 경기일보 보도 이후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파주시을)이 고엽제 피해를 입은 민간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반드시 법안이 통과돼 피해자들의 수십년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주민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적절한 보상과 지원을 하는 게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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