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게 아니라 다를 뿐인데… 왕따” 다문화 아이들에겐 ‘잔혹한 학교’
“틀린게 아니라 다를 뿐인데… 왕따” 다문화 아이들에겐 ‘잔혹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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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다문화가정 학생 6천72명… 해마다 증가세
34.6% “괴롭힘 당했다”… 전문가 “교육적 개입 필요”

# 사례1.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8)은 지난여름 같은 반 학우들로부터 ‘교무실에서 지우개를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한국인 아버지와 파키스탄 어머니를 둔 혼혈아동 A군은 평소 학우들로부터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등 괴롭힘을 당해 이 부탁을 들어주면 ‘친구’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A군이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학우들은 그 모습을 촬영해 “지금 시험기간인 것 몰랐느냐. 시험기간에는 교무실에 들어가면 안 되는데 들어가면 어떡하느냐”며 “(점수를) 0점 처리해야 한다”고 조롱 섞인 화를 냈다. A군은 교사에게 “저도 한국인인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꾸 놀려 너무 힘들다”고 눈물로 하소연했다.

# 사례2. 필리핀 출신 다문화가정 아들 B군(11)은 경기도에 정착한 지 5년이 넘었지만 ‘한국인’과 피부색이 다르고, 말투가 어눌하다는 이유로 교내 따돌림을 당했다. 그러던 중 체육 활동 시간, 달리기 시합을 하다 1등을 하자 괴롭힘이 더 심해졌다. 함께 시합에 나섰던 다른 학생들은 하교 시간 B군을 따로 불러 “왜 나를 제치고 갔느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욕설을 내뱉고 B군의 등과 배를 구타했다. 이에 B군은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단지 한국에 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맞다니 하루하루 슬프고 괴롭다”고 토로했다.

최근 인천의 한 다문화가정 중학생이 또래 4명에게 폭행당해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사한 가운데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한 학교폭력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20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약 3년간 도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4천677명→4천743명→6천72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 현장에선 피부색, 언어, 생활문화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 학생을 배척하는 일이 사그라지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2014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된 한 설문조사(초등학교 4~6년생 1천51명 대상ㆍ다문화가정 학생 760명 포함)에서 다문화가정 학생 34.6%가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간접적 괴롭힘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매년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학업 및 행동에서 다양한 형태의 부적응을 보이고 소외당한다며 교육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다문화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다문화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추진하기로 한 상황”이라며 “학교폭력 실태조사에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등 외국어 문항을 제공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휘모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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