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의원 ‘자격 없다’고 보좌인력 안 주면 / 국회의원은 ‘자격이 흘러넘쳐’ 9명씩 주나
[사설] 지방의원 ‘자격 없다’고 보좌인력 안 주면 / 국회의원은 ‘자격이 흘러넘쳐’ 9명씩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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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시도 조례를 만들고 바꾼다. 시도민의 생활을 직접 규율하는 규범이다. 시도의 모든 행정을 감독한다. 시도민의 유무형의 이익과 직결된 각종 업무다. 시도가 세운 예산을 분석한다. 시도민이 낸 세금을 허투루 못 쓰게 한다. 지역구민의 민원을 해결한다. 행정을 벗어난 실생활 전반에 대한 해결사다. 실생활과 밀접하다 보니 지역민의 평가도 즉각적이다. 어느 것 하나만 소홀해도 호된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법으로 정해진 업무 자체도 급증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이런 자료를 냈다. 지방의원이 담당해야 할 지방사무의 증가다. 2002년 1만1천여건에서 2013년 1만4천여건으로 늘었다. 다뤄야 할 자치법규 변화도 집계했다. 1994년 5만여건에서 2016년 9만5천여건까지 늘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하나 있다. 이 모든 일을 시도의원 혼자서 해야 한다는 현실이다. 보좌관은 법으로 인정되지 않았고, 전문위원은 부족해서 못 쓴다.
국회의원 1명에는 9명의 보좌인력이 배정된다. 입법 보좌관부터 운전기사까지 분대(分隊) 병력이 주어진다. 지방의원에는 단 한 명의 보좌관도 주어지지 않는다. 지방의원 역할이 국회의원 역할에 9분의 1도 안 되는 것일까. 국회의원과 같은 수준의 지원을 기대할 순 없다. 하지만 ‘보좌관 0명’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전문위원이 있다고 하나 의원 1인당 0.27명이다. 의회에 배치된 전문위원들을 의원들이 ‘나눠 쓰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나오는 말이 있다. ‘수준 떨어지는 지방의원’이란 지적이다. 연상되는 장면도 있다. ‘술 취해 주먹 휘두르는’ 예천군 의원 영상이다. 20년 넘게 이어지는 반복이다. 언제나 질 떨어지는 지방의원은 있었다. 언제나 추태 부리는 지방의원도 있었다. 그래서 보좌관을 줘선 안 된다고 치자. 그러면 국회의원은 왜 9명의 보좌진을 주나. 수억원씩 받아먹고 징역 간 국회의원 수두룩하고, 엉뚱한 추태로 나라 망신시킨 국회의원 수두룩한데.
대만 타이베이 직할시의회 의원이 63명이다. 의원 1인당 6~8명의 보좌진을 두고 있다. 경기도의원ㆍ수원시의원들이 타이베이 시의원보다 그렇게 수준이 떨어지나.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에도 지방의원 보좌관제는 필요하다. 예산 부담의 현실적 문제가 있다면 과도기적 장치라도 강화해야 한다. 현행 전문위원제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방 의원 1명당 0.27명 수준인 지금의 인력으로는 일할 수 없다. 최소한 ‘1 대 1’까지는 늘려야 한다.
민원 현장을 뛰는 의원, 삭발 투쟁하며 싸우는 의원, 중앙 부처와 맞서는 의원….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하는 지방의원 모습이다. 제도 개선의 기준점은 이런 정상적인 모습이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이 개혁되고 미래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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