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 시간 만에 무너진 북·미 비핵화의 꿈 / 우리도 냉정해져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사설] 두 시간 만에 무너진 북·미 비핵화의 꿈 / 우리도 냉정해져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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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회담이 결렬됐다. 불과 한 시간여만이다. 27일 저녁 만찬은 더 없이 우호적이었다. 28일 단독 회담에 들어가면서도 화기애애했다. 회담이 끝난 산책에서도 그랬다. 김정은 위원장은 “내 직감으로는 좋은 성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무한한 잠재력을 추켜 세우며 ‘좋은 결론’을 얘기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두 시간여만에 돌변했다. 오찬이 취소됐고, 협약 서명이 취소됐다. 두 정상은 서둘러 떠났다.
싱가포르 회담을 기점으로 하면 8개월 만의 만남이다. 양국 협상단이 수개월간 토론을 진행해왔다. 하루 전 도착해 만찬까지 함께 했던 두 정상이다. 그런 양국의 회담이 순식간에 파국을 맞았다. 희망에서 절망으로 떨어지는데 정확히 두 시간 걸렸다. 일찍이 외교사에 이런 비극적 반전은 없었다. 무엇보다 지켜보던 우리 국민이 놀랐다. 결렬의 내용 때문이 아니다. 살얼음판 같은 한반도 비핵화의 모골송연한 현실에 몸서리를 쳤다.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요인은 제제 완화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제재완화를 원했지만, 우리가 원했던 것을 주지 못했다”고 했다. 북한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비핵화 의지가 있었지만 완전하게 제재를 완화할 준비는 안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합의문에 서명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다.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조치가 성에 차지 않았다는 얘기다. 상호주의에 입각한 계산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가 한 말에서 또 주목할 부분이 있다. “우리는 북한의 방방곡곡을 알고 있다”며 “그런 사실에 북한도 놀랐다”고 했다. 영변 핵시설 파기를 둘러싼 설명 중에 나온 말이다. ‘알고 있다’는 말은 ‘제3의 핵시설’을 말하는 듯하다. 북한이 내놓은 핵 폐기 명단에 미국이 알고 있는 정보를 꺼냈다는 뜻이다. 영변, 동창리로 알려진 핵 시설이 또 있다는 얘기다. 협상에 앞서 상대방에 대해 철저하게 파악했음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북한 역시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주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모든 제재를 풀기 원했다’거나 ‘비핵화 의지가 부족해 보였다’는 트럼프의 언급으로 추론될 수 있다. 이번 협상에 앞서 우리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을 단계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실제 의제에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요구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공식 입장이 없어 확언할 수는 없지만, 그들 역시 단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이 ‘우리 정부는?’이라는 불안감을 느낀 하루였다. 우리는 악수 한 번에 군사 긴장 완화 조치를 끝냈다. 철도에서 관광에 이르는 경협 로드맵도 북한에 넘겨준 지 오래다. 뭐 하나 거침이 없다. 과연 이게 옳은 것인가. 불과 2시간 만에 돌변하는 비핵화 회담과 비교해 너무 안이하게 가고 있는 것 아닌가. 남북관계라고 해서 두 시간 만에 돌변하지 말라는 보장이 있나. 냉정해져야 한다. 북미 회담결렬로 불안해진 건 우리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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