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라디오 스타’ vs ‘잘 살아보세’
새영화 ‘라디오 스타’ vs ‘잘 살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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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가 디지털을 밀어낼지도 모른다. 감성의 깊이 때문이다. 거국적 가족계획 프로젝트 이면에 비춰지는 행복은 무슨 색깔일까.

△라디오 스타

첨단 디지털 시대를 살고, 초특급 슈퍼 신세대와, 스피드·적자생존 정글법칙에서 삭막하게 살아가고 있는 요즘 사람들이 때론 목말라 하는 점이 바로 아날로그 감성이 아닐까. 아날로그는 그만큼 많은 추억과 향수, 풋풋한 정감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연기 인생 50년과 20년을 맞은 두 배우가 있다. 이 두사람이 7년 만에 만나 20년지기 가수와 매니저 역할로 콤비플레이를 펼쳤다.

국민배우 안성기와 박중훈. 이 영화는 걸쭉한 이 남자배우들의 이력과 내공, 그리고 둘이 만나 하나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입소문을 탈 법하다. 더구나 두 배우 모두 빠지지 않을 만큼의 세월 내공(?)을 쌓았으니 어쩌면 아날로그에 젖어들기 충분하다.

영화는 이렇게 두 사람을 중심으로 순간순간 감동과 여운을 만들어낸다. 우리네 일상이 그대로 살아있고 감정연기도 흡족하다.

한 때 잘 나가던 록 가수 최곤(박중훈 분)과 그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분). 최곤은 88년도 가수왕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였던 인물. 박민수 역시 범상치 않은 사람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밴드생활을 하고 있는 최곤을 한 눈에 알아보고 그를 가수왕에까지 끌어올린 능력있는 매니저다. 그러나 이젠‘88년도 가수왕’은 부질없는 과거사일 뿐이다. 지금의 현주소는 주로 불륜커플들이 드나드는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퇴물가수이기 때문이다. 최곤은 성질머리도 고약해 툭하면 폭행사건으로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그것도 모자라 마약복용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전과까지 있다. 박민수 역시 이젠 의욕과 감각을 잃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둘은 함께다. 이런 세월이 20년이다. 그러던 중 또다른 사건에 휘말려 강원도 영월 방송국 라디오 DJ로 내쫓기다시피 내려온 이 두사람. 문 닫기 직전 방송국에서 만나 티격태격하던 이들은 차츰 최고의 팀웍을 이뤄가고, 최곤을 알아주는 음악밴드와 어쩌다 영월 주민들에게 어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순박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방송 참여로 새로운 인생 전기를 맞는다.

두 주연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이 누구랄 것도 없이 부자연스럽고 쓸데없는 힘을 완전히 빼고 그 자리에 담백한 감정과 오랜 연륜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내면 연기를 불어넣어 스크린을 채운다. 여기에 더없이 훌륭한 조연급 연기자들이 또 한몫을 한다.

최정윤(강피디), 정규수(지국장), 정석용(박기사), 윤주상(김국장), 노브레인(이스트 리버), 한여운(다방 김양) 등이 그들이다.

메가폰을 잡은 사람은 두말하면 입 아픈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왕의 남자’이준익 감독. 글보다는 손으로 직접 쓴 엽서 속 사연들이 소개되고, 전화연결을 통해 일자리 조언과 화투 규칙 설명이 쏟아지고, 짝사랑에 가슴아픈 청년의 사랑을 이뤄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영락없이 아날로그를 대표하는 바로 그 공간이고 시간이다. 러닝타임 115분, 코미디·드라마, 27일 개봉.

△잘살아보세

1970년, 국가가 밤 일 관리요원을 투입했다. 하던 일(?)을 멈추시오!

때는 바야흐로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 중반을 넘어선 시점. 모든 나라가‘잘 살아보세’라고 외치던 이 때 참으로 풀리지 않는 숙제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가족계획이다. 자고로 이불 속 일은 나라님도 속수무책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1인당 국민소득이 경제성장률 대비 높은 출산율로 계속 휘청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같이 너무 안 낳아서 국가 경쟁력을 걱정해야 하는 입장인 것과 달리 당시는‘적게 낳는 사람 애국자, 세명 이상 낳으면 매국노,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먹고 잘 살아보세’라는 국가적 표어가 등장했던 세월이다. 그럼 라디오 전파조차도 들어가지 않는 두메산골은 도대체 어떻게 관리했을까.

이 영화는 이렇게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해 영화적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무대는 가족계획은 전국 꼴찌요, 출산율은 전국 1위를 자랑하는 두메산골 용두리 순풍마을. 총 가구수 89가구에 가임부부 83쌍, 출산율 99.9퍼센트와 피임률 0퍼센트를 자랑하는 최강(?) 마을이다. 어느 날 평화롭던 이 곳에 불청객이 찾아든다. 밤 일을 관리하겠다고 나선 국가공식가족계획요원인 박현주(김정은 분)가 바로 그 주인공. 그러나 처녀의 몸으로 피임의 P자도 모르는 마을주민들을 설득시키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 고민 끝에 마을이장 변석구(이범수 분)를 현지에서 조달해 요원으로 발탁하고, 이 둘은 조금씩 탁월한 잠재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여전히 출산율을 낯추기에는 힘이 부친다. 두 사람은 급기야 시찰을 나온 대통령과 국가가 주민들의 빚을 탕감해 주면‘용두리 출산율을 0%로 만들겠다’는 밀약을 맺는다. 잠자리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에피소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진짜 행복이란 뭘까’라는 의문이 오버랩된다. 임신과 출산이 없으면 가난 끝 행복 시작이라고 믿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진행되는 상황들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안진우 감독의 작품. 이 영화는 스토리 전개의 희극성 아래에 국가 이데올로기에 함몰돼 이를 신봉하고 따랐던 개인들의 비극을 비춰 당대와 현재를 조명해보는 시도를 감행한 다소 엉뚱한 블랙 코미디 작품이다. 러닝타임 120분, 코미디·드라마,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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