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기업인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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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가깝게 지내던 친구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그를 잃어버린 충격은 쉽게 가라않지 않고 있다. 그는 기계 부품공장을 40년 넘게 운영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 시켰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고난도 겪어야 했다. 처음 공장을 시작할 때 마당에 아스팔트 포장을 못해 자갈을 깔고 일을 했는데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공장안으로 날라 와 입안에서 모래가 씹힐 정도였다.

오일쇼크 때는 연료를 아끼느라 인근 피혁공장에서 쓰레기로 버린 가죽을 주어다 불을 피우기도 했는데 냄새가 지독하여 그냥 추위를 견디며 작업을 했다. 그래도 기업주와 직원들은 일에 대한 열정 하나로 보람을 갖고 일했다.

뚝심도 있고 직원들과 소통하는 친화력도 있던 그는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미국에도 진출하여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외국에서 수입하던 특수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외국에 수출하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그러는 동안 그는 ‘일벌레’ 소리를 들을 만큼 일 밖에 몰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불운의 그림자가 그를 엄습해 왔다.

‘사드’ 사태로 빚어진 중국과의 관계,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환경 변화…이런 것이 그를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오일쇼크도 이겨 냈고, 금융위기, IMF도 헤쳐 왔지만 이번의 찬바람은 너무 버거웠다.

그래도 그는 겉으로 태연했다. 그가 쓰러지기 이틀 전에도 “1~2년 견디면…” 하고 담담해 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뇌출혈이 강타한 것.

스트레스가 몰아친 것일까?

회장님, 사장님, 부장님…하고 불리우는 그럴싸한 우리 기업인들 역시, 내 친구를 앗아간 스트레스의 포로에서 풀려나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인도, 자영업자도 마찬가지.

지난주 우리는 대한민국의 항공업을 세계수준으로 발전시킨 조양호 회장을 저세상으로 보냈다. 그는 8개월동안 18번의 압수수색을 당했고, 포토라인에 선 횟수는 14회나 된다고 한다. 포토라인에 섰을 때 축 늘어진 그의 어깨와 피곤에 지친 그 얼굴, 그런데도 용케 버티어 간다고 생각했다. 거기에다 가족들의 일탈행위는 세상을 계속 시끄럽게 만들고…그리고 그가 미국에서 치료받는 동안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주주권행사’에 의한 대표이사 박탈은 그 지친 모습에 결정타를 가했을 것이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세상을 떠나자 비로서 언론들은 그가 이룩한 업적들을 띄우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을 비행기 77대에서 166대로 키웠고 국제노선 역시 20개국 52곳에서 44개국 124곳으로 확장시켰다던지….

맹자는 인간을 선하게 태어 났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고 순자(荀子)는 반대로 인간의 본성은 악하게 태어났다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합당한 대답은 “인간은 온전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것이 아닐까?

기업인도, 정치인도, 심지어 종교인까지도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 어느 쪽이 그 심성과 영혼을 지배하느냐가 그 인간의 결정판이 될 것이다. 또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A를 나쁜 면만 보는가, 좋은 면을 보는가에 따라 확연히 그 인간의 위치가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균형을 잃고 ‘나쁜’ 면만 보거나 ‘좋은’ 면만 보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일까?

특히 기업인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내려온 사(士)ㆍ농(農)ㆍ공(工) ㆍ상(商) 의 의식이 내재돼 있어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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