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녀 살해후 자살’ 방지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사설] ‘자녀 살해후 자살’ 방지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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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등 신변을 비관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흔히 ‘동반 자살’로 지칭되지만 ‘자녀 살해 후 자살’은 의사표현이 어려운 자녀에 대한 아동학대이자 명백한 살해 행위다. 자녀가 의사표명을 할 수 있는 나이일지라도 이들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부모라도 자녀의 생사를 맘대로 할 수는 없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김포시 구래동의 한 아파트 방에서 10살 남자아이가 연탄가스에 중독돼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어머니는 아파트 다용도실 완강기에 목을 매 숨져 있었다. 딸도 함께 집에 있었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남편과 별거 중인 이 여성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이날인 5일에도 시흥시 은행동의 한 농로에서 4살, 2살 두 자녀와 함께 30대 부부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남편이 7천여만원 상당의 채무가 있고, 결혼 후 개인회생을 신청했으나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에도 3자녀와 함께 목숨을 끊으려다가 자녀 1명을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징역 5년, 아내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에 따르면 부부는 사업 실패로 형편이 어려워지자 9살, 7살 쌍둥이 등 3자녀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자살을 시도했다. 앞서 지난 3월엔 화성시 오산동의 한 길거리에 세워진 차 안에서 7살, 5살 남매와 부부 등 일가족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자녀와 함께 자살하거나, 자녀 살해 후 자살을 하는 사건이 종종 생기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하면 ‘오죽하면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갔겠냐’는 식의 동정론이 일기도 하지만 자녀 살해는 명백한 범죄다. 자녀를 부모와 분리된 개인으로 보지 않는 사고방식 탓에 비극이 반복된다.
자녀 살해 범죄의 정확한 현황은 공식통계조차 없다. 부모를 해치는 존속 살해와 달리 자녀 살해는 일반 살인으로 분류된다. 2014년 서울경찰청 소속 정성국 박사 등이 경찰 수사 자료를 분석해 쓴 논문에 따르면 자녀 살해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총 230건으로 추정되며 꾸준한 증가세다. 이 중 부모가 자살한 비율은 44.4%였다.
‘부모가 자녀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자녀 살해를 단순 자살이 아닌 심각한 아동학대 문제로 보고 파산 등 위기 가정의 아이들을 적극 발굴해 보호해야 한다. 부모가 자신이 죽고 나면 자녀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해 범죄를 저지르는 만큼 가족을 보호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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