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맞아 죽은 아이 3년상도 치르기 전에 / 죽인 아이들은 길거리 활보할 판이다
[사설] 맞아 죽은 아이 3년상도 치르기 전에 / 죽인 아이들은 길거리 활보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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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인천 중학생 집단 폭행 추락사’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인천지법이 내린 형량은 형기의 상ㆍ하한을 둔 부정기형이다. 혐의를 부인하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남학생 2명에게는 장기 징역 7년~단기 징역 4년, 장기 징역 6년~단기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반면,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한 남학생과 여학생에게는 각각 장기 징역 3년~단기 징역 1년 6개월, 장기 징역 4년~단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소년법이 그렇게 돼 있다. 성인이라면 상해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소년범에게는 장기 징역 10년~단기 징역 5년을 초과해 선고하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다. 검찰의 지난 3월 구형도 장기 징역 10년~단기 징역 5년이었다. 오히려 이날 형량은 중했던 측면도 있다. 판사도 “(매 맞던 아이가)죽음을 무릅쓴 탈출을 시도했다”며 범죄의 잔혹성을 인정했다. 판사가 내린 판결을 탓할 게 아니다.
그럼에도, 형량을 접하며 우리가 느끼는 참담함은 감출 수 없다. 부정기형은 형기가 확정되지 않는 처벌이다. 단기 형량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는다. 여기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곧바로 출소할 수 있다. 이번에 선고된 형량이 확정되면 가해학생들은 짧게는 1년6개월 뒤, 길어야 4년 뒤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구속으로 채운 복역 기간만 6개월을 넘는다. 올 연말부터 출소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2018년 11월, 우리가 얼마나 몸서리를 쳤나. 약한 아이 한 명을 가해자 4명이 폭행했다. 한나절이나 끌고 다니며 잔혹하게 때렸다. 매에 못 견딘 학생이 탈출하다가 15층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 절규가 더 가슴 아팠다. 러시아 출신의 어머니가 ‘가해자가 입고 있는 점퍼도 우리 아이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미성년 범죄의 잔혹성, 집단 괴롭힘, 다문화 가정 차별 등이 망라된 극악한 범죄였다.
당시에도 소년법 폐지 청원은 있었다. 범죄의 잔혹성에 대한 공분이었다. 소년법을 악용하는 가해자들의 행태도 분노를 샀다. 점퍼 강탈 등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상의한 뒤 조사에 응하겠다”는 등의 치밀함을 보였다. 과연 이런 소년범들에 베푸는 온정 어린 형량이 법 정의에 맞는가. 소년범죄 감소라는 사회예방적 가치에 부응하는가. 오늘 1심 선고 결과를 접하면서 우리가 다시 한 번 갖게 되는 의문이다.
이날 법정에는 숨진 피해자의 엄마가 와 있었다. 분명히 납득 못했을 ‘온정 어린 형량’을 지켜봤다. 떠난 아들의 3년 상(喪)을 끝내기도 전에 가해 학생들이 동네를 활보할 수 있게 배려한 ‘이해 못 할 형량’이라 여겼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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