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공범 날벼락”… 어느 60대 수금책의 고백
“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공범 날벼락”… 어느 60대 수금책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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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다쳐 직장 잃고 처자식 먹여 살리려 생활정보지 대부업체 수금사원 지원 “정부승인 법인 등록업체, 말 믿었는데”
경찰 조사 과정서 대포통장 사실 알아 “나 같은 피해자 없길… 수사 적극 협조”

“처자식 먹여 살리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행동대원’이 돼 있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6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팔을 다쳐 직장을 잃었다. 아내와 자식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A씨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2월 길거리에 놓인 생활정보 소식지를 통해 구직활동에 나섰다.

소식지에서 ‘수금사원을 모집한다’는 작은 공고를 발견한 A씨는 기재된 연락처에 전화를 걸어 “수금사원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상대방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은 B 사단법인에 등록된 대부업체”라면서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사람들을 만나 돈을 받아오는 일을 하면 된다”고 답했다.

A씨는 돈을 받아오는 일이 꺼림칙했지만 가장으로서 돈벌이가 급했고, 정부 승인을 받은 B사단법인에 등록된 업체라는 말을 믿었기에 일을 하게 됐다.

A씨는 그렇게 ‘보이스피싱 수금책’이 됐다.

그는 20일 동안 수원ㆍ부천ㆍ원주ㆍ대구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수백~수천만 원의 돈을 받았다. 이 일의 수당은 기본 15만 원. 여기에 숙박비, 교통비는 물론 ‘수금액의 1%’까지 추가된다. A씨가 사람들로부터 큰 금액을 받아올수록 더욱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 셈이다.

A씨는 ‘실장’이라는 인물이 카카오톡을 통해 만남 장소ㆍ시간ㆍ대상자의 주민등록증을 보내면 그곳에서 대기하다 돈을 받아 왔다. 이렇게 받은 돈은 회사의 계좌로 입금했다. 지난 3월 경찰에 붙잡히고 나서야 A씨는 이 계좌가 대포통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현재는 법적 처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A씨는 “모르고 일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나를 속인 업체는 지금도 수원시 인계동에 주소지를 두고 ‘채권관리 사원’을 모집하고 있어 나 같은 무지한 피해자가 추가로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며 “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추가 피해를 막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사례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 중 하나”라며 “구직자들은 회사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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