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경기필 정기공연 ‘마시모 자네티x엘사 드레이지’
만남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경기필 정기공연 ‘마시모 자네티x엘사 드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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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이 끝날 때마다 끊이지 않은 커튼콜. 20대 세계 최정상급 소프라노의 열연. 지난 20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 마스터시리즈X <마시모 자네티&엘사 드레이지> 공연은 황홀함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주인공으로 돋보이기보단 음악과 물 흐르듯이 하나 되길 원한다”는 그녀의 바람처럼 의상 역시 자연스러웠다. 꽃잎이 그려진 차분한 드레스를 입고 나온 엘사 드레이지(28)는 청아한 목소리로 때론 장엄하게 19세기 후기 낭만주의의 불꽃을 터뜨렸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아폴로 여사제의 노래>, <네 개의 마지막 노래>가 펼쳐진 1부는 다소 아쉬웠다. 드레이지의 청아한 음색이 진한 유화 같은 극적인 테크닉을 요구하는 슈트라우스의 노래와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에 묻혔다. 인위적인 공명을 자제하고 자연스러운 오가닉(organic) 발성을 하는 소프라노의 성량을 충분히 담기에는 대극장 홀의 한계가 드러났다. 경기필도 소프라노의 소리를 살려주려 애쓰며 연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직 ‘합’이 덜 맞춰진 듯한 무대는 의외의 곳에서 틈이 맞춰졌다. 정하나 악장의 연주. 정하나 악장의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바이올린 솔로는 아쉬운 무대의 틈을 메우기 충분했다.

2부에서 이어진 말러의 <교향곡 4번>은 완벽했다. 천국을 나타낸 듯한 썰매 방울 소리를 내는 슬레이벨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귀를 사로잡았다. 타악기, 하프, 금관, 목관 등 빠질 것 없이 조화를 이뤘다. 드레이지는 ‘천상의 삶’을 아이처럼 때론 순수하게, 때론 극적으로 표현해내며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파워로 청중을 재빠르게 몰입시켰다. 세계 최고의 성악 콩쿠르인 ‘오페랄리아’에서 1등상 수상, 클래식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는 평가가 충분히 뒷받침됐다. 암보로 지휘한 자네티의 몸짓은 또 한편의 훌륭한 음악이었다.

2시간여 동안의 극적인 무대가 끝나고, 관객들은 계속 손뼉을 치며 드레이지와 자네티를 연방 무대로 불러냈다. 그때마다 둘은 무대 중앙에 서서 감격스러운 얼굴로 청중과 일일이 눈 맞췄다.

유럽 클래식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소프라노와 거장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의 협연이 이곳에서 펼쳐진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무대였다. 성악가의 수명을 10년으로 본다면, 유럽 최고의 프리마돈나로 입지를 굳히며 전성기를 향해가는 신예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한국에서 당분간 듣기는 어려울 테다. 마시모 자네티라는 거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경기필만의 젊은 에너지가 한 몫 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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