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日 경제보복, 냉정한 인식과 대책 필요
[이슈&경제] 日 경제보복, 냉정한 인식과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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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경제전쟁의 시대다.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일본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소재의 수출을 제한하고, 지난 2일에는 결국 한국을 ‘화이트국가(일본 첨단제품 수출 허가신청 면제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국내ㆍ외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세계국가들이 합의한 국제무역질서를 파괴하는 처사라고 우려하고 있으며, 일반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으로 여행가지 않기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등 반일감정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고전적으로 우리가 국제무역을 하는 이유는 이렇게 설명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생산비용이 절대적으로 낮은 상품으로 특화해 교역하면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발생하고(아담 스미스의 절대우위론), 양국 가운데 한 나라가 두 상품 모두 절대 우위를 차지하더라도 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상품에 특화하여 교역하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이라고. 그러나 이러한 경제원칙은 그야말로 ‘원칙’일 뿐이며, 자국의 이익이나 지도자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변질’ 또는 ‘파기’될 수 있다. 2010년 중국이 센카쿠 열도 영토분쟁 과정에서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이라는 조치를 취한 것이나, 최근 미중 무역마찰 등으로 국제무역 분업체계는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1887~1948)는 일본문화를 분석한 ‘국화와 칼’이라는 저서(1946년 발행)에서 “차가운 가을에 홀로 피는 국화꽃처럼 예의 바르고 착하고 겸손하고 고개를 수그리는 일본 사람들 속에는 무서운 칼이 숨겨져 있다(을유문화사 서문)”고 적고 있다. 일본 사람들의 겉과 속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의 국제사회에 임하는 자세를 살펴보자. 독일은 1970년 빌리 브란트 총리가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이래 지금까지 46년째 과거사를 반성하고 있지만, 일본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번 조치가(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일본의 경제적 위상을 넘보는 한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한다. 즉, 일반적인 무역분쟁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시도이므로 일본의 조치에 호들갑스럽게 대응하기보다는 냉정하게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전자정보기기, 반도체, 정밀화학 등 우리나라 첨단제조업의 약 40~50%가 집적돼 있어서 이번 사태에 따른 최대 피해지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자사의 일본 수입 원자재가 전략물자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고 대체품을 찾는 등 자구노력이 시급하다. 또한, 정부와 경기도는 이번 사태로 인해 경영악화를 겪는 기업에 특별금융지원 등을 통해 기업애로가 완화될 때까지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은 경기도가 나서서 지역 내 산업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도내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우수한 R&D기관들과 이공계 대학들이 집적돼 있다. 지역경제ㆍ산업을 책임지는 지방분권 시대를 앞당긴다는 차원에서 경기도가 지역 내 국책연구기관들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우리 지역에 필요한 차세대 산업기술과 기업수요 기반 기술개발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서 조만간 경기도 기업들이 연구개발하기 좋은 환경 속에서 기술주도권을 확보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연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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