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 공개에 팩트도 안 맞은 생기부 공개 / 주광덕 의원, 한국당에도 큰 부담 안겼다
[사설] 불법 공개에 팩트도 안 맞은 생기부 공개 / 주광덕 의원, 한국당에도 큰 부담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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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덕 의원이 조국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를 공개했다. “조 후보자의 딸은 한영외고 시절 영어 작문 6등급 이하, 영어 문법 7등급 이하 등 성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딸이 영어를 잘 한다”는 조 후보자의 말이 거짓임을 강조하는 과정이다. 그의 논리는 조 후보자 딸의 영어 실력이 신통치 않았으며, 따라서 번역 등을 통한 기여도가 높을 수 없어 논문 제1저자 등록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이게 문제가 됐다. 우선 생기부 공개 행위다. 초ㆍ중등교육법 제30조의 6은 생기부 공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본인이나 부모 등 보호자(미성년자의 경우)의 동의 없이는 제3자에게 제공될 수 없다’고 규정됐다. 당장 여당이 들고 일어났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어린 아이에 대한 패륜”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가족을) 증인으로 세우려는 패륜을 저지르더니”라며 한국당 전체를 싸잡아 비난했다.
교육계도 강하게 반발했다. 전교조, 실천교육교사모임 등은 주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학생 개인의 정보가 다수 포함됐기에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유출해 학생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두 단체만의 의견이 아니다. 일반 학생ㆍ학부모들의 우려도 상당하다. 언제든 가족의 일로 또 다른 가족의 생기부가 폭로될 수 있는 전례가 된 것이다.
여기에 폭로 내용조차 논란을 낳고 있다. 외고에서의 6등급을 영어 못한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크다. 자신을 입시 강사라고 소개한 네티즌은 “외고 내신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단언했다. 그는 “‘외고에서 영어 작문 6등급이니 영어 작문 실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면 학생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많은 입시 전문가들이 비슷한 의견을 낸다. 현실을 몰랐거나 확대 해석한 의심을 받는다.
주 의원의 생기부 폭로는 한국당에도 큰 부담이다. 안 그래도 가족 증인 요구에 대한 여론은 찬반이 갈리고 있다. 여기에 후보자 딸의 고교 생기부까지 공개되면서 ‘심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외고 6등급’ 논란은 역공의 빌미다. 조 후보자 측에게 변명 소재를 준 셈이다. ‘외고 6등급이면 충분히 영어 번역 능력이 되며, 결국 논문 제1저자 등록 자격이 있다’는 역논리 말이다. 한국당에는 이 점이 더 아플 수 있다.
국민이 알고 싶은 건 실체적 진실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좀 세련되길 바란다. 주광덕 의원의 생기부 폭로는 이중 어떤 기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공익제보, 의정활동을 감안하더라도 한참 선을 넘은 행위다. 만일 ‘나의 고교시절 생기부가 언제든 주광덕 의원 손에 넘어갈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가슴 철렁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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