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道, 여름 한 철 ‘불법과의 전쟁’ / 수려한 계곡하천으로 남았다
[사설] 道, 여름 한 철 ‘불법과의 전쟁’ / 수려한 계곡하천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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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서의 영업 행위, 어떤 이유에서든 불법입니다’. 계곡을 점유한 영업 행위를 경고하는 현수막이다. 2018년 여름 내내 용인시 고기리 계곡에 나붙었다. 그 현수막 주변에서 불법 계곡 상행위는 계속됐다. 경고문을 왜 붙였는지, 어떤 단속 행위가 있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한두 해 모습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의 불법 계곡 장사는 이어져 왔다. 행정기관의 단속, 경찰의 수사가 있어도 근절되지 않았다.

그곳이 요즘 달라졌다. 한 식당이 십여 년간 펼쳐놨던 계곡 좌판이 사라졌다. 좌판 자리는 흙과 돌을 이용해 본래 계곡 모습으로 회복됐다. 계곡에 수십 개 좌판을 벌여놨던 또 다른 식당도 바뀌었다. 좌판 철거는 물론 철제 구조물까지 모두 없어졌다. 여름철이 지났기 때문이 아니다. 계곡 장사를 위해 설치됐던 기본 구조물까지 모조리 철거했다. 십수 년 만의 모습에 지역 주민들조차 ‘웬일이냐’며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가 계곡 불법 영업과의 전쟁에 돌입한 것은 올 7월이다. ‘계곡을 시민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이재명 지사의 의지로 시작됐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던 게 사실이다. 계곡 불법 영업에 대한 엄단은 해마다 반복돼온 식상한 구호였다. 이번에도 상징적으로 몇 곳 단속하는 선에서 끝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었다. 하지만, 달랐다. 경기도의 단속은 전에 없이 강력했고, 예외 없이 광범위했다.

도 특사경이 7월8일부터 19일까지 도내 주요 계곡과 하천에 대한 불법 행위를 단속했다. 포천 백운계곡, 양주 장흥유원지 등이 모두 철퇴를 맞았다. 명소로 유명세를 날리던 업소를 포함해 74곳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 지사가 불법 단속을 하는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상인들의 항의에 대해서 “내 멱살을 잡아도 좋다”며 진두지휘했다. 시정이 되지 않으면 공무원이 유착된 것으로 보고 수사의뢰하겠다고도 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도내 계곡, 하천이다. ‘여름 장사’가 끝났다고 슬며시 덮은 게 아니다. 콘크리트는 부서졌고, 철근은 뜯어 내졌다. 예년과는 확실히 다른 철거 현장의 모습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모습인데, 이런 모습을 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지사는 이걸 ‘공정’이라 표현했는데, 우리는 ‘기본’이라고 평하려 한다. ‘상인들의 생계가 달렸다’며 외면하던 행정, ‘사유지니까 문제 안 된다’며 두둔하던 행정, ‘지역 유지라 곤란하다’며 감싸주던 행정. 그 모든 행정이 ‘불법은 불법일 뿐’이라는 ‘기본’ 정신 아래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이것이 개혁 아닌가. 생활 주변에 널려 있는 관습으로부터의 탈피가 곧 개혁이다. 그 작지만 확실한 표본을 지나간 여름이 남겨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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