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돼지사체 수만 마리 방치… 또 ASF 번질까 ‘불안’
연천 돼지사체 수만 마리 방치… 또 ASF 번질까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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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방식 렌더링서 ‘매몰’로 바꿔 처리 늦어져
민통선 내 핏물 웅덩이 악취 진동… 환경오염 우려
멧돼지 감염 가능성에… 郡 “살처분 끝나 방역 최선”
경기도 김포,파주,연천 세곳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진행한 양돈 농장 비우기 작업을 완료된 11일 오후 연천군 중면 일원에서 방역관계자들이 매립지로 향하는 밭과 도로에 소독액을 뿌리고 있다. 윤원규기자
경기도 김포,파주,연천 세곳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진행한 양돈 농장 비우기 작업을 완료된 11일 오후 연천군 중면 일원에서 방역관계자들이 매립지로 향하는 밭과 도로에 소독액을 뿌리고 있다. 윤원규기자

“산처럼 쌓인 돼지 사체에서 보라색 썩은 물이 흘러 내려옵니다. 더이상 돼지를 둘 곳이 없어 결국 땅에 묻고 있는 실정인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또 퍼지는 게 아닐지 우려됩니다”

11일 연천군 중면 마거리의 A 군부대 앞에는 ‘핏물’이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다. A 군부대에서 정체 모를 트럭이 빠져나올 때마다 주변으로는 시궁창 같은 악취가 내뿜어졌고, 트럭 바퀴가 굴러가는 길을 따라선 하얀색 석회 가루가 줄지어졌다. 방역 당국은 동네 곳곳의 핏물을 감추기 위해 산불예방진화대까지 투입해 약품을 뿌리는 모습이었다.

이곳 군부대 안, 민통선(민간인통제구역) 내부에서는 지난 7일부터 돼지 살처분이 매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인근의 B 군부대 부지에서 렌더링 방식의 살처분이 진행됐지만, 최근 이곳으로 장소가 옮겨지면서 작업 형태가 바뀌었다.

수없이 오가는 악취 트럭 안에는 수십~수백 마리의 돼지 사체가 실려있다. 이미 살처분된 돼지들이 매몰을 위해 A 군부대에 들어왔다가 ‘하차할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다시 나가 내일쯤 또 들어온다. 인근 주민은 “며칠 전 갑자기 돼지 살처분 방식이 바뀌어 돼지가 땅에 묻히고 있다”며 “아무나 출입하지 못하는 민통선 전방에서 수만 마리의 돼지가 2~3일간 방치되다 파묻히는데 환경문제나 추가 전염 문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개월 전 국내 최초로 ASF가 발병하면서 파주ㆍ김포ㆍ연천 지역에서 돼지 살처분이 진행된 가운데, 연천군이 돌연 작업 방식을 ‘렌더링’에서 ‘매몰’로 바꾸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ASF 추가 확산을 우려하는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경기도와 연천군에 따르면 현재 도내 발병 농가와 방역대 내 농가 56곳의 11만1천320마리가 살처분됐고, 방역대 밖에 있던 농가 151곳의 돼지 26만2천143마리가 수매되거나 도태됐다.

연천군은 지난달 중순부터 렌더링(동물 사체를 고온ㆍ고압 처리해 파쇄) 작업을 통해 돼지 사체를 처리해왔으나, 악취 등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기존 방식을 파기하고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탱크 안에 이산화탄소를 넣어 질식) 방식으로 바꾸려 했다.

그런데 탱크를 제작하는 과정(약 한 달 소요)이 다소 늦어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돼지는 지속적으로 살처분되는데 이를 제때 처리할 방법이 없자 군은 결국 땅에 매몰하는 방식을 택했다. 매몰지를 민통선 내 A 군부대 부지로 선정한 이유 역시 ‘인근에 주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통선 안에서 매몰 작업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은 과거 구제역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돼지 사체가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아 ASF 바이러스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결국 ‘땅’에 묻히면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해당 위치가 민통선이다 보니 멧돼지 등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는 “악취 문제로 작업 방식에 변화가 생겨 현재는 매몰을 진행 중”이라며 “매몰지에서 처리할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는데 한꺼번에 많은 양의 살처분을 하려다 보니 핏물이 흘러내려 가는 등 문제가 생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막기 위해 임시 둑을 세웠고, 오늘로서 모든 살처분이 완료돼 문제 되는 상황은 아니다”며 “앞으로도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전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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