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의 명운 가를 안보·외교 ‘퍼펙트 스톰’이 온다
[사설] 나라의 명운 가를 안보·외교 ‘퍼펙트 스톰’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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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3일 0시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퍼펙트 스톰’이 닥칠 수 있다고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경고했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극도로 심각한 상황을 말한다. 노골적 협박이다. 지소미아 종료 카드로 일본을 압박하고,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겠다는 청와대의 시나리오는 통하지 않았다. 우리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답은 확실했다. 지소미아는 한·일의 문제가 아닌 한·미·일의 문제며, 지소미아의 종료는 중국과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었다. 지소미아에 대한 미국의 과도한 압박이 무례한 것이 사실이지만 고립무원의 상태로 만든 청와대는 어떤 대책이 있나? 일본의 무역 규제로 우리가 국제적 규범의 우위에 있다가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스스로 함정에 빠트렸다. 미국을 완전히 일본 편으로 만든 것이다. 죽창가를 외치고 이순신 장군을 들먹였으나 결과가 이 꼴이다. 문 대통령이 태국에서 아베 팔짱을 끼고 11분간 소파에 앉혔을 때 승부는 이미 끝났다. 외교는 애국심이나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만 얻었을 뿐이다. 이 와중에 미국은 기존의 5배인 50억달러(약 5조8천억원) 방위비 분담금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경비용역회사 사장 같은 트럼프는 내년 재선을 위해 연말 김정은과의 북미 정상회담을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겪은 트럼프는 북핵 폐기는 뒷전이고 국내 정치 위기 돌파를 위해 동맹과 안보를 언제라도 내팽개칠 수 있는 사람이다. 트럼프 등장 이후 얻은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 잃은 것은 한·미 군사훈련이다. 가히 우리의 명운을 가를 외교·안보의 ‘퍼펙트 스톰’이 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존심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한·미 동맹을 복원할 때다. 둘째,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대해 반대급부와 보상을 받아내는 협상을 펼쳐야 한다.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는 대신 그동안 묶였던 미사일 제한이나 첨단 전략자산 제한을 풀어야 한다. 또,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하고 원자력협정을 업그레이드해 군사용 우라늄 농축을 금지한 한미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트럼프의 예에서 보듯 동맹을 돈으로 보는 대통령이 또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우리의 안보는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주한미군은 언젠가는 우리를 떠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그렇다고 떠난 자리에 북한군이 들어와서야 되겠는가. 문 대통령은 북한 얘기만 나오면 ‘대화와 평화’만이 전부인 것처럼 말한다. 대화도 좋고 평화도 좋다. 하지만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호랑이 아가리 속에 머리를 박고 어떻게 호랑이와 대화를 한단 말인가?” 처칠의 말이다. 지금은 객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 전략과 실력이 뒷받침된 결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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