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등록 이주 아동 ‘병원 못 간다’ / 지방 아닌 국가차원서 풀어야
[사설] 미등록 이주 아동 ‘병원 못 간다’ / 지방 아닌 국가차원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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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 아동들의 의료 실태를 조사했다.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아픈데도 병원을 가지 못한 경우가 52.1%였다. 이유는 ‘병원비가 비싸서’가 39.3%로 가장 많았다. ‘병원에 데려갈 사람이 없어서’ 18.2%, ‘의사소통이 어려워서’가 17.6%였다. 의료보험 혜택이 안 되면 내국인들에게도 부담되는 게 병원비다. 대체로 경제적 여건이 여유롭지 않은 미등록 이주 가정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의료보험에 상관없이 주어지는 제도가 있다. 감염병 무료예방 접종이나 긴급 의료비 지원이다. 미등록 이주 아동들도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그런데 이 제도는 홍보가 돼 있지 않았다. ‘보건소에서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감염병 무료 예방 접종’은 응답자의 40.4%만 알고 있었다. 공공의료에서 제공하는 ‘긴급의료비 지원’에 대해서는 16.3%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권리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 아동의 건강권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선 7기 공약으로 제시했고, 그 취지에 따라 조사했다. 미등록 이주아동 양육 부모 340명, 자녀 468명, 이해관계자 154명, 전문가 33명이 조사대상이었다. 올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간 진행됐다. 조사 대상이나 조사 기간에서 보듯 상당히 신빙성 있는 조사였다. 그 결과가 이렇다. 어려움이 있을 줄 알았다. 그 실태가 이런 예상을 훨씬 웃도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조사를 담당한 연구진은 설문조사를 토대로 대책도 제시했다. 제도 개선, 기본 복지제도 활용, 의료시설 이용 편의 제공, 전달 체계 활성화, 범국가ㆍ범정부ㆍ범시민사회 차원에서의 대책 등이다. 상당 부분이 국가 정책의 영역이다. 제도, 복지, 체계를 바꾸는 것을 지방 정부가 할 수는 없다. 미등록 이주 아동의 법률적 지위라는 근본적 고민부터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 면에서도 경기도 또는 시군이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 있는 복지가 의료다. 의료보험의 성공적 정착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 한국에 이주한 외국 출신 아동들이다. 그 아이들이 이토록 외면받고 있는 데서야 말이 되나. 아프리카 기아ㆍ난민에 구호의 손길이 이어진다. 그중에도 가장 가슴 아픈 것이 아이들의 굶주림과 질병이다. 아이들의 고통에는 국경이 없다. 의료복지 선진국 한국에서 병원도 못 가는 아이들이 넘친다면 말이 안 된다. 시급히 대책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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