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춘재 살인 사건’으로 사건명 바꾼 경찰 / 地名 붙이는 사건명, 이제부터 제한해야
[사설] ‘이춘재 살인 사건’으로 사건명 바꾼 경찰 / 地名 붙이는 사건명, 이제부터 제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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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연쇄살인 사건’에 붙었던 ‘화성’을 없앴다. 17일 사건 브리핑에서 ‘이춘재 살인 사건’으로 명명했다. 이춘재의 신상공개를 결정하면서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연쇄살인 사건에 ‘화성’이 붙은 것은 1986년 하반기다. 그해 9월부터 12월까지 4차례 연속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역 이름이 붙었다. 언론에서 먼저 사용했다는 언론계 관련 증언이 많다. 그때부터 화성시민의 고통은 시작됐다. 그 30년의 한이 이제야 사라질 듯하다.
돌아보면 ‘화성’을 붙였던 사건명은 오기(誤記)였다. 10월 초, 이춘재 자백부터는 특히 그랬다. 화성 이외에 수원ㆍ청주 범행이 포함됐다. 이전까지 10건은 모두 화성이었다. ‘화성 사건’이라고 해도 뭐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백 이후부턴 달랐다. 화성ㆍ수원ㆍ청주를 다 쓰거나, 모두 쓰지 말아야 했다. 그런데 사건명에 계속 ‘화성’을 붙였다. 경찰도 그렇게 발표했고, 언론도 그렇게 썼다. 지역에 대한 무한 책임이 뒤따를 수 있었다.
우리도 이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범죄명에서 화성을 즉시 빼야 한다고 했다. ‘이춘재 살인사건’으로 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연합뉴스도 같은 입장을 천명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명칭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올바른 사건ㆍ사고 명칭 사용을 선도하겠다”고 했다. 이제 경찰이 바꾼 것이다. 경찰의 결정은 본보나 연합뉴스의 것과 다르다. 권원(權原)을 바꾼 것이다. 모든 표기에 근거가 바뀌었다.
생각해야 할 게 있다. 사건에 지역명을 붙이는 관행에 대한 고민이다. 지역명 사건은 흔한 일이었다. 살인, 사체 유기 등의 흉악사건일수록 더 그랬다. 경찰도, 언론도 별스럽지 않게 여기며 썼다. 아마 성명권(姓名權)보다 지명권(地名權)을 더 가볍게 봤던 듯싶다. 그런데 이게 오판이었다. 지역의 이름에도 그 자체가 갖는 가치가 있다. 지방화 이후, 이런 가치는 더욱 중시됐다. ‘살인의 도시 ○○시…’. 지역민이 가만히 있겠나.
이번 화성시 예가 그거다. 30년간은 참았다. 그러다 들고 일어났다. 화성시의회가 명칭 항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경찰, 언론 등에 강력한 뜻을 전달했다. 본보, 연합뉴스, 그리고 경찰의 명칭 변경은 이런 화성시의회 행동에 자극받은 바 크다. 시대 흐름이 이렇게 변했다. 이제는 화성 아닌 어떤 지역이어도 다를 게 없다. 흉악사건에 내 동네 이름이 붙는 걸 어느 지역민이 용서하겠나. 관행처럼 강력사건에 붙이던 지역명, 이제는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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