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울 좋던 명분 다 걷어치운 정치권 / 막판되자 오로지 의석 탐욕만 남았다
[사설] 허울 좋던 명분 다 걷어치운 정치권 / 막판되자 오로지 의석 탐욕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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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비례 한국당 창당을 예고했다. 비례 대표 의석을 노린 ‘아류 한국당’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위성정당이라고 명명했다.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맞선 맞불 카드다. 연동형 비례제로 줄어들 의석수를 채워넣으려는 특별한 수단이다. 다른 정당으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주권자 뜻을 노골적으로 왜곡하겠다는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절박할 수 있다. 현재 4+1 협의체는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을 250석 대 50석으로 정하고 있다. 한국당은 사실상 지역구 250석에서만 의석 경쟁을 해야 한다. 전체 300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심재철 원내대표가 던진 수다. 정당 투표에서도 친(親) 한국당 성향의 표를 모두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꼼수’라는 평과 ‘묘수’라는 평이 동시에 나온다. 판단할 필요는 없다. 그저 또 하나의 의석수 챙기기다.

4+1 협의체도 흔들리고 있다. 역시 막판에 불거지는 의석수 셈법이다. 전면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나섰다. 석패율제에 대해 “지역구에서 탈락할 중진 구제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나와 정의당에 대한 모욕”이라며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찰떡 호흡을 자랑하던 두 당이다. 선거법 개정에 대해서는 한 몸처럼 움직였다. 그러던 두 당이 갑자기 티격태격하고 있다. 공조 와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고상한 정치 철학의 문제가 아니다. 의석수 득실 계산이다. 석패율 제도하에서는 군소 정당 후보가 분전한다. 고정 지지층이 확고한 정의당의 경우 더 그렇다. 이 경우 민주당 후보의 표 잠식 결과가 나올 수 있다. 4년 전 총선에서 1천표 미만으로 당락이 갈린 초접전 지역이 13곳이었다. 이 중에 수도권이 7곳이었다. 정의당 후보가 선전한다면 이런 지역에서 민주당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이에 놀란 민주당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이로써 말의 유희는 다 끝났다. ‘좌파 독재 견제’라던 한국당의 속내도 의석수 챙기기였고, ‘의회 다양성 확보’라던 4+1 협의체 속내도 의석수 챙기기였다. 국민 모두가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드러내놓고 주판알을 튕기는 막판 모습에 여간 불편하지 않다. 겨우 이런 의석수 싸움에 의회 공전시키고, 예산 심사 파행시킨 것인가. ‘여야 양비론’처럼 무의미한 논지도 없다지만, 이야말로 정치권 모두를 욕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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