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업무에 멍드는 보건교사] 1. “잠깐만 기다려…학생은 뒷전”…보건교사는 시설관리 중
[과도한 업무에 멍드는 보건교사] 1. “잠깐만 기다려…학생은 뒷전”…보건교사는 시설관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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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보건교사들이 ‘독박 업무’에 내몰리고 있다. 공기질·미세먼지·수질 관리에 방역하느라 바쁘다. 안전공제회 업무 처리, 석면 관리나 매월 학교 물탱크 관리까지 도맡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탱크를 열고 탁도와 색도를 측정하라고 시키는 학교장도 있다. 힘없는 기간제, 신규 임용된 보건교사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은 더하다. 학생들은 방치되고, 보건교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공황장애와 같은 신경정신과적 질환을 다스리기 위해 병원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보는 학생들의 건강관리와 보건교육을 담당하는 보건교사의 ‘독박 업무’ 실태와 학교현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 보고 현장 중심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올해 23년차 보건교사로 근무하면서 해마다 2월이 가장 싫고, 힘듭니다. 왜냐 2월이 되면 교사 업무 분장이 발표되고 도교육청ㆍ지역교육청에서 교육환경개선 관련 공문이 내려오는데 그 공문이 십중팔구 보건교사한테 옵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한 학교에선 제가 화장실 휴지랑 변기비닐, 비누도 직접 갈아야 했고 정수기 필터 교환, 정수기 수질 검사, 방역도 다 제 업무였습니다. (A 보건교사)

#2. 단순 업무 과다라고 하소연하는 게 아닙니다. 과밀학교에서 근무하는 보건교사들은 하루에 120명씩 학생들 케어하느라 제때 화장실도 못 가 방광염으로 고생하고…. 저는 업무 분장 과정에서 단식투쟁을 했고 집단괴롭힘에 시달리며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보건교사는 학교 안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피눈물 흘리며 악전고투 중입니다. (B 보건교사)

경기도 150만 명의 학생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2천454명의 경기도 보건교사들이 ‘독박 업무’로 학생들의 건강권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현실이다.

18일 경기도보건교사회가 지난해 11월 도내 2천131개 학교 보건교사를 상대로 실시한 ‘보건교육 및 학생 건강관리 외 업무 현황’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직원 결핵검진(93.1%) ▲미세먼지(79.1%) ▲공기질 관리(67.9%) ▲정서행동(62.6%) ▲오존(57.8%) ▲폭염(22.8%) 등을 겸한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정수기 수질검사(66.4%) ▲방역(26.9%) ▲급수관 수질검사(17.4%) ▲정수기 관리(11.8%) ▲환경위생 정화구역(8.7%) ▲정화 장치 관리(7.3%) ▲수조 청소(5.8%) 등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학생이 100명인 학교도, 1천 명인 학교도 보건교사는 1명뿐인 현실 속에 학교 현장에선 각종 환경위생 및 시설 관리 업무에 시달리느라 보건교사 본연의 업무인 ‘학생건강관리’ 및 ‘보건교육’을 수행하는데 애를 먹는다고 입을 모은다.

도내 C중학교 보건교사는 “업무 분장에는 명시되지 않는 안전공제회, 수질검사 등을 담당하고 있는데 보건실 방문 학생 처치와 보건 수업 준비도 버거운 상황에서 실제 학생 처치는 늘 뒷전이 되는 현실”이라며 “정말 바쁠 땐 기계적으로 학생들을 처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D초등학교 보건교사는 “하루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명의 학생이 오는데 보건실 운영에 건강검진, 수업, 교직원 교육, 성고충 처리, 동아리 운영하면서 학교 시설까지 해야 하는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든데 밖에서 볼 땐 보건실이나 지키는 보건교사가 뭐가 그렇게 바쁘냐는 인식이 더 힘들게 한다”며 “이러다 진짜 학생들을 (위험한 상황시) 놓치게 되지는 않을까 항상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보건교사들이 소화불량, 방광염, 불면증을 호소하거나 심지어 공황장애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트라우마) 등으로 학교를 옮기거나 그만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

천아영 경기도보건사회 회장은 “사회적인 변화에 따라 보건교사의 역할과 책임감도 증가하고 있지만 건강에 관한 지나친 확대 해석과 학교장의 자율권한 미명 하에 1인의 보건교사에게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데 본연의 업무를 저해할 정도라 그야말로 인권위원회 제소할 수준”이라며 “학교 구성원 중 소수자인 보건교사에게 ‘건강관리’라는 명목으로 각종 환경 및 시설 업무부과는 보건교사로 하여금 본연의 업무를 등한시 하게끔 하고, ‘학교 내 갈등조장자’, ‘일하지 않으려는 교사’라는 부정적 역할을 덧씌우고 있다”며 보건업무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사)보건교육포럼 경기지역 회장은 “학교는 환경 및 식품위생 관리에 관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교육청이 학교환경 및 식품위생관리 대행을 선정, 점검결과를 학교장에게 제공해 불필요한 행정과정을 해소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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