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그리움은 바람을 타고
[천자춘추] 그리움은 바람을 타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실에 들어오는 햇살은 아무것도 모른 듯 조용히 따스함을 전달하고 거실안에서 나는 너무 많은 상념과 함께 햇살을 바라본다. 오래전 지구로 출발하여 도착한 빛이기에 너무도 소중하고 반갑다. 나에게 봄 햇살같이 반가운 손님은 누구일까?

나의 젊은 날 작은 봉급으로 11명의 시댁 식구들과 살아갈 때 캄캄한 밤이오면 삶의 무게로 베개가 젖도록 울면서 언젠가 잠들었는지 모르지만 아침을 맞을 때가 많았다. 그런 날도 학교는 여지없이 가야 했다. 복도를 들어선 순간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오면 어젯밤의 슬픔은 아이들의 소리와 함께 안개 걷히듯 사라졌다. 아이들은 나의 삶을 지탱해주는 한 부분이었다.

교사시절이 지나고 관리자가 되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나의 산소처럼 존재했나 보다. 코로나19로 여느 때 같은 개학은 할 수 없고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면서 나는 비상근무 태세로 매일 임하고 있다. 계획된 공사도 작은 것부터 하고 아이들을 맞이할 수 있는 모든 대비도 끊임없이 더해지면서 계획이 수정되고 첨가된다. 정신적·육체적 피로는 심각해지고 기다리는 학생들은 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없이 근무하는 학교는 생기도 없고 활력도 없다.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교사들이 쉬는 기간이라고 말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더 아프다. 지금 그런 말이 하고 싶을까? 하긴 이런 시국에도 해외여행 다녀와서 힘들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많은 사람에게 망연자실하게 만드는 이들도 있으니 개탄할 일이 한 두 가지는 아니다.

간신히 코로나19가 주춤해져서 3월이 지나면 한숨 돌릴 줄 알았는데, 휴대전화기에 확진자는 뜨고 있으니 공황에서 무조건 격리시키지 않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뒤늦게나마 조치는 하지만 이미 감염환자들이다.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말이 생기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공부하고 뛰노는 학교로 돌아오도록 제발 언니, 오빠 그리고 어른들 정신을 차려 주었으면…. 원하지 않게 아이들은 가정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가끔은 가기 싫었던 학교가 그리울 것이다. 소중한 일상들이 깨지면서 소소한 생활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도 모두 깨달았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사람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도 느꼈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무시한 처사로 코로나19가 발생했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들이다.

처음처럼 모든 것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는 노력을 해봐야 한다. 인간이 자연과 그 질서를 파괴해서 되돌려받는 것들은 더 없는지 생각해보고 겸허한 자세로 남은 삶은 점검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학교가 학생이 오지 못해 쓸쓸한 교실과 교정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내가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것도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 본다. 솔솔 부는 봄바람이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하나가 되어 내 가슴을 점점 아리게 한다.

정승자 곡반초등학교 교장·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