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말러에 열광하다
[문화카페] 말러에 열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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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음악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음악을 듣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는 많은 사람의 고백이다. 1980년대 초, 미국 유학 시 처음으로 경험한 말러의 음악은 필자를 충격과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그 이후, 그의 음악적 노예가 되어버렸다.

인류가 코로나19로 인해 황폐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서 비롯된 정신세계와 19세기(낭만주의)와 20세기(현대주의) 사이의 거친 파도를 극적으로 연결해 준 말러의 정신세계를 보며 그의 음악이 우리에게 남긴 위대함을 살펴본다.

말러는 유대인이었다. 10개의 대규모 교향곡을 만든 작곡가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전업 지휘자였다. 그의 명성은 빈 국립오페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그리고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등을 거치면서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반유대주의를 공표한 19세기 사회적 공세로 빈 국립오페라 음악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의 인생 여정은 거칠고 험하며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말러는 죽음을 근접한 거리에서 겪으며 자라왔다. 딸 마리아 안나는 어린 나이에 죽었으며 같은 때에 자신의 질병이 심장병임을 판명받는다. 그는 죽을 때까지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며 살았다. 사랑했던 19살 연하의 부인 알마의 외도는 말러를 두려움과 분노로 몰아넣었다. 정신분석학의 시조 프로이트는 말러와의 상담을 통해 말러가 지닌 우울증은 어린 시절 형제들의 죽음(13명 중 8명이 성인 이전에 사망)과 아버지의 학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였다.

꽤 오랫동안 말러의 음악을 가깝게 접하고 공부해온 지금 시점에야 그와 익숙해진 것 같다.

그러나 일반 청중들이 그의 음악을 즐기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말러 작품의 독특한 매력은 인간들이 꺼리는 죽음에 관한 표현에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교향곡은 죽음에 대한 방대한 위로 그리고 처절하게 가슴을 저미는 길고 깊은 슬픔으로 시작한다. 외로운 음표 뒤에 숨어 있는 거룩한 체념마저도 아름다운 노래로 흐른다.

말러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음악은 우주를 보는 관점에서 시작한다. 그는 태초 이전의 소리부터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소리까지 악보에 채웠다. 하늘을 향하는 부활의 갈구가 오선지에 진하게 깔렸다. 말러는 환상을 추구하는 작곡가였다. 환상은 새로움을 추구하며 고통과 싸워 극복하려는 의지를 갖춘 사람에게만 부여하는 값진 선물이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오페라극장에서 초일류 지휘자로 활동하며 유럽과 미국을 드나들었던 말러의 평소 일정은 연주와 맹렬한 연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작곡에 몰두할 수 있었던 시간은 작은 시골별장에서의 여름 휴가철이었다. 말러는 지휘자에게 닥치는 시련과 도전, 그리고 전쟁터에서 홀로 서 있는 수장의 외로움 속에서 살았다. 말러는 우리와 같은 시선에서 생성된 감정의 언어와 말러만의 극한 감정들을 악보에 깨알처럼 표시해 놓았다.

그의 작품에는 눈물과 기쁨, 불길보다 뜨거운 열정의 사랑과 가슴에 저미는 이별의 슬픔, 소름 끼치는 고요함과 소음에 가까운 엄청난 소리의 극적인 표현이 조화롭게 전개된다.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것 같다.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의 주인공은 어느덧 우주를 아우르는 작곡가로 변신해 있는 것이다.

그의 곡을 연주하며 눈물 흘림은 그의 슬픔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한 한 인간의 위대함 때문이다. 말러의 음악은 인류에게 주는 최상의 헌정이다. 아! 가슴이 뛴다! 진실로, 말러의 곡을 연주할 수 있음은 우리 세대만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축복 중 하나이다.

함신익 심포니 송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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