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방불케 하는 경기도교육청…비상 계단 ‘무단 적치물’ 수년째 방치
창고 방불케 하는 경기도교육청…비상 계단 ‘무단 적치물’ 수년째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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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본관 3~4층 계단에 책상, 의자 등 버려진 가구들이 잔뜩 쌓인 채 방치돼 있다. 조주현기자
25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본관 3~4층 계단에 책상, 의자 등 버려진 가구들이 잔뜩 쌓인 채 방치돼 있다. 조주현기자

경기도교육청이 청사 내 비상 계단을 가로막은 무단 적치물을 수년째 방치하고 있다.

각급 학교의 소방시설 점검과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할 도교육청이 오히려 소방법 위반을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후관 4층에서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수많은 가구가 쌓여 마치 창고를 방불케 했다. 이곳에는 계단이 양편으로 마련돼 있었지만, 무단 적치된 짐들로 한쪽 계단은 아예 이용할 수 없었다. 하나 남은 계단의 폭은 약 1m에 불과할 정도로 좁았다. 화재가 발생한다면 교직원들의 옥상 대피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물건들을 살펴보니 책상 14개, 창틀 2개, 테이블 및 단상 3개, 서랍장 3개, 의자 4개 등 기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지고 낡은 목재 가구들 수십 개가 사실상 버려진 모습이었다.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용한 지 오래된 듯 시커먼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비상구, 비상 대피로 등을 가로막는 적치물은 화재 참사 때마다 문제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2017년 충북 제천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희생자 29명 중 20명이 2층 여성 사우나에서 숨졌다. 비상구 앞에 무단 적치된 장애물들이 희생자들의 탈출을 막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을 찾아 “화재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학교 시설에 근본적 화재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불과 일주일 전인 17일 도교육청은 재난상황 보고훈련을 통해 위기대응 체계를 정비했다며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학생과 교직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도교육청 청사의 비상 대피로는 꽉 막아둔 것이다.

무단 적치물이 잔뜩 쌓인 계단에서 만난 직원 A씨는 “이곳에 물건을 쌓아둔 지 3~4년은 된 것 같다”며 “각급 학교에 모범을 보이진 못할망정 불법을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혀를 찼다.

이 같은 적치물은 모두 불법이다. 소방시설법 등에 따르면 계단, 복도 및 비상구 등에 물건을 적치하거나 장애물을 설치하여 피난 및 소방 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최고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책임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 총무과 관계자는 “화재 대피에 쓰일 통로를 막아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즉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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