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문 닫은 ‘무더위 쉼터’…폭염 속 오갈 데 없는 노인들
코로나로 문 닫은 ‘무더위 쉼터’…폭염 속 오갈 데 없는 노인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8일 휴관 중인 수원시내 한 무더위 쉼터. 김시범기자
28일 휴관 중인 수원시내 한 무더위 쉼터. 김시범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무더위 쉼터가 문을 닫으면서 노인들의 여름나기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해 여름은 폭염일수가 최대 25일에 달하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경기지역 무더위 쉼터는 5월 기준 7천137곳으로 집계됐다. 무더위 쉼터는 여름철 폭염 발생 시 인명피해 등을 예방하고자 경로당을 비롯한 노인시설, 복지회관 등에 지정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경기도가 임시 휴관을 권고, 상당수의 무더위 쉼터가 올여름에는 문을 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을 비롯한 건강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데다 공간이 밀폐돼 있어 혹시 모를 감염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28일 오전 수원 장안구의 A 노인센터. 출입구에는 ‘무더위ㆍ한파 쉼터’라고 적힌 표지(가로 40㎝ㆍ세로 70㎝)가 크게 붙어 있었다. 출입문에 다가서자 ‘2월20일부터 무기한 휴관합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화성 우정읍의 B 경로당 등 이날 찾은 경기지역 무더위 쉼터 10곳은 모두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이 그늘진 곳을 찾아 야외로 몰리고 있다. 공원의 벤치, 정자 등에 자리를 잡은 노인들은 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수원 일월공원 인근 벤치에서 만난 임향옥씨(67)는 “날이 더워지니 오래 걷기 힘들다”며 “양산과 부채도 소용 없다. 무더위 쉼터가 있으면 잠시 쉬어가고 좋을 텐데 올여름은 어디로 가야 하나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용인 서그내근린공원 내 정자에서 만난 채경필씨(73)는 “작년 이맘때는 경로당에서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어줘 장기를 두곤 했다”며 “올해는 더 덥다는데 무더위 쉼터마저 문을 안 연다고 하니 큰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경기도는 실내 무더위 쉼터의 운영을 제한하는 대신 그늘막, 그늘나무 등 야외 폭염저감시설을 기존 3천610곳에서 5천615곳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도는 지역사회 감염 확산 시 무더위 쉼터에 임시 휴관을 권고하고 물안개 분사장치, 바닥 분수 등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높은 시설은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 중”이라며 “(야외 폭염저감시설 확충 외에도) 전화 등을 이용한 비대면ㆍ비접촉 방식으로 취약계층의 안전 여부를 우선 확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28일 오후 수원 장안공원 나무그늘에서 노인 등이 일부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모여 더위를 피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도내 경로당 등에 설치됐던 무더위 쉼터 대부분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노인들이 폭염을 피해 갈 곳을 잃고 있다. 김시범기자
28일 오후 수원 장안공원 나무그늘에서 노인 등이 일부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모여 더위를 피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도내 경로당 등에 설치됐던 무더위 쉼터 대부분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노인들이 폭염을 피해 갈 곳을 잃고 있다. 김시범기자

장희준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