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나라장터 대체 조달시스템 개발 놓고 조달청과 중소기업 '당혹'
경기도의 나라장터 대체 조달시스템 개발 놓고 조달청과 중소기업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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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세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이 2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나라장터 대신할 지방조달시스템 개발·운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기세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이 2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나라장터 대신할 지방조달시스템 개발·운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자체 조달시스템’ 카드를 꺼낸 배경은 나라장터의 비싼 조달 가격과 조달수수료의 불공정한 분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번 정책을 ‘공공 배달앱 개발’에 이어 두 번째 독과점 폐해 개선 조치로 언급, 시스템 구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이를 두고 조달청과 도내 중소기업들은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어 향후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조달청 입장에서는 도가 지적한 ‘나라장터’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셈이라 반발할 수 있고, 중소기업들은 조달 채널 다각화에 따라 기존 이점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자체 조달시스템 개발ㆍ운영’ 명분은 크게 2가지다. 비싼 조달 가격과 조달수수료의 불공정한 분배다.

먼저 가격 비교가 어려우면서 조달 가격이 비싸진다. 실제 도는 지난 4~5월 나라장터와 일반쇼핑몰의 물품 가격을 비교했다. 나라장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공공조달물품 646개(비교 가능 모델만 집계) 가운데 90개(13.9%)가 시장 단가보다 오히려 비싸게 판매됐다. 도는 이런 상황에서 현행 제도(조달사업법)가 나라장터에 등록된 물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시장 단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나라장터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조달수수료의 불공정 분배도 강조했다. 경기지역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전체에서 약 888억원(2017년 기준)의 조달수수료를 조달청에 내고 있지만 해당 수수료를 통해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사업은 없다. 모두 조달청 자체운영비로 쓰거나 일반회계로 전출해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도가 ‘나라장터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나라장터 주관 부처인 조달청이 자체 조달시스템을 반길 리 없다. 실제 도가 지난해 8월 ‘나라장터의 일부 물품 가격이 민간보다 비싸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당시 조달청은 “조달청은 적정 가격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경기도의 조사와 결과 발표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날 도의 기자회견 직후에도 조달청 관계자는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전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도의 이번 계획을 두고 지역중소기업들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가 자체 조달시스템을 개발하면 현재 나라장터보다 납품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조달청 납품 중인 도내 A중소기업 관계자는 “현재 조달청 시스템은 시장가격이 아닌 적정가격을 보존하고 있다. 대기업보다 가격 경쟁력이 뒤처지는 중소기업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조달시장에 시장가격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중소기업을 배려하지 않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다른 B 중소기업 대표 역시 “타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경우(자체 조달 시스템 개발)가 발생하면 결국 중소기업들은 모든 지자체에 납품 등록을 해야만 한다”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적ㆍ경제적인 비용이 증가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김기세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은 “(자체 조달시스템 개발은) 조달청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러나 관련 불이익을 수십 년 받아온 만큼 (이번 기회에) 건전한 공정조달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승구ㆍ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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