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과 현장에서 체험한 [미래극장] 기술과 관객을 다시 보다
방구석과 현장에서 체험한 [미래극장] 기술과 관객을 다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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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극장에서 진행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주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연장이 문을 닫고 멈췄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공연은 온라인을 타고 이어지고 있다. 이제 온라인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극장의 새로운 모델이 제시됐다.

지난 6~7일까지 24시간 동안 이어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메타 퍼포먼스 : 미래 극장>이다. 기자가 직접 5일 시연회에서 오프라인 체험과 7일 오전 온라인 관객으로 참여해 봤다. 비대면 공연의 기술적인 도약, 시공간의 개념을 파괴해 관객을 주체적인 위치에 올려놓은 철학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 관객선택으로 제1극장에서 선보여진 무용 공연
관객선택으로 제1극장에서 선보여진 무용 공연

7일 오전 5시45분 어김없이 눈이 떠졌다. 몸은 피곤해 꼼짝도 할 수 없는데 주말 이른 아침 뭘 해야 하나 막막했다. 그 순간, <미래극장> 공연이 생각났다. 재빨리 휴대전화 ‘트위치’ 앱을 열어보니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묘(卯)시 공연이 절정을 향하고 있었다. “이거다!”

▲ 제2극장에서 진행된 '극장살해 슈팅게임'
제2극장에서 진행된 '극장살해 슈팅게임'

새벽에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보는 국악공연은 신세계였다.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30분’이라는 암묵적으로 정해진 공연시간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시간에 공연을 본다는 자체만으로도 관객으로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온라인에는 44명의 관람객이 있었다. ‘제3극장에서 해금을 들을 것인가(!A), 아쟁(!B)을 들을 것인가’. 공연 흐름을 이어갈 질문에 ‘!A’를 누르며 집계가 끝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몸은 방구석에 있었으나, 영혼은 극장 어딘가에 있었다.

▲ 실시간 공연 중계를 위한 방송 장비
실시간 공연 중계를 위한 방송 장비

관객들은 총 12가지의 질문에 자신이 원하는 답을 하며 현장관객들과 공연의 흐름을 정했다. 총 4천여가지의 경우의 수가 있는 공연은 온라인 관객에게 매우 흥미진진했다. 현장감을 느낄 수 없는 비대면 공연의 한계를 뛰어넘었고, 관객에게 참정권을 넘겨줬다.

주말 오전 6시15분,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 제4극장인 경기아트센터 야외로 향하는 갤러리 20명과 카메라를 들고 직접적인 체험을 하는 관객 5명. 그들 주위를 둘러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공연. 전례가 없었고,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후 동이 트는 경기아트센터 야외공간에서 듣는 AI 음악과 편종 소리, 춤의 조화가 기분 좋은 아침으로 이끌었다.

'재밌다, 재밌다!'가 탄성처럼 터져나왔다. 현장관객보다는 온라인 관객에게 더 와닿을 공연이었다. 온라인 공연은 현장체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음악과 공연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시연회 때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참여했을 땐 중계자라는 책임감과 분주한 현장 탓에 공연을 오롯이 즐기기 어려웠다.

현장에서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곡과 상황에 대한 설명도 온라인 채팅창을 통해서는 잘 전달됐고 이해하기 쉬웠다. 코로나19로 소수가 현장에 참여하고 다수의 온라인 관객이 즐기는 공연을 만든 게 핵심이라면, 의도는 맞아떨어졌다.

▲ 영상 장비가 가득 놓인 입구에서 만담꾼들이 공연을 중계하고 있다. 화면에는 온라인 관객들의 선택이 집계되고 있다.
영상 장비가 가득 놓인 입구에서 만담꾼들이 공연을 중계하고 있다. 화면에는 온라인 관객들의 선택이 집계되고 있다.

공연은 최첨단 기술이 한 곳에 집약됐다. 트위치라는 실시간 채팅 앱, 공연에 활용되는 AI 음악, 현장과 온라인 관객을 연결하는 기술적 요소들.

미래엔 AI와 첨단 과학기술, 그리고 예술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면서, 예술가와 예술계가 반드시 넘어야 할 '현실'이라는 것을 공연은 은연 중에 알렸다.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공연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과 극장의 새 모델은 '그저 온라인'뿐이었다.  누구보다 깊이있는 고민으로 극장의 변화를 모색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한 공연이었다는 점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경기아트센터가 그 첫 발을 뗐다.

▲ 오프라인 체험 관객이 번호가 적힌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
오프라인 체험 관객이 번호가 적힌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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