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평일 외출로 한때 풍족했던 ‘軍세권’, 코로나로 1년 만에 ‘초토화’
[현장] 평일 외출로 한때 풍족했던 ‘軍세권’, 코로나로 1년 만에 ‘초토화’
  • 김해령 기자 mer@kyeonggi.com
  • 입력   2021. 01. 23   오후 7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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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파주시 적성면의 시내에 인적이 드문 모습이다.
▲ 23일 파주시 적성면의 시내에 인적이 드문 모습이다.

2019년 평일 군부대 장병 외출 전면 허용으로 ‘군(軍)세권’이란 말까지 나오며 호황을 누리던 경기북부 군부대 상권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군인 매출 의존도가 높은 상권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군 장병들의 휴가ㆍ외출 통제가 길어지면서 손님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2시 파주시 적성면 시내의 한 PC방. 주인 K씨(45)가 넓은 가게를 홀로 지키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군부대 휴가ㆍ외출 금지만 아니었다면 군 장병들로 꽉 차있을 곳이지만, 이날 이 PC방을 찾은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K씨는 가게 문만 연 채 스마트폰으로 배달기사 전용 애플리케이션만 바라보고 있었다. PC방 매출이 사실상 ‘0원’에 가까운 상황에서 월 임대료라도 내고자 배달을 부업으로 삼으면서다. K씨가 배달 부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한 달에 40~50만원. 월세 220만원과 컴퓨터 80대 대여비 400여만원을 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K씨는 “수도권이라고 모두 사람이 몰리는 게 아닌데, 어찌 접경지역까지 한꺼번에 묶어 이리도 심한 규제를 하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 23일 파주시 적성면의 한 PC방이 텅 비어있다.
▲ 23일 파주시 적성면의 한 PC방이 텅 비어있다.

인근 국밥집 주인 L씨(55)는 이미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이곳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손님이 북적였다. 특히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외박ㆍ외출 나오는 군 장병들로 점심시간 전에 이미 매출 30만원을 가볍게 넘기던 곳이었다. 2019년 군 장병들의 평일 외출이 가능해지면서 평일 저녁에도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부터 매출은 90%로 줄었다. L씨는 “장병들이 몰려서 아르바이트만 5명을 고용했었다. 현재는 1명만 남아 단둘이 일하고 있다. 말 그대로 죽을 맛”이라고 했다.

같은 날 양주시 육군 25사단 부근 한 피자 가게 주인 J씨(43)는 오후 5시가 넘어서 가게 문을 열었다. J씨네 가게는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군부대 면회객들의 배달 주문으로 오전 9시께 가게 문들 열고 점심 장사 준비를 했다. 하지만 군부대 면회가 중지되고, 가게를 찾는 손님도 사라지면서 낮에 영업할 필요가 없어졌다.

▲ 23일 파주시 적성면의 한 PC방의 수기 명부. 이날 찾은 손님은 단 1명도 없었다.
▲ 23일 파주시 적성면의 한 PC방의 수기 명부. 이날 찾은 손님은 단 1명도 없었다.

오후 6시, 토요일이면 군인들로 가득 채워졌던 길거리는 조용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일부 시민을 제외하면 사람 구경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밥집부터 카페, 곱창집 등 주변 점포를 둘러봐도 내부에 손님이 있는 곳은 드물었다.

영업을 해도 장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지만, 문을 열고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상당했다. 한 상인은 “음식점 입장에서는 예민한 ‘장사가 안돼서 문을 닫았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 일단 열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방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하면서 작년 11월26일부터 전 부대에 대한 군내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전역 전 휴가나 일부 청원휴가 등을 제외한 전 장병의 휴가와 외출은 잠정 중지됐다.

이런 가운데 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군 장병의 휴가ㆍ외출 통제를 오는 31일까지 지속하기로 하면서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을 고려해 전 부대에 적용 중인 군내 거리두기 2.5단계를 2주 동안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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