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에피소드7-③
[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에피소드7-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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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헤니오스 계곡에서 만난 철교로 레일이 구불구불

잉헤니오스 평지에 바람이 불자 줄에 널어놓은 순백의 수예품 천은 바람결 따라 휘날린다. 마치 지나간 인고의 고통을 회상하며 고단하던 시절 삭일 수 없는 아픔을 위로하려는 듯 진혼의 춤사위를 펼친다. 이즈나가 농장은 인간이 자유를 구속당하고 겪어야 했던 고통의 상흔을 뒤돌아볼 수 있는 인상적인 장소이고 ‘이즈나가 탑’은 노예 제도에 대한 침묵의 증인이다.

노예감시탑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설탕 산업이 호황일 때 지은 제분소 공장 흔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항구로 오갔던 증기기관차는 말끔히 치장하고 달리려 한다. 플랫폼에는 노예 후손인 물라토가 압축기로 사탕수수 주스를 내리고 물라티는 손수 만든 수공예품을 펼쳐놓고 눈빛으로 여행객을 유혹한다.

언제나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한 역사적 사실을 상기하며 이즈나가 탑이 노예들에게는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생각해본다. 기차를 타고 떠날 때 점점 작아지는 노예 감시탑을 바라보며 그들의 상흔을 가슴에 느끼고 무념무상에 젖는다.

트리니다드로 돌아와 교육 현장을 보고자 먼저 유아원을 찾는다. 콜로니얼 시대 건물에서 서너 살 되는 어린아이들이 옹기종기 바닥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보모로부터 동화 이야기를 듣는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길가 초등학교 앞에서 멈칫하자 한 여인이 들어오라고 한다.

철길 주변에 사는 농촌 주택과 손을 흔드는 현지인 모습
철길 주변에 사는 농촌 주택과 손을 흔드는 현지인 모습

트리니다드의 클래식 건물의 정형인 학교 건물도 길과 맞닿은 대문 안쪽 거실이 교무실이다. 그곳에는 세 명의 교사가 책상에 앉아 수업 준비를 하고 앞쪽에는 들어오라고 손짓한 여인이 앉아있다. 추측하건대 당당한 그녀의 모습을 볼 때 당에서 나온 감독자로 수업 전반을 감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수업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느냐고 하자 그녀는 학교 사정이 좋지 못하니 후원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20달러 지폐 한 장을 건네주고 한 교실에서 여러 학년이 함께 통합 수업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방인의 등장에 잠시 당황하던 남자 교사는 의식하지 않고 수업을 계속하고 몇몇 학생은 이방인을 쳐다보며 옆자리 친구와 장난친다. 이 학교는 시설 부족과 전반적인 여건이 열악하여 학년별로 수업하지 못하고 1∼3학년 하급반과 4∼6학년 상급반으로 구분하여 통합수업을 한다.

눈앞에 펼친 사회주의 쿠바의 교육 현실은 화려한 관광지구와 달리 장막 뒤에 가린 어두운 모습이다. 교사였던 아내는 열악한 쿠바 교육 현장을 보고 안타까워한다. 감독 여인에게 길 안내를 받아 외곽에 있는 중고등학교로 발길을 옮긴다.

▲ 철길 주변에는 잡목과 덩굴식물이 자라고 레일 사이에는 잡초가 무성
철길 주변에는 잡목과 덩굴식물이 자라고 레일 사이에는 잡초가 무성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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