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1. 경기 농가 울면, 충청 업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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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살처분, 10건 중 9건 타지역 ‘독식’
최근 3년 93% 충청서 도맡아... 도내 단독 수주는 고양 1건뿐

최근 3년간 경기지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이뤄진 살처분 작업 10건 중 9건 이상은 충청도 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살처분 업체들은 ‘경기도 농가가 울면, 충청도가 웃는다’라는 자조 섞인 한숨만 내쉬는 실정이다.

7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수원병)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최근 3년(2018~2020년) 연도별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발생농가 살처분 현황’을 보면, 이 기간 도내에서 발생한 가축전염병 사례 15건 중 14건(93.3%)의 살처분 작업을 충청지역 업체가 수주했다. 충청업체가 수주한 살처분 작업 14건의 사업비는 28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전염병 별로 보면 AI 발생 사례가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2018년 1~3월 포천과 화성, 양주, 평택 등에서 총 100만2천마리의 닭이 살처분됐다. 2019년에는 도내 AI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12월 여주와 고양, 김포, 용인, 평택, 화성 등에서 총 141만5천마리의 닭과 메추리 등이 살처분됐다. 이 중 도내 업체가 단독으로 살처분을 수주한 사례는 규모가 가장 작은 고양시(닭 1천마리) 뿐이다.

나머지 9건 중 충남 부여 소재 A업체가 4건을 단독으로 수주했고, B업체(충남 아산)와 C업체(충남 천안)가 각각 1건씩 수주했다.

남은 3건은 살처분 대상 마릿수가 많은 탓에 도내 업체와 충청업체가 공동으로 수주, 계사(鷄舍ㆍ닭을 가두어 두는 장)에 따라 구역을 나눠 작업을 진행했다.

같은 기간 구제역은 도내에서 2건 발생했다.

지난 2018년 3~4월 김포에서 4천429마리의 돼지가, 2019년 1월에는 안성에서 소 297마리가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살처분됐다.

이들 2건의 구제역 살처분은 모두 A업체가 단독으로 처리했다.

ASF의 경우 도내에선 2019년 9~10월 파주(돼지 11만458마리)와 연천(돼지 1만6천731마리), 김포(돼지 5천101마리) 등에서 3건 발생했다.

살처분 마릿수가 가장 많은 파주에는 A업체를 비롯한 3개 업체가, 연천은 2개 업체, 김포는 A업체와 B업체가 참여했다. 당시 이들 업체의 소재지는 모두 충청도다.

특히 충남 부여에 위치한 A업체는 이 기간 도내 살처분 작업 총 15건 중 무려 10건에 참여하면서 경기지역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A업체가 정작 충청지역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충청도 업체이긴 하지만 주 활동 무대는 경기도인 셈이다.

경기도가 아닌 타 시ㆍ도의 경우 살처분이 발생할 경우 관내 업체가 처리하고 있다.

같은 기간 AI가 3차례 발생한 경북은 모두 경북업체가 살처분을 담당했고, 6건의 AI가 발생한 전북 역시 모두 전북업체가 살처분에 참여했다.

전남의 경우 9건의 AI가 발생했는데 1건을 제외한 8건의 살처분 작업을 전남업체가 도맡았다.

이처럼 경기도에서만 유독 수년째 충청도 업체가 독식하면서 도내 업계에서는 소규모 기술용역처럼 살처분 관련 용역도 지역제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지역 살처분업계 관계자는 “도내에 관련 업체가 전무하거나 기술 및 인력 등이 충청업체보다 부족하면 일감을 뺏기는 게 당연하지만, 기술력과 인력이 충분한 도내 업체들이 7~8개 활동하고 있음에도 유독 경기도만 충청지역 업체를 선호한다”며 “방역 및 사후조치를 고려하더라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관내 업체가 살처분을 담당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역제한 등 관내 업체가 우선 고려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4시간 내 살처분 지침 탓 ‘몰아주기 계약’… 수주 기회 박탈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가축전염병 관련 살처분 작업을 충청도 업체가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살처분 계약 전체가 100%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전염병 관련 SOP(긴급행동지침) 규정상 전염병이 발생한 농장은 24시간 이내, 예방적 살처분 대상 농장은 72시간 이내 살처분 작업을 완료토록 하고 있어 업체를 공개모집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도내 업체들은 이런 수의계약 방식을 이용해 지자체들이 충청도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주면서 살처분 시장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최근 3년간(2018~2020년) 도내에서 발생한 가축전염병 15건(AI 10건, 구제역 2건, ASF 3건)의 살처분 작업 전체가 수의계약으로 진행됐고, 총 15건 중 14건이 충청도 업체에 돌아갔다. 이런 현상을 타파하고자 도내 업체들은 각 시ㆍ군에 찾아가 자신들 업체의 장점을 홍보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가축전염병 발생 시 결국 수의계약을 따내는 것은 충청도 업체들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살처분 업체 한 관계자는 “기존에 지자체 담당공무원과 관계를 맺어놓지 않은 업체의 경우, 자신들이 어떠한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 설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며 “이미 지자체에서 고려하고 있는 업체가 있어 영업을 위한 만남조차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살처분 작업은 언제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평소 시ㆍ군과 관계를 잘 맺어놔야 하는데, 업체 홍보 위해 방문을 해도 잘 만나주지도 않는다”며 “충청도 업체와 지자체 간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살처분은 정부 지침에 따라 정해진 시간 안에 신속하게 마무리를 해야 하는 탓에 평소 협조가 잘되거나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며 “앞서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같이 일을 해본 업체와 주로 계약을 하며, 인접 지자체 공무원으로부터 업체를 소개받아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이호준ㆍ송우일ㆍ채태병ㆍ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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