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염태영 시장의 1년, 그리고 다음 정치 자산
[김종구 칼럼] 염태영 시장의 1년, 그리고 다음 정치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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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기억 없는 1년’ 불식, 수원시민 참여 행정 계속...다음 정치 점수에 가산점

‘한걸음 더(The) 기획단’이라 했다. 수원시가 만든 시민 참여 기구다. 이렇게 물어볼 만도 하다. ‘뭘 하는 기구라더냐.’ 그런데 하는 질문은 대개 이렇다. ‘왜 만들었다더냐.’

염태영 시장이 밝힌 취지가 있다. ‘지나간 수원시정을 지적해 달라. 남은 임기 1년에 할 일을 정해 달라. 수원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 달라.’ 실제 운영도 그렇다. 그런 토론 과제가 부여됐다. ‘갈등 해소’ 분과가 있다. 고질적 갈등을 정리하고 조언한다. ‘미래 행정’ 분과가 있다. 시정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 행정’ 분과도 있다. 지금 부족한 행정에 충고한다. 사실 수원에선 흔한 일이다. 거버넌스 행정이라고 한다.

염 시장이 11년간 끌고 온 소신이다. ‘정책 제안이 시민사회로부터 나오고, 그것이 행정사회에서 맞닥뜨려져 행정으로 녹아 실천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수원시 거버넌스다.’ 고집스럽게 지켜왔다. 이미 곳곳에 그런 조직이 있다. 좋은시정위원회, 시민배심원제, 주민참여예산제, 도시정책시민계획단 등이다. ‘한걸음 더(The) 기획단’도 그런 행정의 하나다. 늘 보던 ‘염태영식 자문 기구’다. 그런데도 ‘왜 만들었냐’고 묻는다.

그러고 보니 그럴 만도 하다. 3선(2010ㆍ2014ㆍ2018년)이다. 시장직은 마지막이다. 시장직만 마지막이다. 뭐로 보나 놀 거 같지는 않다. 많은 이들이 물어본다. 시원히 답한 적은 없다. 지금 도는 건 전부 남이 지어낸 얘기다. ‘염 시장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다’ ‘9월에 출마 선언할 것이다’…. 이러니 궁금해하는 거다. ‘한걸음 더 기획단’을 수상스럽게 보는 거다. 음절 뜻풀이까지 하면서 ‘도지사’에 연결하는 거다.

어쩌다 볼 수 있었다. 하는 일도 알게 됐다. 정치라곤 없다. 구성원부터가 그렇다. 정치와 담 싼 시민들이다. 그냥 연구하는 연구원, 그냥 사업하는 사업가, 그냥 학생 가르치는 교수다. 정해진 토론 방향도 없다. 저마다 각자의 언어로 원하는 걸 말한다. 거기 무슨 도지사 선거가 있나. 흔하디 흔한 시민 참여 기구다. 출범식 때 한 염 시장 우스갯소리도 그랬다. “무대 그림이 하필 석양이네요. 잘 마무리하게 조언 부탁합니다.”

3선들이 더러 있다. 세 번 뽑히는 것이다. 연달아 뽑히는 것이다. 무탈히 끝내는 것이다.

떠난 뒤에도 시민의 입은 기억한다. 여전히 ‘시장님’으로 부른다. 이천에 ‘유승우 시장님’이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시장이었다. 과천에 ‘여인국 시장님’도 있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시장이었다. 양평에 ‘김선교 군수님’도 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군수였다. 꽤 전에 퇴임했다. 누구는 3년, 누구는 15년이다. 나중에 국회의원을 한 이도 있다. 그런데도 시민에겐 ‘○○○ 시장님’이다. 3선이 새긴 기억이 그렇게 깊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들의 마지막이 흐릿하다. 퇴임 전 1년의 기억에 희미하다.

앞선 ‘11년’은 또렷한데, 그보다 나중인 ‘마지막 1년’이 그렇다. 시민들에도 그렇고, 그들에도 그렇다. 이런 시간의 어긋남이 왜 생길까. 짐작해 본다. 두 개의 시선이 있다. 하나는 ‘시장을 보는 시선’이다. 현직 시장에서 눈을 뗐다. ‘다음 권력’으로 옮아갔다. 그러니 기억 못 하는 거다. 다음은 ‘시장이 보는 시선’이다. 시장 스스로 기억 거리를 만들지 않았다. 정리하고 마감하면서 1년을 보냈다. 그러니 기억할 게 없는 거다.

3선이란 옥(玉)에 남은 티다. ‘시장을 보는 시선’은 세상 몫이다. 어차피 세상은 야박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보는 시선’은 본인 몫이다. 시민에겐 다를 바 없는 ‘1년’이다. 11년과 달라지면 안 된다. 행정 바로 잡고, 미래 구상하고, 현장 챙겨야 한다. 염 시장이 ‘한걸음 더(The) 기획단’에 주문한 게 그거다. 알토란같이 채워갈 ‘지혜와 쓴소리’를 주문했다. 이런 걸 120만이 다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새 역사를 기대한다.

11년보다 중한 1년으로 남길 본(本)이다. 11년보다 더 꽉 찬 1년, 11년보다 더 바쁜 1년, 11년만큼 행복한 1년…. 혹시, 도지사에 도전할 것인가. 그렇다면, 더욱 절실해졌다. 거기 보태질 가장 큰 가산점(加算點)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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