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정신적 외상. 최근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개념이다. 자연재해나 아동학대, 교통사고 등으로 예상치 못한 충격을 당했을 때 받는 정신적 상처가 정신적 질환으로 이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부른다. 전쟁, 자연재앙, 대형사고 등과 같은 명백한 스트레스부터 성폭력, 학교폭력, 학대 그리고 교통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한번의 큰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이환될 수도 있다. 원인 규명이 복잡한 정신의학에서 원인이 비교적 분명한 질환이 바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다. 사람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불안중추의 손상과 함께, 인지, 정서, 행동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이것이 기억에도 영향을 미쳐 불안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외상의 영향으로 인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재난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이는 재난 발생시 신체적 구조 뿐 아니라 정신적 구급조치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구급요원과 자원봉사자, 상담사들이 재난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심리적 공황과 충격을 경감시켜주기 위한 행동요령을 제안하고 있다. 사건이나 사고를 경험했을 때 몸이 안 다쳤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사람들의 여러 이상행동과 부적응심리가 정신적 충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만성적인 경과를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충고했다. 그래서 심리적 응급조치나 긴급지원이 모든 재난현장 및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여러 사건과 사고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몸의 충격만큼 정신적 충격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고 시급하다. 이제 우리도 더 적극적으로 개인들의 정신적 충격에 대한 배려와 후속조치를 할 수 있는 그런 체계를 시급히 챙겨야할 때이다. 몸의 상흔만큼 마음의 상흔, 정신적 충격의 기억은 오래 갈 수 있다. 그래서 계속 아파하며 지낼 수 있다. 원인이 없는 질환이 아니라 바로 정신적 외상 때문이다. 김현수道 정신건강증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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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道정신건강증진센터장
2013-11-25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