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2∙8독립선언 104주년

오전부터 뭉게구름이 몰려 들었다. 바람도 을씨년스러웠다. 한 청년의 일기에 남겨진 그날의 날씨다. 1918년 2월8일 일본 도쿄에서였다. 그즈음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은 의미 있는 정강(政綱)을 발표했다. 민족자결주의. 민족의 문제는 민족 스스로 해결하자는 주창이었다. 일본에 유학 중이던 조선 청년들이 도쿄로 모여 들었던 시점도 바로 그때였다. 춘원 이광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앞서 그는 1년 전 조선에서 현상윤, 최린 등과 독립운동을 논의했다. 같은 해 11월 도쿄로 돌아와 와세다대에 다니고 있던 최팔용과 조선 유학생들을 규합해 독립선언을 기획한다. 그리고 마침내 2·8독립선언서가 탄생됐다. 3개월 남짓 걸렸다. 골자는 민족자결주의였다. 이광수는 2·8독립선언서를 한국어와 영어 등 두 가지 언어로 작성했다. 그날 오전 각국 대사관과 일본 국회의원, 조선총독부, 일본 여러 지역 신문사에도 해당 선언문이 발송됐다. 이날 오후 2시 재일본 도쿄 조선YMCA 강당에선 조선유학생 학우회 총회 개최가 예정됐다. 회의가 열리고 난 뒤 최팔용에 의해 조선청년 독립단을 결성하려는 긴급 동의도 나왔다. 선언문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백관수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하자마자 대회장을 감시하던 일제 경찰들이 들이닥쳐 조선 유학생 60여명을 체포했고 강제로 해산시켰다.주모자였던 최팔용과 백관수 등을 비롯해 8명이 기소됐다. 조선 유학생들은 2월12일과 28일에도 도쿄 히비야공원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거리행진을 시도했다. 그 후 이 사건은 현해탄 건너 조선으로 전파됐고 3·1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꼭 104년 전 오늘 아침이었다.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가도 역사의 흔적은 뚜렷하다. 잊어서는 안 되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지지대] 킨텍스 대표의 월급 반납

“국민 여러분, 이 광고를 1년 동안 보관해 주세요.” 옛 새누리당이 2016년 4월11일 일간지에 낸 ‘대한민국과의 계약’ 광고다.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20대 국회의원 후보들이 ‘2017년 5월31일까지 5대 개혁과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치 세비를 기부 형태로 반납하겠다’는 글을 실었다. 김무성 대표의 자필 서명도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세비 반납까지 공약했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계약에 서명한 56명 가운데 31명만 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리고 약속한 기한까지 5대 개혁과제는 이행되지 않았다. 예상대로 쇼로 끝났고, 국민들은 또 우롱당했다. 국민들은 민생은 뒷전인 채 정쟁만 일삼는 의원들에 대해 반감이 크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맞게, 일하지 않으면 세비를 반납하라한다. 의원들은 못 들은 척 외면한다. 올해 1월 국회는 30일에 본회의가 단 하루 열렸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1천만원 넘는 세비와 국회가 열리면 자동으로 받는 한 달 100여만원의 특별활동비 수당을 챙겼다. 국회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 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일도 안 했는데 세비를 받을 수 없다”며 세비를 반납한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반년간 사개특위 위원장 몫으로 나온 매달 700여만원의 세비 4천여만원을 기부한다고 했다. 매달 특별수당 100여만원은 임기 후 한번에 기부할 뜻도 밝혔다. 매우 특별한 경우다. 세비나 월급 반납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이 많다 해도, 대부분 욕심을 내게 된다. 윤석열 정부가 ‘장·차관 월급 10% 반납’을 선언했다. 이후 제대로 지켜졌는지, 반납했다면 어떻게 쓰였는지 공개되지 않아 보여주기식 행정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가운데 이재율 킨텍스 대표이사가 연봉 20%를 반납하기로 해 화제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 대표는 흑자경영 기반 조성을 위해 대대적 조직개편에 나서면서 자신의 연봉 3천600여만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현 정부 출범 후 스스로 연봉을 깎은 첫 공공기관장이다. 킨텍스 임원들도 연봉 일정액을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킨텍스 대표의 월급 반납이, 다른 고연봉 공공기관장까지 확산될지 주목된다.

[지지대] 국회의원 수를 늘린다고?

한국의 국회의원 정수는 현재 300명이다. 1948년 제헌국회에서 200명으로 시작해 차츰 늘어난 의원 수는 2012년부터 300명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의원 수가 200명에서 300명으로 늘어난 만큼 국회는 발전했을까? 대다수 국민들은 단호하게 ‘NO’라고 답할 것이다. 의원들 스스로도 자신 있게 ‘YES’라도 답하는 이가 거의 없을 것 같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 반감이 크다.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 그들 자신을 위한 정치에 몰두하며 정쟁만 일삼고 있어서다. 민생 문제는 외면하고, 국민 혈세로 특권만 누린다는 생각에 정치인들을 혐오하는 이도 많다. 우리 국회의원의 특권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국민 1인당 소득 대비 1.5배가량 많은 억대 연봉, 의원 1인당 9명의 보좌진, 일본·유럽 국가에 비해 4~5배 넓은 사무실 등 특권이 200여가지나 된다. 임기 4년 동안 의원 1인당 지원되는 금액은 34억여원에 이른다. 의원들은 2008년 총선 이후 선거 때마다 세비 30% 삭감, 무노동 무임금 도입 등을 약속했지만 지킨 적이 없다. 툭 하면 “특권을 내려놓겠다” 하면서 번번이 공수표를 날렸다. 지난 1월 임시국회 기간에도 본회의는 딱 한 번 열었고, 상임위는 물론 시급한 민생법안 하나 처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세비와 수당은 알뜰히 다 챙겼다. 의원들에 대한 반감·혐오·비판이 거센 현실에서 국회의원 증원 얘기가 나왔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며칠 전 선거제 개편의 대안으로 ‘국회의원 증원·인건비 동결’ 카드를 제시했다. 국회의원 숫자를 현행 300명에서 30∼50명 늘리되 의원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예산을 5년 동안 동결하자는 내용이다. 국민 여론은 차갑다. 의원 수가 적어서 일을 안 했냐며 분노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의원을 100명으로 줄여야 한다’ ‘보좌관 줄이고 운전도 직접 해라’는 식의 댓글이 넘치고 있다. 각종 지원과 특혜를 받으면서 민생은 거들떠보지 않는 국회, 당리당략에 치우쳐 싸움질만 하는 국회에 왜 혈세를 쏟아붓느냐고 소리친다. 의원 정수 확대는 할 수 없는 분위기다.

[지지대] 바뀐 건 정치인뿐이다

성남시가 ‘e-스포츠 전용경기장’ 조성 백지화를 선언했다. 경기도 역시 사업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사업을 돌이켜 보자. 출발은 지난 2018년 10월이다. 당시 경기도는 미래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e-스포츠를 육성하겠다며 ‘e-스포츠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핵심은 500석 규모의 e-스포츠 전용경기장 조성과 e-스포츠 아마추어 리그 운영이다. 이듬해 도는 시·군을 대상으로 e-스포츠 전용경기장 공모를 진행했고 1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공모에는 안산, 용인, 성남, 부천 등 4개시가 유치를 신청했다. 공모 진행 당시 지역 정가에서는 어차피 성남시가 유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배경에는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게임 업체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는 점이 가장 컸겠지만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출신이라는 정치적 배경도 한몫했다. 공모 결과 예상대로 성남시가 유치했고, 도는 공모 결과를 발표하며 판교의 상징성, 정보기술(IT)·게임기업 밀집지역, 시의 사업 추진 의지와 구체적 사업계획 제시 등이 높게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는 국내 게임 산업과 e-스포츠 산업이 정체기에 놓여있는 상황이지만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 제고와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 e-스포츠 지원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e-스포츠 전용경기장 조성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백지화됐다. 성남시는 사업 백지화 이유로 e-스포츠 산업의 환경 변화와 투입 사업비 대비 낮은 기대효과 등을 꼽고 있다. 한마디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3년 전에도 e-스포츠 산업은 정체를 보였다. 또 도와 지자체가 돈을 벌기 위해 경기장을 조성하겠다고 했던 것도 아니다. 어떠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인가. 가장 큰 변화라면 이재명 도지사에서 김동연 지사로, 은수미 시장에서 신상진 시장으로 바뀐 것이겠다. 행정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지지대] 대만 청년들의 이유 있는 지적

돈대 대(臺)와 물굽이 만(灣)의 결합. 대만(臺灣)이란 지명의 뜻풀이다. 돈대 주변으로 물이 굽이친다는 섬이다. 우리에겐 대만이 더 익숙하다. 이곳은 지구촌에서 한반도와 더불어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이 나라 젊은이들도 우리처럼 군복무를 마쳐야 한다. 우리의 1년6개월(육군)에 비해 대만의 복무기간은 4개월이다. 너무 짧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침공하면 병사들은 과연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외신에 따르면 이 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직업군인 수는 16만2천명이고, 매년 약 7만명이 징집돼 복무한다. 우리처럼 육군과 해군, 공군 등으로 나뉘어 있다. 최근 중국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국방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만 정부는 내년부터 의무복무기간을 현행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유권자 73.2%가 의무복무기간을 적어도 1년으로 늘리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민의기금회(TPOF)가 최근 20세 이상 유권자 1천7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다. 외신은 군복무를 마친 예비역들이 기존의 부실한 군사훈련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4개월 동안의 군복무를 마친 청년들은 군대에서 받은 훈련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지고, 지루했으며, 비현실적이었다”고 혹평했다. 이들은 징집병 훈련이 대부분 구식 총검교육에만 할애됐고, 사격·포격교육과 실습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실전 대비 훈련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훈련 대부분이 시대에 너무 뒤처져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 같은 군사교육·훈련 내용이 전면 개선되지 않으면 의무복무기간 연장만으로 국방력 강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대만의 군복무 현실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지대] 1인가구 안부살핌 서비스

1인 가구는 부모나 형제 없이 혼자 사는 형태다. 2000년대 들어 부쩍 늘었다. 결혼 지연과 미혼·이혼율 증가와 고령화 등이 원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인 가구는 716만5천788가구(33.4%)로 집계됐다. 3가구 중 1가구가 나 홀로 살고 있는 셈이다. 비율도 2000년 15.5%에서 2005년 20%, 2010년 23.9%, 2015년 27.2%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00년과 2015년 등을 기준으로 연령대별로 비교하면 20대는 56만가구에서 95만가구, 30대는 42만가구에서 95만가구, 40대는 30만가구에서 85만기구, 50대는 25만가구에서 88만가구, 60대는 71만가구에서 158만가구로 늘었다. 40대와 50대 1인 가구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2015년 기준으로 서울·경기지역 1인 가구 비중이 각각 21.4%, 19.7% 등 41.1%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았다. 1인 가구 증가로 주택·식품·가전시장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부는 1인 가구의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 개념을 도입했다. 오피스텔·고시원을 준주택으로 지정해 소형주택 건축기준을 완화했다. 식품시장에선 대형마트 및 편의점 등의 간편식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가전시장에선 1인용 전기밥솥 등 규모가 작은 제품이 출시되거나 가전을 빌려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1인 가구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 고독사다. 고독사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큰 일상사가 됐다. 일일이 살펴보지 않으면 생사 여부 파악도 힘들다. 최근 군포시 등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한국전력공사와 공동으로 ‘1인 가구 안부살핌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앞으로도 이웃을 살피는 더 많은 정책이 진행돼야 한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게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지대] 은행 영업시간

마침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출근했다. 뭔가 좀 허전한 것 같기도 한데, 얼마 만에 맛보는 해방감인가. 일부 구역에선 아직도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노 마스크’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표정을 밝게 했다. 코로나19종식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도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실내 마스크가 해제된 30일부터 은행 영업시간이 예전으로 돌아갔다.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닫는다. 2021년 7월12일부터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줄어들었던 단축 운영이 원래대로 정상화된 것이다. 고객 편의를 위한 당연한 조치다. 은행의 영업시간 정상화는 늦은 감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은행이 늦게 문을 열고 일찍 문을 닫아 불편이 컸다. 대기 시간이 길어져 30분은 보통이고, 1시간을 넘는 경우도 많았다. 직장인들은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하는데, 시간이 부족해 은행 업무를 편하게 보려면 반차를 써야 했다. 인터넷 뱅킹 대중화 등 업무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으로 바뀌었어도 여전히 창구에서 대면해야 할 업무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은행을 찾는 이의 대부분은 디지털 금융에 약한 노년층이다. 이들은 코로나 기간 중 영업시간이 줄어들고, 점포도 줄면서 은행에 가면 보통 한두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은행 업무시간 정상화에 상황이 좀 나아질까 하는 기대감을 갖는다. 그런데 금융노조가 영업시간 정상화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영업시간 변경이 노사합의 사항이라며, ‘9시30분 개점’을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1시간 줄였던 것을 정상화하는 것인데 반대라니, 이해가 안 된다. 은행원의 편의만을 고려한 이기적인 행태다. 여기에 어떤 은행은 방문 고객이 적은 지점은 점심시간에 문을 닫겠다고 한다. 고금리로 서민의 등골이 휘는 와중에도 은행은 예대 금리 차이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그 결과 기본급의 300~400%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그런데도 수익을 가져다준 고객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편의만 챙기겠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헐~’이다.

[지지대] “오또케”

2021년 서울의 한 편의점 점주가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린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글이 논란이 됐다. 점주는 지원자격에 만 20세 이상으로 ‘페미니스트가 아닌 자’라고 명시했다. 또 ‘소극적이고 오또케 오또케 하는 분은 지원하지 말라’고 했다. 이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며 “점주가 여혐인 듯”, “성별 혐오를 조장한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점주는 모집 공고 글을 삭제했다. ‘오또케’는 ‘어떡해’의 변용으로, 여성의 수동적인 태도를 비꼬는 단어다. 주로 위급 상황에서 “어떡해”라는 말만 반복한 채 아무런 대처를 못 하는 여성을 조롱하는 것으로, 여성 혐오의 대표적 표현이다. 지난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측이 사법제도 공약을 발표하면서 ‘오또케’라는 여성 경찰 비하 표현을 사용해 한바탕 난리가 났다. “경찰관이 ‘오또케’ 하면서 사건 현장에서 범죄를 외면했다는 비난도...”라는 문장이 쓰인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여성 비하 의미가 있는 줄 몰랐다”고 사과하며, 해당 표현을 삭제했다. 책임자였던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해촉했다. 2019년 서울 대림동 여성 경찰관 진압 영상과 함께 ‘오또케’라는 말이 유포됐다. 이것이 여경 전체의 무능을 조롱하는 혐오 표현이 됐다. 당시 경찰은 대림동 영상의 전체 촬영분을 공개하고 여경의 대처에 문제가 없었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오또케’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선 당시 ‘오또케’ 표현으로 캠프에서 해촉됐던 정승윤 교수가 국민권익위원회 신임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야당과 일각에선 검찰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검찰 핵심참모였던 정 교수의 임명에 대해 “국민권익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젠더 갈등만 증폭시킬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정 부위원장은 ‘오또케’가 “여성 비하 표현인지 정말 몰랐다”고 했다. 몰랐다고 해서 덮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권익위는 유희가 된 혐오 표현을 줄이는 노력도 하기 바란다.

[지지대] 안재홍 선생의 ‘다사리 민족주의’

들녘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면도날처럼 날카로웠다. 동장군의 심술이 잔뜩 묻어 있었다. 평택시 고덕면 두릉리 646번지 게루지 마을. 이곳을 찾은 건 2006년 1월 하순이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정국을 헤쳐간 민세 안재홍(民世 安在鴻·1891~1965) 선생의 생가를 찾는 발길이었다. 필자는 그때 “가슴이 설렜다”고 썼다. 지난한 독립투쟁을 거쳐 광복을 맞았지만 6·25전쟁 때 납북된 뒤 북녘에서 별세했다. 해방정국에선 미군정 민정장관, 제2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하며 중도우파적 입장에서 근대국가 수립을 주창했다. 언론인, 민족사학자, 독립운동가, 정치인 등 여러 호칭이 따라붙었다. 민세 선생은 독립운동가였지만 각별히 우리말을 사랑한 지식인이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우리말을 아꼈다. 특히 그가 애지중지하던 단어는 ‘다사리’였다. 그는 생전에 “‘다사리’는 우주의 엄정한 질서와 운행법칙을 모델로 하는 인간사회의 정치이념이자 단군 이래 우리 민족의 정치적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다사리’는 ‘모두 다 말(씀)하게 하여’나 ‘다 사리운다’와 같은 뿌리에서 ‘진백’(盡白)이나 ‘진생’(盡生) 등을 뜻한다. 진백은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민주주의, 진생은 공동체 모두를 골고루 잘살게 해주는 사회복지로 서양 정치사상의 두 가지 흐름인 자유주의와 평등주의 등으로 귀결된다. 모두가 골고루 자유롭고 넉넉한 개념을 담고 있는 어휘인 셈이었다. 민세 선생이 평생 펼쳤던 사상은 다사리 민족주의였다. 그래서 그가 건국하려던 나라도 반쪽 독립이 아닌 완전한 독립이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고향인 평택의 한자 ‘平澤’을 순수한 우리말로 표현하면 다사리가 된다. 만약 그가 납북되지 않고 계속 활동했다면 ‘仁川’의 옛 지명 ‘미추홀’이나 ‘大田’의 우리말 ‘한밭’ 등처럼 ‘平澤’이란 지명도 ‘다사리’로 바뀌지 않았을까.

[지지대] 총선 최대 변수 이재명, 상수 한동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탄다. 이 대표는 오는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이어 두 번째 소환이다.  박성준 대변인은 “검찰이 설 명절 밥상에 이재명 대표 소환이 이야깃거리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언론플레이로 규탄했다. 이 대표도 ‘하나 된 힘으로 야당 탄압에 결연히 맞서겠다’며 물러섬 없는 결의를 밝혔다. 권리당원에게 보낸 설 인사 문자메시지를 통해 단일대오를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친명·비명 간에 파열음만 커지고 있다. 친문계는 정책포럼 ‘사의재’를 지난 18일 발족했고 비명계는 오는 31일 ‘민주당의 길’을 출범한다. 당 대표 사법리스크를 염두에 둔 포석이자 세력화다.  국민의 시선도 따갑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적법한 검찰권 행사’(48.6%)가 ‘표적수사’(39.9%)보다 10%포인트 정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야당탄압’ 프레임 공세에도 민심은 정치와 법의 영역을 별개로 생각함을 알 수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구체화할수록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지난해 10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무장관직을 포함한 앞으로 있을 모든 자리를 다 걸겠다”고 했다. 평소 차분하고 논리정연한 말투가 아니다. 두 눈 부릅뜨고 흥분한 목소리로 작심한 듯 언성을 높였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의 이른바 ‘윤-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 폭로에 대한 분노였다. 대통령에 대한 무례, 그리고 장관 자신이 느꼈을 치욕스러움의 표출이다. 이날 그의 그답지 않은 언어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법무부 국감에서 민주당 권칠승 의원의 (총선) 출마 계획에 답한다. “그런 생각이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제가 지금 여기서 왜 그런 말씀을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그런 생각이 없다.” 굳이 ‘현재’라는 단어를 콕 집었다. ‘현재’란 미래를 위한 계획이자 행동이며 결단이다. 여야가 내년 총선을 향해 계파 간 모임으로 저마다 진용을 갖추고 있다. 이러저러해도 총선의 가장 큰 변수는 이재명 대표 검찰 재판 결과와 한동훈 장관이다.

[지지대] 일본의 교전권 부활

나라끼리 갈등을 겪다 전쟁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에선 참화로 숱한 인명이 희생되고 있다. 평화적인 수단 대신 전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리가 교전권(交戰權)이다. 일본은 이 같은 권리가 헌법으로 금지된 유일한 국가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군의 무장해제와 재군비 방지를 시사하는 조항이 헌법에 포함됐다. 포츠담 선언을 통해서다. 교전권의 포기였다. 설연휴에 반갑지 않은 외신이 보도됐다. 일본 방위성이 신형 이지스함 2척에 실시간 목표물 정보공유 시스템인 공동교전능력(CEC) 시스템을 탑재한다는 소식이다. 신형 이지스함인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에 공동교전능력을 갖춰 방공망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공동교전능력은 이지스함 여러 척과 경계기 등이 탐지한 적의 미사일과 전투기 관련 정보를 동시에 공유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지스함이 자체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은 미사일을 요격하는 ‘인게이지 온 리모트’(EOR) 작전도 수행이 가능하다. 일본 방위성은 해당 시스템을 통해 미군 함정과 협력해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도 이론상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진행된 미사일 요격훈련을 통해 해당 시스템도 시험했다. 지난해는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종합방공미사일방어(IAMD) 체계 구축 방침도 정했다. 신형 이지스함에 공동교전능력 시스템을 탑재하면 미국과 일본의 정보공유체계가 강화된다. 하지만 미군이 일본 측 정보를 이용해 무력행사에 나서면 자위대가 교전권을 행사한 것으로 비쳐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교전권이 알게 모르게 부활하고 있다. 동북아의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 못지않게 심화하고 있는 일본의 군사 도발 우려도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지대] 까치 설날은 왜 어저께일까

잔혹했다. 압제(壓制)가 한반도를 덮쳤다. 설도 없앴다. 양력으로 설을 쇠라고 강요했다. 음력은 비과학적이라는 궤변도 동원됐다. 일제가 그랬다. 이후 마지못해 양력으로 설을 쇠긴 했지만 음력 설 쇠기를 결코 포기하진 않았다. 그러자 설을 두 번 쇠는 ‘이중과세’( 二重過歲)는 비효율적이라고 윽박질했다. 음력으로 설 쇠는 건 비합리적이고 양력으로 설 쇠는 건 합리적이라는 음모론도 펼쳤다. 일제의 포악한 통치였다. 그때 한 청년이 아이들에게 일제의 허위를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마음을 다지고 행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들려줄 동요의 노랫말을 썼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윤극영 선생(1903~1988)의 동요 ‘설날’은 그렇게 탄생했다. 20세기 버전의 ‘서동요(薯童謠)’였다. 1924년이었다. 그 노랫말의 메시지는 양력으로 설 쇠기 거부였다. 조용하면서도 꾸준했던 풍유(諷諭)였고 저항이었다. 이 대목에서 합리적인 의문이 든다. 윤극영 선생은 왜 까치의 설날을 어저께라고 했을까. 고 서정범 교수는 작다는 뜻의 ‘아치’가 접두사로 붙여졌다가 음(音)이 ‘까치’로 바뀌었다고 주장했었다. ‘삼국유사’가 전하는 에피소드도 설득력이 있다. 신라 소지왕 때 일이었다. 왕후가 한 스님과 모의해 왕을 없애려고 했다. 이때 까치와 쥐, 돼지와 용 등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소지왕은 이후 동물들의 공을 인정해 십이지신(十二支神)에 모두 넣어줬다. 하지만 까치를 넣을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설 바로 전날을 까치의 날로 정해 까치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음력설이 부활한 건 60여년이 지난 1985년이었다. 하지만 명칭은 ‘민속의 날’이었다. 그러다 1989년 ‘설’이란 이름이 복권됐다. 광복 이후에도 음력은 비과학적이라는 논리가 한동안 식자층에서 득세했었다.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지지대] 경기 침체 극복에 정치권 힘 모아야

코로나19가 처음 국내에 상륙한 2020년 1월20일부터 만 3년이 지났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뒤덮으며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낳으면서 시민들의 삶을 바꿔 놓았다. 18일 기준 코로나19는 모두 7차례의 대유행을 지나 확진자는 인천이 173만9천140명, 경기도는 809만3천759명이다. 중복 감염을 제외하고 단순 계산으로 인천시민의 58.6%, 경기도민의 59.5%가 감염자인 셈이다. 비록 최근 안정세에 접어들며 시민들의 일상도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제한이 2년 만에 끝나면서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줄어들고 있다. 곧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사라지면 사실상 코로나19의 종식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경기 침체라는 또 다른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2008년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은 1%대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경기 침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하며 발전해야 하고, 이는 정치권에서 충분히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다. 인천시도 ‘제물포 르네상스’로 이름 붙은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나선다. 이는 인천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만큼 인천시와 지역 정치권, 시민까지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정치권이 내년 총선에만 집중할 뿐 이 같은 인천의 현안은 외면한 채 정치적 다툼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최근 여야 인천시당에 지도부가 모였지만 ‘이재명 검찰 출석 공방’만 벌이는 모습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키운다. 잠시라도 정치권이 시민의 삶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길 기대해본다.

[지지대] 수중드론 ‘포세이돈’

꼭 모기가 날아다니며 내는 소리 같다. 미간을 좁혀 보지 않으면 식별하기도 어렵다. 드론 얘기다. 조종사 없이 무선 전파로 비행이 가능한 장비의 총칭이다. 크게 표적용, 정찰용 또는 감시용, 다목적용 등으로 나뉜다. 표적용이 최초다. 1940년대 후반 제작됐다. 당시 라이언 파이어비(Ryan Firebee)로 불렸다. 감시용은 1998년 도입된 글로벌호크가 대표적이다. 핵무기 사찰용이다. 정찰과 공격이 가능한 드론으로는 중형급인 프레데터와 대형급인 리퍼 등이 있다. 기원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다. 낡은 유인 항공기를 공중 표적용 무인기로 재활용하는 데서 비롯됐다. 냉전시대에는 정찰 및 정보수집 임무도 수행했다. 원격탐지장치와 위성제어장치 등을 갖추고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나 위험지역 등에 투입됐다. 공격용 무기를 장착해 지상군 대신 적을 공격하는 기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맹활약 중이다. 물론 민간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의 무인택배 서비스용이 대표적이다. 무인택배 서비스의 경우 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확인하는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활용해 서류나 책, 피자 등을 배달한다. 농업용도 있다.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 드론은 하늘을 날아왔다. 그런데 바다를 운행하는 드론이 나왔다. 러시아 핵추진 잠수함인 ‘벨고로트’에 탑재된다. ‘포세이돈’이 명칭이다. 외신은 포세이돈이 조만간 벨고로트에 실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핵탄두를 장착하고 잠수함이나 최신 어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무제한의 거리를 이동해 적의 해안 시설이나 항공모함 등을 타격할 수 있다. 인류를 무참하게 살해할 가공할 무기가 또 만들어졌다. 살상력이 큰 병기가 개발될수록 공멸은 가까워진다.

[지지대] 의정부시장의 기업인 업어주기

누군가 좋은 일을 했을 때, 예쁜 행동을 했을 때 “업어주고 싶다”는 말을 한다. 얼마 전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한 기업 대표를 업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김 시장은 “새해들어 기쁜 소식 전합니다. 기업유치 1호, 해냈습니다. 너무 기쁘고 감사해서 기업 대표님을 업어드렸습니다”라는 글도 올렸다. 이를 정치적인 제스처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얼마나 좋았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정부시는 인마크자산운용사와 3천252억원 규모의 클라우드데이터센터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데이터센터는 2026년까지 지하 4층, 지상 6층에 연면적 2만6천498㎡ 규모로 용현산업단지에 건립된다. 기대되는 생산유발효과가 3천663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1천274억원, 취업유발효과가 1천561명이다. 산학연 연계를 통한 전문인재 육성 및 취업도 기대된다. 이번 기업유치는 의정부시에 의미가 크다. 의정부의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은 경기도내 최하위권이다. 다른 지역으로 통근하는 비율이 53%에 이른다. 의정부의 경제·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유치’가 절실하다. 도시의 미래는 일자리에 있고,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서는 첨단기업이 입지해야 한다. 좋은 기업의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야 청년들이 찾아들고, 활력이 넘치는 지역이 된다. 김동근 시장은 지난해 민선 8기 임기 시작 후 기업유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기업유치팀을 신설했다. 시의 핵심과제를 기업유치에 두고 전문가와 공무원으로 구성된 기업유치 워킹그룹을 운영해 가용부지, 입주가능 업종 등에 대한 검토작업을 했다. 의정부 맞춤형 기업유치 전략을 수립해 가는 중에 1호 기업을 유치했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좋은 일자리는 좋은 기업에서 나온다. 정부 주도의 공공일자리는 청년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지속가능성에도 한계가 있다. 경제와 일자리는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게 맞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지원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유치 2호, 3호 소식도 기대된다.

[지지대] "출가자 모십니다"

특정 분야에서 상급자가 되는 것이 ‘출세’라고 생각하세요? 남에게 칭송받고 높은 직책을 누리는 것이 ‘명예’라고 생각하세요? 마음대로 쓸 만큼 재산을 모으는 것이 ‘재물’이 풍족하다고 생각하세요? 이런 물음에 ‘그럼, 물론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아닌 것 같다,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문구는 해인사가 ‘진정한 출세(出世)’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자며 고시 준비생을 위한 잡지 ‘고시계’ 2023년 1월호에 낸 광고다. ‘가야산 해인사’라고 적힌 일주문 사진을 배경으로 한 글에는 ‘생로병사를 겪는 인생의 본질과 의미를 알고 세상사의 부질 없는 탐욕을 벗어나 자유와 자비의 삶을 사는 출가인이 진정한 출세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가야산 해인사로 오십시오’라는 문장이 적힌 이 광고는 해인사가 출가를 권유하기 위한 것이다. 고시계란 잡지에 낸 것은, 고시생과 사찰의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예전엔 고시 준비를 위해 속세의 유혹을 끊고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절에 머물렀던 고시생들이 많았다. 해인사가 출가자 모집 광고를 낼 정도로 출가자가 급감했다. 지난해 조계종 출가자는 61명이다. 1999년 532명에 이르렀으나 급격히 줄고 있다. 요즘은 사찰에서 ‘행자는 천연기념물’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승가대학에선 학생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조계종은 2017년 12월 처음으로 ‘출가자 구인 광고’를 낸 바 있다. 한 해 출가자가 100명 이하로 줄어들지 모르는 위기감에 내놓은 응급처방인데 이미 두 자릿수가 됐다. 당시 조계종은 ‘내 생에 가장 빛나는 선택, 출가’라는 포스터를 제작해 홍보에 나섰고, 주거나 의료, 교육과 함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도 제공한다고 했다. 저출산 고령화 여파는 불교계에도 불고 있다. 오전 3시에 눈을 떠 4시 예불을 시작으로 정진하고 또 정진해야 하는 엄격한 수행 생활을 받아들일 사람도 거의 없다. 불교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 해인사의 출가자 모집 광고를 보면서, 세상에 태어난 ‘출세(出世)’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지지대] 아돌포 카민스키, 1만명을 구하다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염색공장 직공이었고 불과 열아홉 살이었다. 청년은 일터를 세탁소로 옮겼다. 그때 바깥 세상에선 전쟁이 터졌다. 이따금 포성이 들려왔다. 그래도 묵묵히 일에만 전념했다. 세탁소에서 근무하면서 틈틈이 익힌 게 있었다. 잉크 제거 기술이었다. 고객들이 맡긴 옷가지에 스며든 잉크 자국 등을 말끔하게 제거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에 밴 노하우였다. 얼룩이 진 외투들이 유난히 많았던 시절이었다. 뭔 뚱딴지 같은 얘기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시기는 1940년대다. 장소는 나치가 점령했던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이었다. 유럽을 휩쓴 제2차 세계대전의 광풍은 청년이 살고 있던 외딴 마을에도 불어닥쳤다. 소년은 프랑스 정부가 발급해준 신분증에서 ‘이삭’이나 ‘아브라함’처럼 유대계 프랑스인이 즐겨 사용하는 이름을 지웠다. 그 대신 그 자리에 프랑스인 느낌이 나는 새 이름을 입력했다. 신분증에 새로운 이름을 새기는 과정에선 초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 신문을 편집할 때 배운 기술을 이용했다. 가짜 문서도 제작했다. 고무를 이용해 관공서 직인과 문서 상단 레터헤드와 워터마크까지 만들었다. 프랑스 비밀 유대인 지원 조직에도 알려졌다. 각종 주문이 잇따랐다. 유대인 어린이를 위해 출생증명서 900장과 식량배급카드 300장을 사흘 안에 위조해 달라는 주문도 받았다. 유대 어린이들은 밤을 새워 만든 위조 문서로 스위스나 스페인 등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1시간에 문서 30장을 위조할 수 있지만 1시간 동안 잠을 자면 소중한 생명 30명이 목숨을 잃는다.” 그가 하루에도 수십 번 되뇌던 주문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이처럼 문서 위조 기술로 유대인 1만여명을 구했던 프랑스인이 최근 세상을 떴다. 아돌포 카민스키. 역사는 그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지지대] 맞불의 시간

중국이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행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각국의 중국발(發)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첫 보복 조치다. 방문, 상업무역, 관광, 의료 및 일반 개인 사정을 포함한 한국 국민의 중국 방문 단기비자 발급이 막힌 셈이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주한 중국대사관이 이러한 보복 조치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는 것이다. 엄연히 한국과 중국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수교국이기에, 엄중한 상황에 대해서는 문서 및 방문 등을 통해 공식 입장을 전달해야 하는데 위챗 공식 계정으로 일방적인 통보를 해버린 것이다. 아직도 ‘중국=대국, 한국=소국’이라는 사대주의 발상에 함몰돼 있음에 틀림없다. ▶역사적으로 멀리 볼 필요도 없다. ‘동북공정(東北工程)’. 지난 2002년 중국이 ‘동북부 만주지역의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국가사업’으로 추진한 연구 계획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고조선사, 고구려사, 발해사 등을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는 이른바 역사 왜곡이 핵심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허공을 향한 메아리인 양 중국은 무시로 일관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20년부터 중국은 ‘김치는 중국의 파오차이를 한국이 훔쳐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김치공정’에 혈안이 돼 있다. 또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소수민족을 소개하며 한복을 입힌 ‘한복공정’의 만행까지 자행하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 힘의 논리는 중요하다. 중국의 단기비자 발급 중단과 맞물려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과 맞짱을 뜨는’ 리투아니아의 배짱이 부럽다. 중국의 안하무인식 정치적 요구는 그들이 원하던 세상이 아니라며, 유럽의 변방 소국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모자라 그들의 ‘아픈 손가락’인 대만 대표부를 수도 빌뉴스에 정식 출범시킨 나라.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고구려 역사를 무서워하는 그들에게 대한민국이 더 이상 ‘소국’도 ‘속국’도 아님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강경하게 맞불을 놓을 시간이 오고 있다.

[지지대] 국립박물관 클러스터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의 표현이 새삼스럽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다.” 파주시 문발동(文發洞)이 그렇다. 한강과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심학산 기슭 갈대밭에 파주출판단지가 들어섰다. 1997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후 2002년 상반기 1차 입주가 시작됐고 2013년 준공됐다. 출판 관련 기업 600여곳이 입주해 운영 중이다. 출판문화공동체 공간이자 성공한 클러스터(Cluster)다. 클러스터는 우리말로 ‘협의체’ 또는 ‘산학협력지구’다. 1990년 마이클 포터에 의해 처음 제안됐다. 서양에선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관심 받기 시작한 개념이다. 도시개발전략상 공공영역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공공기관에서 공공공간으로의 전환을 뜻하기도 한다. 파주시가 탄현면을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박물관 클러스터로 조성(본보 1월4·6일 10면)한다는 구상이다. 이곳에 개관해 운영 중이거나 앞으로 들어설 국립박물관은 모두 5곳이다. 국립민속박물관 개방형 수장고가 대표적이다.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도 운영 중이다. 2027년 개관할 예정인 국립한글박물관도 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도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올해 개관할 예정인 국립무대공연예술종합아트센터도 빼놓을 수 없다. 박물관 전문가들은 파주출판단지와 미국 ‘내셔널몰’ 벤치마킹을 권한다. 국립박물관들로 이뤄져서다. 파주출판단지는 입주 기업들이 토지이용계획을 짜고 건물 설계부터 자연환경 활용까지 친환경을 표방했다. 미국 워싱턴 중심부의 내셔널몰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미국의 앞마당’이라는 별명도 가졌다. 독일 베를린에는 무제움스인젤이라는 박물관섬이 있다. 파주시는 국립박물관과 헤이리마을, CJENM 콘텐츠월드 등을 합쳐 역사문화관광 클러스터 구축도 구상 중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파주시 탄현면의 국립박물관 클러스터는 결코 꿈이 아니다.

[지지대] 주휴수당과 ‘쪼개기 알바’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지인은 요즘 고민이 많다.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5.0% 늘어 시간당 9천62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해 한 달 인건비로 600만~700만원 정도 썼는데 새해부터 부담이 더 커졌다.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201만580원이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시간제 근로자는 하루 소정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휴일수당을 받을 수 있다. 단,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근로자는 예외다. 최저임금이 2018, 2019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며 오른 이후, 매년 이에 연동된 주휴수당으로 사용자들이 부담을 호소한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급이 1만1천544원에 이른다”며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주휴수당을 폐지하면 최저임금을 받는 취약계층 근로자의 생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이다. 알바연대는 “최저임금 월 환산액이 201만580원인데 주휴수당을 빼면 167만3천880원으로 줄어든다”며 “물가상승으로 실질임금이 줄었는데 주휴수당까지 폐지하면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했다. 주휴수당 논란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는 편법으로 ‘쪼개기 알바’가 등장했다. 주 15시간 미만 일하면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알바를 여러 명 쓰면 인력 관리 등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감수하면서 시행하는 것이다. 주휴수당은 알바 쪼개기 등 초단기 근로자가 증가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경영계 주장대로 주휴수당을 폐지하기는 어렵다. 주휴수당을 법으로 의무화한 국가는 튀르키예,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등 대부분 우리보다 임금수준이 상당히 낮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나라들이라고 강조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휴수당 개선이 필요하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임금 손실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는 게 중요하다. 주휴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하는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임금이 줄지 않도록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 부담이 너무 커진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 등도 고민해 봐야 한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