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들에 대한 일반 시민의 여론은 좋은 편이 아니다. 초창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함량 미달’ ‘자질 부족’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매년 수천만원의 의정비가 아까울 정도로 활동이 미미하고, 1년에 조례 한건 발의하지 않는 의원들이 부지기수다.
지방의원들의 불ㆍ탈법, 비리도 끊이지 않고있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할 의원들이 뇌물수수, 횡령, 폭력, 사기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지경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관광성 외유 논란, 경제상황이나 지자체 재정은 아랑곳않는 의정비 인상, 의장단을 선출할 때마다 벌어지는 패싸움과 몇개월씩의 파행,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다 적발된 사례 등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지방의원의 모습보단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급급한 구태도 여전하다.
유급보좌관제 도입 비판 거세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의원의 청렴하고 공정한 직무 수행을 위해 마련한 ‘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을 상당수 지방의회가 거부하고 있는 것도 비판 대상이다. 경기도의회도 조례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국회의원에게 ‘국회의원 윤리강령’이, 공무원에게 ‘공무원 행동강령’이 있듯이 지방의회도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것인데 이를 거부하는 저의가 뭔지 의심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연내 광역의회에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 수십조원에 이르는 광역자치단체의 예산을 다루고 시민생활과 직결된 일을 하는 광역의원들에게 일할 여건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기초의회도 단계적으로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의 유급보좌관제 발표 이후, 중앙 언론은 강경한 어조로 일제히 반대하는 사설들을 실었다. ‘지방의회 유급보좌관제 도입은 시기상조’ ‘말타고 경마 잡히자는 유급보좌관 타령’ ‘유정복장관, 지방의원 유급보좌관제 발상 접으라’ ‘지방의회가 유급보좌관 없어 이 모양인가’ ‘광역의원, 유급보좌관 없어 의정활동 못했나’ …. 심지어 지방자치 활성화를 외치던 지방신문들까지 서두르면 안된다, 재고하라며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유급보좌관제에 대해 지방의원들만 찬성할뿐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시민단체 등에서 모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지방의원에 대한 이미지가 비호감인데, 잘됐다고 호응하는 이가 있을 리 없다. 애정이 없는데 달가울 리 없다. 광역의원에게 1인당 수천만원씩의 유급 보좌관을 두는 것은 열악한 지방재정을 축내는 일로 볼 수 밖에 없다.
반대 여론이 거세자 안행부는 갑자기 의정활동에 불성실한 의원에겐 의정활동비를 주지않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별한 사유없이 결석하면 해당 일수만큼 활동비를 깎고, 법규 위반 등으로 출석정지 징계를 받아도 활동비를 깎는다는 것이다. 지방의원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의정활동에 임하라는 것이지만, 의원들 입장에선 기분 나쁜 간섭이다. 지방의원들은 유급보좌관제를 쌍수를 들어 반대하는 것도, 결석하면 의정활동비를 깎겠다는 것도, 모두 언짢을 수 밖에 없다.
자질 향상 통해 신뢰회복을
하지만 이는 지방의회나 지방의원들이 지방자치의 주인인 지역주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들을 바라보는 정확한 시선이다.
자존심이 상한다면, 기분이 나쁘다면 구태를 버리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한다. 자질 향상과 자정 노력에 힘쓰고, 전문성을 키우고, 존경받는 의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신뢰가 쌓이고 존경받는 지방의원이 되면 유급보좌관은 지자체와 주민, 시민단체 등에서 먼저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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