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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칼럼] 유머로 접수하는 새해
오피니언 전미옥 칼럼

[전미옥 칼럼] 유머로 접수하는 새해

새해 들어 만난 친구의 헤어스타일이 조금 바뀌었다.앞머리를 조금 잘라 내려서 이마를 살짝 가렸다.스타일에 변화를 준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지만, 미간에 살짝 앉은 팔자주름을 가리는 효과에 가장 만족한다고 했다. 친구는 자기도 모르게 짓는 평상시 어떤 표정이 이런 주름을 만드는 것 같은데 심각하거나 힘들거나 괴롭거나 짜증스러운 일상이 많았던 건가 하면서 웃는다. 웃으니 미간 주름이 진짜 안 보인다.친구는 의식적으로 좀 긍정적이고 즐거운 생각을 하며 괜히 슬슬 웃어야겠다고 한다.친구의 선택이 달라진 헤어스타일보다 어쩐지 더 효과가 좋을 것 같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라고 했다.웃을 일이 있어야만 웃기보다 자꾸 웃으면 웃을 일이 더 많이 생긴다는 말일 것이다.웃을 일이 없으면 못 웃는다는 생각을 하는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말이다.윌리엄 제임스는 이런 말도 남겼다. “명랑해지는 첫 번째 비결은 명랑한 척 행동하는 것이다.”자기 마음을 명랑하게 갖고 명랑한 척하다 보면 명랑해진다는 것이다.이것을 두고‘가식적인 행동’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얻고 싶은 결과를 먼저 행동함으로써 정말 그렇게 되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얻고 싶은 결과를 위해서 미리 웃는 사람 중에 대표적인 사람들이 베트남인이다.의도를 알기 전엔 이들의 웃음에 화가 머리끝까지 날 수 있다.베트남 사람들은 미안한 일이 생기면 대체로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사과하면서 웃는다?’우리 상식으론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 일이지만 사과할 때 웃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사과할 때 웃는 사람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만큼이라고 보면 될까.한국인들이 베트남에서 사업하거나 일을 하는데 이런 문화를 모르면 지금 나는 화가 나있는데‘웃어?’ 하는 마음이 되면서 더 화가 난다고 한다.한국 사람들끼리라면 감정이 상해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와 완전히 반대로 상황을 생각한다.다른 문화를 가지는 것이다.실수나 잘못이 기분이 나쁜 상황이지만 그래도 웃어야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또 본인의 감정도 중요하기 때문에,웃음으로써 상대방을 배려해주고 자신도 같은 방법으로 배려받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즉 웃음을 통해 원활하게 일을 풀어나감으로써 서로 감정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얻고자 하는 결과를 위해서 웃는 건데,생각해보면 이와 맥이 좀 통하는 옛말이 우리에게도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웃는 얼굴의 힘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눈이나 입이 웃는 얼굴인 사람들이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직장에서도 나를 화나게 한 동료나 후배 중에 넉살 있고 유머러스한 사람은 오래 미워할 수 없다.화를 내다가도 어이없는 웃음이 터지고 만다.

자주 지각을 하는 부하에게 상사는 어느 날 마음먹고 그 문제로 호통을 쳤다고 한다. “자넨 도대체 시간관념이 있는 사람이야 없는 사람이야?”했더니 부하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과장님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기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근무시간에 시계 보지 말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르다 보니 집에서도 시계를 안 보게 됐거든요.”말도 안 되는 변명이지만 야단치던 사람조차 어이없어 웃게 하는 애교와 넉살이 들어 있다. 물론 이 안에는 인간적인 신뢰가 기본으로 담고 있다.

자주 웃고 농담을 나누며 상대방을 즐겁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유머를 잘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능력도 함께 갖추고 있다.그런 마음의 깊은 곳에는 인생과 세상을 너무 심각하게만 바라보지 않는 자유롭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가치관이 있기 마련이다.다른 사람의 유머를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자신이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잘 전하는 훈련을 자꾸 해보자.가족이나 친구같이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보자.안 웃기다,썰렁하다는 반응이 와도 물러서지 말고 어떻게 해야 좀 더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궁리하면서 유머를 계속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어느 순간 당신의 유머를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때가 올 것이다.그리고 당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전미옥 중부대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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