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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칼럼] ‘아무놀이’와 ‘아무싸강’
오피니언 전미옥 칼럼

[전미옥 칼럼] ‘아무놀이’와 ‘아무싸강’

봄은 왔지만, 마음은 꽁꽁 얼어 있다. 꽃은 피었지만, 꽃놀이를 할 분위기가 아니다. 대유행으로 번지는 코로나19로 세계 경제는 패닉이 되었고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어느 국가, 어느 사회,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위기를 맞아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형 항공사부터 작은 규모의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까지 오프라인은 그야말로 길어지지 않기만 바랄 뿐 일제히 ‘OFF’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오프라인이 모두 어려움을 겪는 반면, 온라인은 조금 다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으로 일상생활을 집이나 그 밖의 좁은 행동반경으로 단순화하면서 우린 더욱 온라인에 의존하게 된다. 온라인으로 쇼핑하고 온라인으로 먹을 것을 주문하고 온라인으로 영화를 보고 온라인으로 게임으로 온라인으로 정보를 나눈다. 최근에는 아동심리학자의 제안으로 SNS를 통해 어린 아이들과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영상으로 공유하는 이른바 ‘아무놀이 챌린지’가 인기다.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OTT서비스,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사람들의 이용시간이 훨씬 늘어났을 것이다.

대학은 이미 개강한 상태다. 다만 교수와 학생들은 강의실이 아닌 사이버 강의를 통해 만난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듣는 일이 익숙하지만, 온라인 강의를 만들어야 하는 교수들은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하기도 하고 미리 촬영한 것을 올리면 학생들이 보는 형식도 있지만 이런 부분에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그래도 디지털 시대이기 때문에 직접 대면 없이 이런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위로할 수밖에 없다.

멈춘 듯한 시간, 지루하고 답답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위기는 때로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다. 이럴 때 사이버강의, 이른바 ‘싸강’에서 열쇠를 찾으면 어떨까. 학생이 아니라도 지금을 어떤 공부의 기회로 잡는 것이다. 무엇을 배워도 좋다. 어떤 유형의 콘텐츠여도 좋다. TV만 해도 요즘은 양질의 교양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딱딱한 강의가 재미없다면 예능 형식의 강연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나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같은 TV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재미도 크다. 최근엔 감염병 전문가의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는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는 많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던 점에서 유익하다.

‘아무놀이’를 공유하는 것처럼 이런 시간에 ‘아무싸강’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회문제의 근원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는지 큰 통찰을 보여준 독일전문가 김누리 교수의 강연 세 편을 친구에게 공유했더니 고맙다는 인사가 돌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집에서 심심하던 차에 다 큰 두 딸과 함께 정말 잘 보았노라고, 뭔가 머릿속 엉킨 것을 풀어준 느낌이라 좋았다고 했다.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이 친구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강연을 공유하고 권했을지도 모른다.

좋은 영향력은 꼭 내가 가진 것으로만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세상엔 유익하고 좋은 콘텐츠가 정말 많다.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와 교묘하게 편협한 시각의 뉴스가 횡행하는 세상 속에서 그저 포털이 가려준 뉴스에만 시각을 고정하지 말고, 책을 정독하지는 않더라도 이런 콘텐츠를 통해서 교양과 지식을 쌓는다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어떤 문제에 개념을 갖게 되는 좋은 효과가 생긴다. 그게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건강한 쪽으로 영향을 준다면 이 사회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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