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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칼럼] 공적 기능의 아름다움
오피니언 전미옥 칼럼

[전미옥 칼럼] 공적 기능의 아름다움

고대 로마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무엇일까. 직접 로마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건축물은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했고 방송 여행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었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 정도가 아닐까 한다. 영화 속에서 콜로세움은 검투사끼리 잔인한 시합을 하거나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순교하는 장면의 배경이 되었다. 각종 정치 집회도 이루어졌고 문화 행사도 치러진 곳이지만 대체로 잔인하고 집단적 광기가 표출되는 곳으로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부정적 이미지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에서 저자는 콜로세움의 순기능을 언급하고 있다. 책 속에서는 “당시의 관점에서 보면 대제국 로마의 거대 욕망이 자칫 개인사로 변질되어 타락할 위험성을 공공사로 바꿔 표출하는 순기능도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콜로세움은 무려 450년 동안 사용했는데, 무너지고 뼈대만 남은 폐허의 모습이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선 묘하게 운치 있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추억 삼을 듯하다.

사실 국가에서 세운 건물이나 기관의 공적 기능은 평시에는 잘 몰랐다가 국가나 국민에게 어려움이 닥쳤을 때 조금 더 잘 드러나며 국민 곁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그것을 코로나19를 겪으며 여러모로 체감하고 있다. 어디에 있었는지도 몰랐던, 혹은 이 건물이 무엇인지도 어쩌면 잘 몰랐던 지역 사람들에게 공공기관 연수원이 생활격리시설로 쓰이며 가까이 다가왔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 독립적인 청으로 승격을 앞둔 상황을 고무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 외출하려고 문밖을 나섰다가 휴대전화와 지갑 이 두 가지를 잘 챙겼는데도 뭔가 허전하다면 ‘그것’을 안 가지고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마스크’다. 마스크를 챙기지 않았다면 다시 들어오게 된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원래 안 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 그런지 여전히 잊고 문밖을 나서는 때가 종종 있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어버린 시대.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평화로운 마음이 드는 건 이제 손쉽게 어디서나 마스크를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올 초 코로나19가 퍼지고 있을 때, 수많은 뉴스가 마스크 대란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취재하면서 두려움과 걱정이 컸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은 그 부분에선 안정감이 생긴다.

그러나 마스크 보급을 위한 우체국의 공적 역할은 계속 된다. 마스크 구입이 취약한 읍·면 단위 1천234개 우체국은 공적마스크 판매 기한을 연장하고 있고, 약국이나 농협이 없는 도서, 산간 지역의 우체국과 우체국 쇼핑몰은 계속 판매한다. 마스크 공적판매처로 지정된 후 1천만 개를 판매했으나 마스크 사각지대가 없도록 공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우정관리본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농어민의 판로 지원을 위해 4차례 우체국쇼핑 특별기획전과 농가 돕기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약 100억 원의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공공성, 혹은 공적 기능은 편리함, 쾌적함, 안정감, 신뢰감,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국가적 사회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아름답고 훌륭한 가치를 각각의 분야에서 어떻게 더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지 평소에 늘 고민하는 가운데 우리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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