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최자 없는 집단행사도 안전관리시스템 마련해야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참사는 인파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예고된 재앙이었다. 대참사의 주원인으로 안전관리 주체가 없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10만~13만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축제에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대부분의 행사는 주최나 주관이 있어 안전 문제를 책임진다. 그러나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 축제같은 경우 특별한 주최자가 없어 안전관리에 구멍이 생기게 된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좁은 골목에 10만명 이상이 몰렸는데 이를 통제하는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가 인파를 통제했다면 참극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주최자 없는 축제’여서 피해를 키운 것은 사실이다. 서울시와 용산구, 경찰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사흘 전 경찰과 구청 등이 모였지만 클럽·주점 내 성범죄 예방과 마약단속 등 치안 위주 활동만 논의했다. 군중 밀집에 따른 대피로 설치나 안전관리 인력 배치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자칫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만 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핼러윈 축제의 주최자가 없어 안전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는 설명은 궁색하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행사는 안전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2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됐던 2017년 핼러윈 당시 경찰은 도로 인근에 폴리스 라인을 설치해 보행자 통로를 넓히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사고 전날에도 10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려 시민이 넘어지는 등 사고 조짐이 있었다. 위험 요소가 있는데도 치안과 방역에만 신경 쓰고, 군중 밀집 대책이 소홀한 점에 대해 관련 기관은 반성해야 한다. 또 압사 참사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주최자 없는 행사나 축제의 안전을 어떻게 관리하고 책임을 질 것인지 원칙을 세워야 한다. 당정이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도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1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사고 예방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입법에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지자체도 다중밀집 행사의 선제적 안전관리를 위한 조례 제정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도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더 높여야 한다.

[사설] ‘78 대 78’ 도의회에 간 사무처장 인사권/또 안 싸우려면 이 정도 기준이 필요하다

경기도의회 사무처장 인선을 경기도의회가 갖게 됐다. 경기도는 지난달 31일 경기도의회사무처 설치 조례 시행규칙 일부 개정 규칙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되는 핵심 내용은 의회사무처장을 개방형 직위로 바꾸는 것이다. 도의회가 이를 2일 심의하고 3일 공포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무처장 공모 및 채용 절차는 도의회에서 진행하게 된다. 지방자치 정신에 입각해 지방의회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개정이다. 전국 의회에서 서울시의회에 이어 두 번째다. 타 지방의회에 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 실현이라는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사실 운영 과정에 예상되는 갈등의 소지가 없지 않다. 경기도의회는 78 대 78이라는 구도를 갖고 있다. 회기 시작 이래 도의장 선출 갈등, 각 상임위원장 배정 이견이 계속됐다. 개원도 유례없이 오랜 기간 표류했다. 최근에도 추경안 설명을 집행부가 어느 쪽에 먼저 했느냐를 두고 파행을 겪었다. 사무처장은 ‘도의회 총괄 안방지기’다. 이 자리를 두고 대립할 가능성은 많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최소한의 인선 기준이다. 여야가 공감할 수 있는 원칙이 필요하다. 하나를 꼽는다면 사무처장 직에 대한 이해도와 적응도다. 도의회 사무처장은 7개 담당관, 13개 전문위원실로 구성된 사무처 업무를 총괄한다. 집행부와의 인사 교류, 예산 편성 등의 업무가 많다. 그동안 사무처장은 일반직 2급이라는 고위직에 맡겨졌었다. 그만큼 집행부와의 역할에 비중이 컸다는 것을 반증한다. 갑(甲) 위치에서 집행부를 대하는 도의원과는 다르다. 정무적 공감력과 경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굳이 조례까지 바꾸며 변화를 준 주목적이기도 하다. 도의회는 기본적으로 정치 집단이다. 도의회의 모든 일상이 정치 행위다. 공직 경험으로만 풀어 가기 힘든 구석이 많다. 도집행부와 충돌하고 있는 작금의 추경안 갈등만 해도 그렇다. 사무처장이 도의회에서 하는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염종현 의장이 ‘정무 기능 부여’를 강조했던 것도 그런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를 이해할 능력이 꼭 필요해 보인다. 한 가지 더한다면 협치를 이끌어 낼 여건이다. 이는 도의장의 생각이 중요하다. 의장이 사무처장직을 ‘호주머니 속 인사’로 여긴다면 이 조건은 필요 없다. 무시해도 좋다. 하지만 상대 정당과의 협치, 후반기 연속성 등을 생각한다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고, 경기도에서 유례없는 ‘78 대 78 동수 의회’ 아닌가. 이 환경에 맞는 특별한 기준이 필요하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양해할 수 있는 인선이어야 한다. 도의회 사무처장은 도의회 전체를 위해 존재한다. 도의원 156명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모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수가 공감하는 조건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그 대략의 기준을 앞에 열거한 공직 이해, 정무 경험, 협치 상징으로 봤다.

[사설] 이번에는 화성시에서 성폭행범 거주 논란/법률 부조화 방치는 법무행정 직무유기다

이번에는 화성시가 발칵 뒤집혔다. 화성시의 한 지역 원룸촌에 시민들이 모였다.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거주지로 공개된 곳이다. 주민들은 ‘성범죄자와 지근거리에서 도저히 생활할 수 없다’며 퇴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박병화는 지난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20대 여성 10명을 폭행한 성범죄자다. 15년형을 선고받고 31일 만기 출소했다. 여성가족부가 이날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그의 거주지를 자세하게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주민들의 공포가 당연하다. 해당 지역은 한 대학교 후문에서 불과 1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500여m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까지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 크고 작은 공단도 밀집해 있다. 원룸촌에는 젊은 여성 대학생과 공단 여성 근로자들이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 박병화의 범죄 대상은 주로 20대 젊은 여성이었다. 범죄의 가상 피해자 그룹이란 측면에서 대단히 위험한 노출이다. 물론 박병화 가족은 관련 사실을 모두 숨긴 채 계약했다. 이번에도 시장과 국회의원 등이 항의 시위에 가세했다. 시장은 강제 퇴거할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대책 회의도 진행했다. 경찰도 비상에 들어갔다. 관할 보호관찰소와 핫라인을 구축해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여성·청소년 등 3명을 특별 대응팀으로 지정해 관리에 나섰다. 하나같이 대책 마련을 말하고는 있다. 하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 ‘나가 달라’는 촉구, ‘철저한 관리’ 약속이 전부다. 현행 법률 체계인 구멍이다. 연쇄 성폭행범의 출소 후 거주지는 공개하도록 돼 있다. 여기엔 구체적인 지번까지 포함된다. 주민들에게 알려 범죄를 사전 예방하자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위치는 전 국민에게 노출된다. 주민들의 반발이 너무도 자명하다. 이때부터 대책이 없다. 안산, 의정부 등에서 유사한 문제로 지역 사회가 홍역을 치렀다. 그때마다 법무부의 답변은 같았다. ‘법무부가 성범죄 전과자의 주거지 결정에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 무책임한 법치다. 주민 반발이 자명한 법체계를 그대로 두고 있다. 주민이 반발하고, 시장이 머리띠를 두르는 갈등을 남의 일로 본다. ‘의정부 사태’의 장본인 김근식은 별건 수사로 재구속됐다. 결코 ‘솔로몬의 지혜’가 아니다. ‘눈 감고 아웅’이다. 언젠가 출소할 것이다. 그때 가서 거주지 주민 폭동이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야 한다. 머리를 맞대면 대안은 나온다. 이걸 고민도 안 하고 법무부 따로 여성부 따로 노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출소자 집 주소를 알려줄 테니 주민들이 알아서 피해 다녀라.’ 세상에 이런 법치가 어디 있나.

[사설] ‘마약과의 전쟁’, 철저한 예방과 사후 관리 필요

지난 27일 고양특례시 KTX 행신역에서 마약에 취해 소란을 피운 20대 남성 2명을 고양경찰서는 붙잡아 이 중 1명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또한 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친구 사이로 알려진 이들은 행신역 대합실에서 맨발로 비틀거리며 돌아다녀,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마약류인 ‘케타민’을 발견해 압수했다. 이들은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최근 마약사범이 폭발적으로 증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마약은 중고생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페스티벌 공연에서 중고생을 포함한 젊은이들 사이에 암페타민과 같은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대형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은 물론 전국에 걸쳐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 검찰청과 경찰청 등에 따르면 마약사범은 2018년 1만2천613명에서 지난해에 1만6천153명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8월말까지 1만2천233명이 검거돼 빠른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마약사범의 60%가 미래세대인 20~30대 청년이라는 사실이다. 2017년 마약사범의 41% 정도가 20~30대 였는데, 지난해 약 60%까지 상승, 지난 4년 사이에 비중이 1.5배 높아졌다. 정부의 통계와는 달리 숨어있는 마약사범이 적게는 40만 명, 많게는 100만명을 상회할 것이라는 추산까지 나온다. 이에 정부는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26일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회를 개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문제가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이라는데 당정이 공감하고, 1년간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가동해 단속·예방·재활에 유기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정부는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검경 등 유관기관 내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전국적인 마약 범죄 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마약 문제는 이제 국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까지 왔다. 우선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철저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현실에 알맞은 대상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구축이 중요하다. 국가적 교육과정을 통해 어린 연령대부터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마약을 유통하거나 판매하는 불법 사범들을 경찰 등 관련 기관들이 철저하게 단속하고, 형량을 대폭 높여야 한다. 동시에 마약중독자에 대한 치료나 재활 등의 환경을 갖추도록 예산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

[사설] 90년대생들에게 이어지는 참변의 역사/안 그래도 힘든 세대인데… 왜 이렇게

지켜보는 국민마저 질식하게 만든 악몽같은 사고였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압사 참사가 일어났다. 핼러윈을 앞두고 최소 수만명의 인파가 몰린 현장이었다. 목격자들은 이태원 중심에 있는 해밀톤 호텔 옆 내리막길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폭 4m 정도의 좁은 길이다. 오후 10시가 넘어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길에서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고 전한다.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압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지옥이었다. 곳곳에서 질식 당한 피해자들이 쓰러져 있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폈으나 턱없이 손이 부족했다.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슴압박, 인공호흡에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망을 알리는 천이 곳곳에서 덮여졌다. 희생자들 대부분이 20대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이태원 일대에서는 핼러윈을 앞두고 다양한 파티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20대 젊은이들이 희생된 것이다. 더욱 초조하고 고통스러웠던 이들이 있다. 서울 지역에 사는 2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안부를 묻는 전화가 밤새 빗발쳤다. 사상자 확인에 시간이 걸리면서 가족들의 가슴은 더 타들어갔다. 서울시가 전화 20개 회선을 통해 실종자 접수를 받았지만, 20대 자녀를 둔 가족의 고통은 밤을 꼬박 새웠다. 20대 희생자 상당수가 1990년대 후반 또는 2000년대 초반 출생이다. 안 그래도 씨랜드, 세월호의 상처를 가슴에 안고 가는 세대다. 씨랜드 사건은 1999년 6월30일 새벽에 일어난 참변이다.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 ‘놀이동산 씨랜드’에서 발생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났고, 잠자고 있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생각하기도 참담한 이 사건의 희생자 유치원생 19명은 5세 전후로 1993~1994년 전후생들이었다. 또래 자녀를 둔 전 국민들이 눈물로 이 사고를 지켜봤다. 그 ‘90년대생’들이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세월호 사고가 났다. 2014년 4월15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에 배가 침몰한 참변이다.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생존했고, 304명이 사망·실종했다. 희생자들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1996~1998년생들이다. 우리 역사에 남은 최악의 인재로 기록된 사고다. 당시 사고로 전국의 90년 중반 출생 학생들과 또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아야 했다. 안 그래도 1990년대생들은 한국사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깝게는 코로나 팬데믹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취업난 등의 고통을 그대로 맞고 있다. ‘부모보다 못살게 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받아든 것도 이들이다. 이들 앞에 왜 자꾸 이런 참혹한 역사가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사설] 반인륜적 직계비속 살인도 가중처벌해야 한다

광명 세 모자 사망사건의 범인은 이 사건을 신고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광명경찰서는 26일 살인 혐의로 40대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25일 부부싸움을 했던 A씨는 아내가 외출하자 초·중학생인 두 아들을 흉기로 살해하고, 뒤이어 귀가한 아내도 살해했다. 그는 범행 후 증거를 은폐하고 “외출 뒤 귀가해 보니 가족이 숨져 있었다”며 직접 경찰에 신고까지 했으나 결국 들통이 났다. 아버지의 비정한 범행으로 또 어린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에 온라인에는 시민들의 분노와 비난이 넘치고 있다. ‘아이들이 무슨 죄냐’, ‘자식을 죽이고 어떻게 태연하게 신고를 하느냐’는 등의 반응이다.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비속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폭력에 저항할 힘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부모에 의해 폭행당하거나 숨지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지만 사회적 논의는 수년째 답보 상태다. 형법 제250조 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상해·폭행·유기·학대·체포·감금·협박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강력범죄에 대해 존속(尊屬) 대상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을 따로 두고 있다. 부모나 조부모를 살해하는 패륜 범죄를 엄하게 처벌하려는 취지다. 반면 자녀, 즉 비속(卑屬)에 대한 범행을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형법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가 있지만, 오히려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다. 자녀 살해는 별도 가중처벌 규정 없이 일반 살인사건으로 다루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같은 사례가 해마다 얼마나 발생하는지 통계조차 제대로 없다. 2016년 신원영 군(당시 7세) 사건, 2017년 고준희 양(당시 5세) 사건 등으로 비속 살인죄의 형량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긴 했지만 법제화되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효를 강조하는 유교적 관념의 영향으로 존속범죄는 패륜으로 간주해 가중처벌하고 있지만, 비속 대상 범죄에 대해 별도의 가중 형량이 없는 것은 ‘자식은 부모 소유물’이라는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자기방어 능력이 약한 어린 자녀를 대상으로 한 범행은 죄질이 나쁠 뿐더러 끔찍한 일이다. 가족 공동체를 붕괴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라는 점에서 미성년자인 비속에 대한 살해도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존속 범죄가 그렇듯, 비속 범죄 또한 단순히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비속 범죄도 당연히 가중처벌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설] 그래도, 법무장관의 의원 고소는 아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김의겸 의원을 고소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심야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대응이다. 한 장관은 25일 입장문에서 ‘유튜브 방송과 김 의원에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법사위 국감장에서 한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명과 술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등의 녹취록도 틀었다. 유튜브 방송 ‘더 탐사’는 같은 날 같은 취지의 방송을 내보냈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새벽까지 술판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함께한 일행이 법무장관 업무와 직결되는 변호사 수십명이다. 사실일 경우 불법 여부를 떠나 국민에게 주는 실망과 분노가 상당할 수 있다. 그런데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청담동 고급 바’가 어딘지 특정되지 않는다. 주장을 처음 했던 당사자는 계속 침묵이다. 녹취록의 주인공 이세창씨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설익은 상태에서 제기된 의혹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재명 리스크를 덮으려 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그렇더라도 고소는 다르다. 법무장관의 방어권으로 형사 고소가 적절한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공교롭게 같은 날 불거진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사건이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그의 아들의 병역 이탈 의혹 수사의 해석 문제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등에서는 이해충돌 관계라고 주장했다. 아들을 수사할 검사를 지휘하는 엄마의 지위를 문제 삼은 것이다. 권익위 내부에서 ‘이해 충돌의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고 한다. 이를 부당하게 바꿨다며 전 위원장이 수사 의뢰됐다. 참고할 예는 또 있다. 조국 법무장관 시절, 조 장관의 딸 입시 부정 수사가 이뤄졌다. 조 장관의 자격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국민이 법무부의 업무 처리 객관성을 의심케 하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사실 한 장관의 경우도 비슷한 논란이 있다. 검사 시절 유시민 작가를 고소했다. 장관 취임 이후에는 ‘엄벌에 처해 달라’는 취지를 공개적으로 유지했다. 조 전 장관, 추 전 장관의 그것이나 다를 게 없다. 법무 장관이 사건 당사자라는 위치는 똑같다. 우리는 이미 논평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24일 국감장에서 한 장관은 할 만큼 했다. 장관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걸겠다며 “(김의겸) 의원님은 무엇을 걸겠냐”고 다그쳤다. 다소 거칠었다는 평도 있지만 우리는 이해한다. 질의의 수준과 방식이 충분히 그럴만 했다. 하지만 형사 고소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현직 법무장관이 자기 손에 든 칼을 휘둘러 상대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아니라고 해도 현실이 그렇게 돼 있다. ‘개인 자격’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현직 장관’이라는 신분이 바뀌는 건 없다. 굳이 고소해야겠다면 장관 퇴임 후에 하라.

[사설] 산재 사고 줄이려면, 근로감독권 지방정부도 공유해야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 안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해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1월27일 이후 9월 말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443건, 사망자는 446명에 이른다. 하루 1.8명꼴로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사고자 수를 일컫는 사망사고 만인율은 지난해 0.43으로 낮아졌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29)보다 높다. 지난 21일 안성시 저온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로 작업자 3명이 숨졌다. 공사 현장 4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거푸집이 3층으로 내려앉으면서 근로자 5명이 10여m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 15일에는 평택에 있는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청년이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졌다. 이어 23일에도 SPC 계열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했다. 그 얼마 전에는 화성의 한 제약회사 공장 폭발로 청년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사고가 줄어들까 했는데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처벌 수위를 높이기보다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우리 기업들의 안전의식은 여전히 낮다. 대기업 10곳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교육을 하지 않아 최근 2년8개월간 낸 과태료가 8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통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한 처벌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질타했다. 하지만 안전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여기저기 허점이 많다는 반증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제조·건설 위주 산업구조와 원·하청 이중구조 등으로 산업재해를 줄이기 쉽지 않은 실정이지만, 후진국형 안전사고의 재발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상당수 사망사고는 안전설비 점검 등 예방활동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의 하나로 지방정부에 근로감독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 산업현장에서의 산재 예방과 감독을 규율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지자체에 산업재해 예방 책무를 부여했지만 근로감독 권한은 없다. 경기도는 ‘노동안전지킴이’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데 이는 강제성 없는 행정지도만 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이에 지방정부에도 근로감독 권한을 부여해 산업안전을 위한 적극 행정을 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재 예방에 중앙과 지방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제도 개선을 통해 근로감독권을 중앙·지방가 공유, 산재 사고의 비극을 줄여야 한다.

[사설] 아동 성범죄자가 학교주변 거주하며 활보해도 되나

전국 초·중·고 2곳 중 1곳 반경 1㎞ 안에 신상정보가 등록된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해 9월 기준 도내 초·중·고 2천492곳 중 1천332곳(53.5%) 주변 1㎞ 안에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 학부모 등 주민들의 걱정과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성범죄자의 주거지 제한은 없다. 아동 성폭행 등 전과 18범 조두순이 2020년 12월 출소해 ‘전자발찌 7년 착용’ 명령을 받았지만, 안산에 거주하는 그의 집 1㎞ 반경에 아동·청소년 시설 수십 곳이 밀집해 있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해 15년을 복역하고 출소를 앞둔 상태에서 다시 구속된 김근식이 의정부에 거주하려 했던 곳도 학교 밀집지역이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26.8%, 13~18세 청소년 대상 재범률은 34.1%에 달한다. 아동 성범죄자의 상당수가 재범자로, 출소 후 또 범행을 저질러 재수감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주민들은 주변에 성범죄자 거주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불안해하고 있다. 성범죄자가 출소 후 아동을 상대로 재범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 판결에 따라 ‘성범죄자 알림e’에 신상정보가 등록된다. 범죄 사실과 함께 이름과 사진, 거주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매번 확인해 안전조치를 하기는 어렵다. 경찰도 관리가 쉽지 않다. 1명의 경찰이 성범죄자를 수십명씩 관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업무만 맡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학부모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건, 성범죄자들의 어린이보호구역 출입 위반 건수가 연간 7천건에 달한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 서동용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다.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등의 출입 및 접근 금지를 위반한 성범죄자는 2018년 6천842건, 2019년 7천357건, 2020년 6천817건, 2021년 6천609건, 2022년 8월 현재 4천183건에 달했다. 성범죄자가 학교 주변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인데 어린이보호구역 등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사례가 연간 7천건에 달한다니 걱정이 크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들에 대한 어린이보호구역 출입, 접근 금지 명령도 전체의 30%에 그쳐 재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솜방망이 처벌로 아동 성범죄를 막기 어렵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거주 요건도 강화하고, 안전관리 대책도 보완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설] 국회는 연설 파행, 도의회는 추경 파행/경기도민이 정치 걱정하는 하루였다

25일 국회가 대통령 시정 연설 파행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장 입장을 단체로 거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 연설 청취 거부였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시정 연설 청취 보이콧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169석이 비워진 가운데 연설했다. 이날 시정 연설은 내년도 예산안의 방향과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 중요한 행사를 외면한 민주당은 본회의장 밖에 있었다. 민주당은 앞서 대통령이 입장할 때도 침묵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사과다.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을 사과하라고 했다. 한 방송이 불 지핀 논란인데 실체적 진실이 확정되지도 않았다. 당초 핵심 주장도 ‘국회 모독’이 아니라 ‘바이든 모욕’이었다. 종북 주사파 발언도 사과 요구 대상이다. 이 역시 ‘종북 주사파라면 민주당을 칭한 것일 것이다’라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검찰과 감사원의 수사·감사는 애초 대통령 사과의 대상도 아니다. 결국 다수 국민의 동의를 받지 못한 파행이다. 공교롭게 같은 날 경기도의회도 파행을 이어갔다.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불발이다. 지난 21일 제 364회 원포인트 임시회가 열렸다. 추경안 처리를 위한 회의였다. 여기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갈등을 빚었다. 직접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국민의힘이다. 추경 처리를 위한 도 집행부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버스 유류비 지원 사업과 관련된 설명을 민주당에만 했다는 점도 비난한다. 억지 냄새가 풍긴다. 추경안 하나하나는 도민 삶과 직결된다. 지역화폐 발행예산 385억원이 있다. 고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저신용, 저소득자 지원을 위한 대환 대출 예산 114억원도 있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121억원도 처리할 대상이다. 남양주 화도~운수 확포장 사업 200억원 등 장기 미추진 SOC사업 예산도 포함돼 있다. 모든 예산이 특정 계층 도민 또는 특정 지역 도민에게는 한시 바삐 지원돼야 할 예산이다. 이 중요한 사업들이 집행부를 길들이는 볼모로 쓰이는 모양새다. 파행의 원인을 무조건 탓하려는 건 아니다. 시정연설을 거부해야 한다고 믿는 국민도 있다. 임시회 파행에 이유가 타당하다고 여기는 도민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 파행 자체를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다. 시정 연설을 거부할 만큼의 대통령 잘못이 아니고, 추경안을 팽개칠 정도의 경기도 잘못이 아니다. ‘국민이 정치 걱정을 하는 나라’라는 자조가 있다. 지금이 딱 그 격이다. 도민이 국회 파행·도의회 파행을 걱정하게 만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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