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차례 위기를 넘겨 여기까지 왔는데…또 다시 이런 비극이..” 27일 오전 3시28분께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로 나이지리아 국적의 어린이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들 가족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고대안산병원. 이번 화재로 세상을 떠난 나이지리아 국적 아이들의 부모 A씨(55)와 B씨(41), 막내 아이인 1세 여아가 치료를 받고 있었다. 엄마인 B씨는 화마 속에 아이들을 두고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허망한 표정으로 말없이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화재 사고의 사망자는 11·4세 여아와 7·6세 남아로 A씨와 B씨의 자녀들이다. 거실에서 불길을 발견한 이들 부부는 막내를 대피시켰으나 다른 자녀들은 미처 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불은 출입문 부근 벽면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시작된 걸로 확인됐다. 이들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소식을 듣고 달려온 나이지리아 친구 린씨(45·여)는 “(11세 여아는) 참 똑똑하고 동생들을 잘 보는 착한 아이였다”며 “우리집에 자주 놀러왔는데 밝고 당찼다. 그런데 어쩌다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지인 등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 2009년 ‘코리안 드림’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타지 생활은 생각보다 가혹했다. 남편 A씨(55)는 오디오, 중고차 등 고물과 헌옷 등을 수거해 외국으로 수출하는 일을 하는 등 밤낮 없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곱 식구의 생계를 책임졌다. 이처럼 고된 생활이 이어졌지만 A씨 부부는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희망을 잃지 않고 다섯 아이들과 행복한 가정을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자녀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화마 사고는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21년, 이미 A씨 가족은 화재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아픔을 경험했다. 이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거처를 옮긴 이 곳에서 또다시 동일한 비극이 이어진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씨의 친구 마이클씨(58)는 “전에도 집에서 불이 나 아이가 다쳐 이곳으로 이사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버텨온 이들에게 이 같은 불행이 다시 찾아왔다는 사실이 너무 가혹하다”고 어두운 표정으로 울먹였다. 같은 날 화마가 휩쓸고 간 현장의 모습은 처참했다. 불이 났던 빌라는 1층에서 3층까지의 외벽과 계단은 불길에 잠식돼 있었던 듯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또한 화재가 난 2층 세대 안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거나 녹아있었으며 바닥엔 깨진 유리 파편들이 흩뿌려져 있어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 주민들 역시 당시 상황은 참혹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 주민 이금자씨(73·여)는 “새벽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와보니 불길이 치솟아 있었다”며 “누군가가 외국어로 ‘불이야’라고 말하는 듯 계속 소리쳤다. 소방차가 이미 와 있어서 아이들이 모두 대피한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한편 나이지리아 대사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이날 오후에 화재 현장과 유가족이 있는 병원을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 안산다문화교회, 안산 나이지리아 공동체 등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이들 가족의 장례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엔데믹 이후 첫 봄인 만큼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위해 부모님과 함께 오는 손님들도 많고…앞으로 매출이 더 늘어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4년 만에 마스크 없는 봄을 맞이해 관련 상품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의류 및 여행업계가 ‘엔데믹 특수’를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 등 기분 좋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26일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롯데백화점. 백화점 내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에는 노랑·하늘·분홍색 등 산뜻한 색감의 겉옷과 바지는 물론 등산화나 캠핑용품이 진열돼 있었다. 연인부터 가족 단위 고객들까지 손님 약 10명은 세심하게 옷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매장을 찾은 30대 김유경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걱정에 여행 다니길 꺼렸는데, 올해는 더 자유롭게 놀러 다니려 한다”며 “다음 주 가족끼리 오랜만에 벚꽃을 보러 나들이를 가는데, 그 때 입을 겉옷을 사러 왔다”고 들뜬 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용인특레시 수지구의 신세계백화점도 꽃 놀이와 등산에 앞서 쇼핑을 하러 온 손님들로 붐볐다. 다섯 살 아이의 손을 잡고 방문한 젊은 부부 등 손님들의 얼굴에선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백화점 내 입점한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매장 역시 이번 달 매출이 전년 보다 15% 가까이 증가했다. 해당 매장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본격 해제되며 손님들이 이제는 여행지를 먼저 이야기하고 옷을 추천 받기도 한다”며 “제주도는 물론 해외여행을 가는 손님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도 봄을 맞아 외출 수요가 늘어나, 맞춤형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지난달 가디건, 원피스 등 외출복 주문량은 30% 증가했고, 색조 화장품 등 뷰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아무래도 마스크 없는 첫 봄인 만큼 외출 수요가 커져 패션이나 뷰티 쪽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 업계 역시 봄 여행 수요에 즉각 반응하고 있다. 지난 25일 진해 군항제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벚꽃 축제가 열리기 시작했고, 국내 여행 전문 여행사인 ‘하늘투어’ 역시 봄꽃 여행 시즌을 맞아 하동 쌍계사 십리 벚꽃길·화개장터 당일 코레일 기차여행 패키지, 경주 벚꽃축제 국내 당일치기 버스여행 등 상품을 내놨다. GS홈쇼핑에선 구례 섬진강 벚꽃 기차여행 상품을 출시하는 등 관련 상품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시민들 역시 봄 여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가 ‘봄꽃 여행 계획’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6.2%가 국내 봄꽃 여행을 가겠다고 밝혔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국 벚꽃 축제는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것이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벚꽃 축제가 차례로 개최돼 상춘객들의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차 직전의 차가 몇 개월 동안 골목 주차 공간을 차지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3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골목. 보닛이 들려 엔진이 훤히 보이는 파란색 승용차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자동차 표면은 희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타이어 휠은 갈색으로 녹슬어 있었다. 인근 주민 박경미씨(54·여)는 “몇 개월 전부터 이곳에 계속 차가 방치돼 있다”며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어 주차 공간을 두고 매일 전쟁 중인데, 왜 견인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오산시 경기대로에도 버려진 차량이 눈에 띄었다. 회색 차량 위에는 먼지와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었고 각종 생활 쓰레기와 고철 등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이곳 근처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방치된 트럭 한 대도 녹이 슬어 고철 덩어리로 변한지 오래였다. 경기도내 주택 밀집 지역과 도로변 곳곳에 장기간 방치된 차량들이 주민들의 주차 공간까지 침범하고 있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경기도와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도내 무단 방치 차량으로 접수된 민원은 총 4만8천여건으로, 연평균 1만2천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9년 1만2천30건, 2020년 1만1천599건, 2021년 1만2천595건, 2022년 1만1천857건으로 꾸준하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차량을 타인의 토지나 도로에 2개월 이상 방치하면 강제로 폐차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민원을 접수한 지자체의 처리 기간이 지연되면서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민원 발생 즉시 차량을 견인하는 대신 자진 처리를 유도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방치 차량의 훼손도가 심하거나 번호판이 없어 차주를 찾지 못할 경우 처리 기간은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지자체는 무단 방치 차량도 사유 재산인 만큼 소유주의 재산권 등을 존중해 경고장 스티커를 부착하고, 자진 처리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무단 방치 차량을 처리하려면 주민 불편 신고 시점부터 평균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되면 자동차의 소유자가 차량 관리를 완전히 포기한 차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도 “무단 방치 빈도가 높은 곳을 중점적으로 현장 조사하겠다”고 해명했다.
“운전 중 큰 사고가 날 뻔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22일 오전 수원특례시 세류동 세류사거리 인근 도로 표면엔 길이 1m, 폭 50cm 크기의 포트홀이 연이어 발생해 있었다. 매끄러운 주변 도로와 달리 포트홀의 표면은 다 벗겨져 있었고 이곳을 지나는 자동차들은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차체가 위아래로 흔들리기도 했다. 주행하던 차가 포트홀을 피하려다 옆 차선의 차와 부딪힐 뻔한 아슬아슬한 장면도 포착됐다. 이 도로에서는 지난 17일 포트홀 위를 지나다 자동차의 타이어가 찢어지고 휠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 차주 김동호씨는 “도로를 지나는데 굉음과 함께 차가 크게 흔들리며 동승자가 차 유리에 머리를 부딪혔다”며 “그 길은 화물차나 버스 등 대형차도 많이 다녀 안전에 더욱 유의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안양시도 상황은 마찬가지. 평촌공원 인근 도로에는 포트홀을 보수한 땜질 주위로 또다시 손가락 두 마디 깊이 만큼 도로가 움푹 패어 있었다. 안양에서 의왕으로 가는 방향의 경수대로 역시 성인 남성 주먹 크기의 포트홀부터 지름 30cm가 넘는 포트홀 등 도로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다. 포트홀 주위로 도로가 거미줄 모양으로 갈라져 있기도 했다. 해빙기를 맞아 도내 도로 곳곳에 포트홀이 늘어나면서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접수된 포트홀 발생 건수는 2020년 6만8천78건, 2021년 6만8천950건, 2022년 6만6천223건으로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6만7천여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작은 포트홀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포트홀은 도로 위 지뢰와 같다. 자동차 바퀴가 빠지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오래되거나 품질이 안 좋은 도로에는 해빙기와 장마철에 포트홀이 생길 수밖에 없어 지자체의 꾸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도가 관리하는 도로는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보수하고 있고 ‘도로 모니터링단’ 운영 및 도에서 발주하는 아스팔트는 공사 시 동영상 촬영을 의무화해 포트홀 원인 중 하나인 부실 공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시군과 협력해 도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화호가 ‘생명의 호수’로 살아난 뒤 이처럼 검붉은 색 물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21일 오전 8시50분께 안산시 상록구 사동 시화호 상류지역은 마치 검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았다. 이곳에서 만난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씨(69)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라는 오명을 받고 있을 당시의 색깔과 비슷해서다. 앞서 지난 17일 오후 안산갈대습지 장전보에서 하류 방면 500~600m가량 시화호 쪽으로 내려간 지점에서 처음 목격된 검붉은 색의 물은 5일이 지난 현재 시화호와 안산천이 합류하는 시화호 방향으로 3㎞가량 떨어진 하류 지점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조력발전소 운영으로 시화호 내 물이 이동하면서 간장 빛깔의 물이 시화호 상·하류를 왔다 갔다 하면서 확산은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사정은 이런데도 안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관리 책임을 서로 전가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지난해 10월 시화호 상류 반월·동화·삼화천 인근서 이뤄지는 도시개발사업을 위한 공사현장으로부터 발생한 모래와 흙 등이 빗물을 타고 시화호 상류로 유입된 것을 이 같은 현상의 주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이곳에 유입된 모래 등 토사가 시화호 상류 2~3㎞가량의 갯벌을 70㎝ 두께로 뒤덮으면서 갯벌에서 서식하는 갯지렁이와 패류 등 수생생물들이 폐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화호 상류에서 유입되는 물은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여기에 다양한 부유물의 유입은 되레 많아진 데다 최근 온도가 높아지면서 오염 현상이 가속화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종인씨는 “지난해 10월 시화호 상류에 유입된 토사로 간척지가 썩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동안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 탓도 있다”며 “이렇게 시화호의 생태계가 주변 환경으로 급속도로 오염되면 시화호 상류는 물론 시화호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화호가 더 망가지기 전에 시화호 유역 지자체들이 개발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협의체 구성 등을 모색해야 한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water 관계자는 “검붉은 물이 발생한 지역은 공유수면으로 안산시가 위탁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산시 관계자는 “갈대습지 인근에 설치된 장전보 하류는 시화호에 속하는 곳으로 K-water가 관리하는 지역”이라며 “점용에 대한 권한이 K-water에 있어 K-water가 관리하는 게 맞다”며 “갈대습지 및 경기가든에서 발생한 것으로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원인 파악을 위해 드론을 활용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매일 두 번씩 소독하고 관리도 철저히 했는데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답답할 따름입니다.” 20일 오후 2시20분께 포천시 영중면 영송리 A농장. 방역초소 2곳을 지나야 겨우 접근이 가능한 이곳 농장에는 왕래하는 인적도 없고 차단방역을 위해 파견된 가축위생방역 지원본부 방역사들만 출입구를 막고 통제하고 있었다. 농장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하얀 생석회가 무수히 깔려있었고, 77곳에 달하는 인근 농장으로의 전파를 막으려는 포천시 축산 담당 공무원들의 소독과 인원 통제 손길만 분주하게 오갔다. 농장에 도착하자 주변을 빙 둘러 설치한 펜스가 삭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겹겹이 둘러져 있는 펜스 안에서는 조사관들이 발생 원인을 찾기 위한 활동과 함께 살처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ASF 발생 통보를 받은 장영규 대표(67)는 하염없이 하늘만 올려다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당 농장에선 돼지 1만2천842마리를 사육 중이다. 이 중 50마리가 폐사해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에서 정밀검사를 시행한 결과 ASF가 확인됐다. 장 대표는 “방역에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어떻게 우리 농장에서 ASF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자식처럼 키웠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망연자실해 했다. 이 농장을 오가며 일했다는 축분차 운행기사 강종훈씨(63)도 출입이 통제된 A농장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성였다. 그는 “당장 농장 일을 하지 못해 생계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해당 농장에는 현재 직원 14명이 근무하고 있고 인근에 근로자들의 숙소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에 있는 근로자들은 농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농장 안에 있던 일부 근로자들은 식사를 외부에서 공급받는 등 격리된 상태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ASF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농장에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농장 출입을 통제하고 소독과 역학조사 등 긴급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또 전파 차단을 위해 이날 오전 5시부터 22일 오전 5시까지 48시간 경기·인천과 강원 철원지역 양돈농장 및 도축장, 사료공장 등 축산 관계 시설 종사자와 차량에 대해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내렸다. 중수본은 해당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는 긴급행동지침 등에 따라 살처분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1월5일 포천의 한 농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ASF가 발생했고 강원 철원(1월11일), 김포(1월22일), 강원 양양(2월11일) 등지에서 각각 ASF 확진 사례가 나온 데 이어 이날 다시 포천에서 ASF가 확인됐다.
20일부터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경기지역 대다수의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쉽게 벗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버스나 지하철에 오르기도 했지만 마스크를 쓰는 것이 습관화됐고 밀집 지역에서의 감염 우려 때문에 ‘노마스크’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20일 오전 8시30분께 수원특례시와 안산, 인천시를 오가는 어천역. 20여명의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지하철 문이 열리고 빈틈 없이 지하철 자리가 채워져 있었지만 마스크를 벗은 시민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전동차 두 칸에 시민 50여명 가운데 마스크를 벗은 승객은 딱 2명이었다. 수원에서 안산까지 출퇴근을 한다는 김한수씨(38)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습관이 돼서 아직은 벗는 게 더 어색하다”며 “미세먼지도 그렇고 집에 아이도 있어 아직까지는 출퇴근 시간에 마스크를 써야 안심된다”고 말했다. 지하철 뿐만 아니라 버스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원에서 서울까지 가는 7770번 버스에서는 모든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의왕으로 출퇴근 하는 이현주씨(28·여)는 “버스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첫 날이라 마스크 없이 버스에 타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조금 민망해 다시 마스크를 썼다”며 “아직 언제 어디서 감염될 지 모르니 당분간 쓰고 다닐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천지역의 대형시설과 대중교통 승강장의 모습도 비슷했다. 인천터미널 앞 택시 정류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택시에 올라탔다. 인천 남동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마트와 마트 내 약국을 이용하고 있었다. 김창희씨(72)는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너무 아팠던 기억이 있다”며 “이젠 감기조차도 걸리기 싫어서 마스크를 벗으라고 해도 안 벗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마스크에서 자유로워진 시민들은 홀가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성에서 용인으로 학교를 다닌다는 유재훈씨(25)는 “왕복 2시간을 지하철을 타고 등교를 하는데 마스크를 오랫동안 쓰고 있어서 너무 답답하고 불편했다”며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 괜히 눈치도 보이고 어색하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서 편하다”고 웃어 보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해제 시기가 적절하다고 본다”면서도 “대중교통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 미세먼지 때문에 시민들도 당분간 쉽게 마스크를 벗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부터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과 마트, 역사 등 대형시설 내 개방형 약국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지난 2020년 10월 이후 약 2년5개월 만이다.
“사람은 커녕 개미 한마리 보이질 않습니다.” 18일 오후 2시께 시흥시 정왕동 소재 아쿠아펫랜드. 이곳에서 만난 부동산업계 관계자 A씨(56)가 해당 건물 1층 내 텅빈 상가를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지적처럼 공인중개사 사무실과 내부공간 공사인력 일부를 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인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쿠아펫랜드는 총 사업비 900억원 중 보조사업으로 국·도비 포함 150억원이 투입돼 연면적 6만3천563㎡(지상 5층, 지하1층), 보조동(지상 4층, 지하 1층) 등이 지난해 10월 준공됐으며, 다음달 개관할 예정이다. 향후 관상어산업 지원동,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등으로 운영된다. 해당 건물은 앞서 지난해 10월 임병택 시흥시장을 비롯해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 등 정부·경기도 관계자, 관상어산업협회, 신세계건설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갖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당시 시는 아쿠아펫랜드 조성으로 연간 116억원의 수입대체 효과와 연간 25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갈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아쿠아펫랜드 개관을 목표로 내부공사가 한창이지만 근린생활시설로 분양한 4개동 1층은 90% 이상 비어 있다.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1층 상가는 입주가 전무한 실정이다. 상가가 활성화되려면 족히 수년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업시설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수분양자 B씨는 “계약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계약금을 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쿠아펫랜드 관계자는 “현재까지 점포 20여곳에 대한 계약 포기 물량을 받았다. 기존에 들어간 홍보비 등 비용이 있어 계약금은 당연히 위약금으로 귀속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계약 포기 민원이 많은 건 사실”이라며 “민원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아직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무인점포인데 소화기도 없다니…불이라도 나면 대형 화재로 번질 것 같아 불안합니다.” 지난 17일 오전 10시께 의왕시 삼동의 한 셀프빨래방.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선 대형세탁기와 건조기 10대가 24시간 가동되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적정량보다 많은 세탁물은 건조 시 타버릴 수 있다’는 주의사항이 붙어 있었지만, 매장 어디에도 소화기는 보이지 않았다. 이진우씨(27)는 “셀프빨래방을 자주 이용했지만, 소화기가 없다는 것은 몰랐다”며 “세탁기에 라이터라도 잘못 들어가면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냐”고 우려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효원로. 400여m 길 위에는 무인 사진관이 9곳이나 들어서 있었다. 16㎡(약 5평) 남짓한 공간에는 가발과 털모자 등 불에 잘 타는 촬영 용품이 가득했고 머리단장용 고데기가 켜진 채 방치돼 있었다. 더욱이 근처 무인 사진관 모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소화기가 없는 곳도 상당수였다.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 등으로 급속하게 늘어나는 무인점포가 화재 예방에 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세탁소와 무인 사진관 등은 별도의 소방시설 설치 규정이 없기 때문인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상위 6개 사업자의 무인세탁소 가맹점 수는 2016년 3천86개에서 2020년 4천252개로 약 38% 증가했다. 또한 KB국민카드가 발표한 소비트렌드를 보면 지난해 신규 무인 사진관 비중은 전년 대비 54% 늘었다. 현행 다중이용업소법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은 소화기와 경보장치 등의 화재 예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안전시설 정기 점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무인세탁소와 무인 사진관 등 무인점포는 다중이용시설에 포함돼 있지 않아 현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소방법 적용도 받지 않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무인점포가 화재 위험성이 높은 만큼 소방시설 설치 등으로 화재·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무인점포 영업주 모두에게 소방안전교육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며 “무인점포는 24시간 운영되는 곳이 많고, 손님이 없을 때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 자동식 소화설비인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도내 10종 무인점포를 대상으로 현황조사 및 화재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수조사 결과상 화재 안전 등급이 낮은 무인점포는 주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새벽마다 집 앞에 불법으로 밤샘주차 된 트럭들이 공회전을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15일 오전 4시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 한 아파트 인근 도로. 도로 3차선은 10여대의 대형 화물차들이 빼곡히 불법 주차돼 있는 상태였다. 이 화물차들과 아파트의 거리는 고작 10m 정도로 가까운 거리. 새벽에는 운전사들이 화물차를 몰고 나가기 전에 10여분간 시동을 걸어 공회전을 한다. 이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은 매일같이 소음과 매연에 시달리며 강제 기상을 하기가 일쑤다. 또 이른 저녁부터 밤샘 주차 중인 화물차들은 시야를 가려 주민들의 버스 승차도 어렵게 하고 있다. 주민 이옥순씨(85)는 “새벽마다 화물차 때문에 잠을 깨곤 해 괴롭다”며 “주택가에 화물차를 주차하지 못하도록 전용 주차장을 멀리 만들어 주던가 대책을 세워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날 새벽 남동구 논현동 남동근린공원 인근 도로 상황도 마찬가지. 공원 옆 도로에는 화물차 22대, 특수차량 4대가 늘어서 있었다. 건너편 도로에도 12대의 트럭이 긴 줄을 만든 채 일렬종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 주민 나경연씨(43)는 “아이들도 다니는 길인데 화물차들 때문에 불안하다”며 “주택가 도로가 화물차 주차장으로 둔갑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지역 주택가 도로가 대형 화물차들의 밤샘 차고지로 활용되며 이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지역 등록 화물차는 총 3만3천633대다. 그러나 화물차 주차공간은 공영차고지 3곳(540면), 공영주차장 17곳(2천134면), 민영주차장 22곳(2천86면) 등 모두 5천560면에 불과하다. 등록 화물차 대비 주차공간은 16.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해마다 화물차 불법주차 단속 건수도 4천~5천건에 이른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화물차는 차고지 등 정해진 곳에서만 밤샘주차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화물차가 자정 12시부터 오전 4시까지 1시간 이상 차고지 아닌 곳에 주차할 경우 5일간 운행정지 또는 5만~2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1.5t 이상의 화물차를 등록하려면 차고지를 증명해야 하지만, 대부분 먼 곳 차고지로 등록하고는 주택가 도로 등에서 불법 밤샘 주차를 하는 것이다. 조정재 화물연대 인천본부 사무국장은 “차고지가 너무 없어 불가피하게 불법 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 같은 불법 주차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하루 빨리 화물차 주차 공간을 확보해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 화물차 주차장 조성이 계획돼 있지만 주민 반대로 늦춰지고 있다”며 “하루 빨리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선거철마다 투표 장소를 확인하면 한숨만 나옵니다.” 14일 선거 때마다 투표소로 쓰였던 용인특례시 기흥구의 한 대학교. 정문에서 가파른 언덕을 200여m 올라가니 투표소로 쓰였던 건물이 있었다. 건물 입구에서 계단 수십 개를 올라 2층에 도착하고 나서야 투표소로 쓰였던 장소가 보였다. 20년 전 척추 장애 판정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임지숙씨(가명·84·용인시)는 “승강기도 없는 건물인데 1층이 아닌 다른 층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은 이동약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투표소가 지하 1층에 설치돼 있었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정문 입구에 있는 경사로는 휠체어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고 건물 내부에는 승강기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령자·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접근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투표소가 도내에 50곳 가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나 평등하게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투표에서 이동약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투표소 접근 편의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2022년 3월9일)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22년 6월1일) 당시 도내 ‘지하 또는 2층 이상 승강기 미설치된 곳’의 투표소는 각각 42곳과 47곳에 달했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라 투표소는 이동약자의 접근 편의성이 확보된 곳에 설치돼야 하나 ‘원활한 투표관리를 위해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투표소의 접근성 개선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더욱이 한번 설치된 투표소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설치 장소가 변경되지 않기 때문에 이동약자들은 매번 선거때마다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경기도 선관위 관계자는 “이동약자의 편의성 개선을 위해 대형기표대 설치나 높이조절 기표판 부착 등을 하고 있다”며 “답사 등을 통해 장소를 추가로 확보하고, 더 많은 곳에서 이동약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투표 참정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투표소 장소 확정 공고는 통상 각 지역의 선관위를 통해 투표 10일 전 공고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소는 내년 3월 말께 확정돼 공고될 예정이다.
“세탁서비스요? 처음 들어봅니다.” 12일 오전 10시께 인천 동구 만석동의 한 쪽방촌. 안면장애와 지체장애를 동시에 앓고 있는 조명옥씨(75) 방 한켠에 겨울철 묵은 빨래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곳 쪽방촌에는 공용세탁기가 있긴 하지만 빈 시간을 맞추기 어렵고, 그마저도 조씨는 몸이 불편해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씨는 “특히 두꺼운 이불이나 겨울 옷은 잘 마르지도 않아 세탁을 미룬다”며 “인천시에서 (세탁서비스라는 걸)문자로라도 알려줬으면 진작에 이용했을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같은 날 남동구 구월동의 한 원룸에 사는 이영내씨(77)도 마찬가지. 당뇨와 뇌경색을 앓고 있는 이씨는 “직접 빨래하기가 어려워 대부분 그냥 쌓아두고 다시 입는다”고 말했다. 기초수급자,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인천시의 ‘찾아가는 세탁서비스’가 겉돌고 있다. 대상자들 대부분이 서비스를 알지 못하는 데다 관련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서다. 시는 지난 2018년부터 인천지역 취약계층의 세탁물을 직접 수거해 세탁한 뒤 배송하는 ‘찾아가는 세탁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은 탓에 이용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서비스 대상 가구 8만3천603가구 중 세탁서비스를 이용한 가구는 3천372가구(4.03%)에 그쳤다. 반면 세탁서비스 대상이 되는 취약계층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 7만8천850가구이던 서비스 대상 가구는 지난해 8만3천603가구로 늘어났다. 이 같은 상황에도 시는 더 많은 취약계층에게 서비스를 알리기는커녕, 4년째 약 4천가구에만 세탁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예산을 유지하고 있다. 세탁서비스 예산은 2020년 2억6천만원, 2021년 3억원, 2022년 3억원, 올해 3억1천만원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세탁 서비스로 외부 접촉을 늘리고, 복지사각지대에 처한 취약계층도 찾을 수 있다”며 “지자체가 홍보를 강화하고 사회적 기업과 연계해 서비스 대상을 늘리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서비스 신청자 수가 매년 비슷해 예산을 유지한 것”이라며 “복지기관과 연계해 서비스를 널리 알려 신청률을 높인 뒤 예산 증액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별 생각없이 걷다가 아래로 수십미터가 뚫린 환기구 위에 서 있는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10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인도. 보행자가 많이 지나다니는 이 곳엔 인도와 같은 높이인 환기구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그대로 노출해 있었다. 고작 환기구 각 모서리에 시선유도봉 만 설치해놓은 탓에 시민들은 무심코 환기구 위를 걸어다녔다. 이 곳 환기구는 철망 아래로 30m 깊이로 뚫려 있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우지현씨(69)는 “무심코 환기구 위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많지만 이를 제지할 제대로 된 장치는 없다”며 “낙상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가 시급해 보인다”고 불안해 했다. 같은 날 부평구 부평동의 한 인도도 마찬가지.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환기구 위로 시민들이 통행하고 있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밖에서 환기구 위로 다니는 사람을 보고 위험하니 옆으로 비켜가라고도 한다”며 “가끔 환기구 추락사고 뉴스를 접하면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인천 인도 곳곳에 안전장치가 미흡한 환기구가 남아 있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환기구는 바닥으로부터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덮개 등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인천에는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은 환기구가 그대로 방치해 있다. 이 규정은 2015년 이후에 설치된 환기구에만 적용되는 탓에 지자체들이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천시와 인천 군·구 등은 환기구 안전장치 설치 여부는 물론, 환기구 수 등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주민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시선유도봉 등 임시방편으로 조치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기구 추락 사고는 큰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2015년 이전에 설치한 환기구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10월22일 중구 을왕동의 한 공사장에서는 노동자가 환기구 아래로 떨어져 목과 다리를 크게 다쳤다. 또 지난해 9월 부산에서는 에어컨 실외기 철거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환기구 아래로 추락해 숨지기도 했다. 조흠학 인제대학교 보건안전공학 교수는 “환기구의 깊이는 20~30m로 추락하면 발견도 구조도 어렵다”며 “지자체에서 임시방편이 아닌 보행자 접근을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동구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안전을 보완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부평구 관계자도 “시민 불편이 있다면 현장 점검을 나가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시화호를 되살린 안산갈대습지가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해 말라버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시화호의 수질 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조성한 안산갈대습지가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육지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시화호의 환경 오염 우려는 물론 멸종생물의 서식 활동도 위협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8일 오전 10시30분께 안산시 상록구 안산갈대습지의 저습지 지역. 습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의 양이 줄어들어 있었다. 또한 습지 안에는 2~3m까지 무성히 자란 갈대 등 습지식물과 토사물 등 부유물이 빽빽하게 쌓인 채 방치돼 있었다. 이곳의 수위는 지난해보다 약 60㎝ 줄어들었으며 이 같은 현상은 저습지 4~5곳과 고습지 3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갈대습지엔 멸종위기 동물인 수달과 수상식물 290종, 철새 15만마리 등이 서식 중이어서 이들 생물에 대한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매일 17마리까지 모습을 드러냈던 수달은 올해 1~2마리만 겨우 발견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날 안산시에 따르면 안산갈대습지는 정부의 시화호 수질개선 종합관리대책에 따라 시화호 상류 지천을 통해 유입되는 오염수를 자연정화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1997년 한국수자원공사가 시화호 상류 103㎡ 면적에 사업비 268억원을 들여 완공, 2002년 5월 개장했다. 이후 2014년 4월 관리 주체가 안산시와 화성시로 이관됐으며 안산시의 경우 2020년 안산환경재단에 관리를 위탁했다. 안산시와 화성시를 지나는 반월천·동화천·삼화천의 물이 이 갈대습지를 거친 뒤 시화호로 유입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이같이 습지 안에서 갈대 등의 습지식물이 무분별하게 자라고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점을 육지화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씨는 “갈대습지의 물이 빠져나가 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부유물이 쌓인 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계속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습지의 제기능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어렵게 자리 잡은 수달과 저어새 등 멸종위기 동물들도 서식활동에 위협을 받아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산시 관계자는 “겨울철에 하천에 물이 얼어있고 수문을 가동하기 어려워 매년 봄철이면 수위가 낮아지곤 한다”며 “현재 환경재단과 함께 수위를 높이기 위해 용수를 공급을 하고 있으며 갈대는 한 번에 제거할 수 없어 순차적으로 제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피 방송이 불이 다 꺼진 후에 나오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 6일 오후 8시52분께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아파트 주민 1명이 숨지는 등 64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화재 대피 안내 방송이 40분가량 지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화서동의 아파트 화재 현장. 이날 소방·경찰당국은 화재 당시 1층 세대 주방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합동감식을 진행 중이었다. 불이 난 아파트 내부를 살펴보니 주방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게 탔으며 냉장고와 창틀은 녹아 내린 상태였다. 또한 6층 창문 까지 검게 그을린 자국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말해주는 듯 했다. 불은 30여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불이 1층에서 발생한 탓에 연기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서 피해가 커졌다. 1층 주민 여성 A씨(54)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남성 B씨(60)는 해당 아파트 15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10층 주민인 B씨가 연기를 피해 옥상 쪽으로 대피하려다가 연기를 흡입해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민 62명이 연기 흡입을 하는 등 부상을 당했다. 문제는 아파트 대피 안내 방송이 불이 완전히 꺼진 후에 나갔다는 것이다. 당시 불은 오후 9시28분께 완진됐지만 대피 안내 방송이 처음 나간 것은 오후 9시33분이다. 이날 주민들은 검게 탄 아파트를 지나가며 방송이 늦어져 대피를 할 수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곳 주민 이하진씨(가명·35·여)는 “오후 9시30분쯤 아이들을 재우고 두 번 연속 연기가 나오고 있으니 집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을 들었다”며 “근데 이미 그 전에 불이 났는데 불이 꺼지고 나서야 방송이 들려 어디로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화재가 나면 자동으로 화재 발생 경고음이 나간다”며 “이후 9시33분께 세대 내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게 집 안에서 대기 하고 있으면 구급대원이 구출할 것이라고 방송했다”고 전했다.
“평생을 일군 삶터가 잿더미로 변했지만,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6일 오전 10시께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에서 만난 피해 상인 호우현씨(75)는 잿더미로 변한 점포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화재로 전기가 끊긴 가게 앞에서 쪽파를 다듬으며 손님 맞이 준비에 나섰다. 생계 터전을 잃은 직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호씨는 의연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호씨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42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해 아들 2명을 키웠다”며 “가게가 하루 아침에 사라졌지만, 장사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재기의 의지를 다졌다. 호씨 뿐만이 아니었다. 그을린 벽면, 아직 마르지 않은 바닥의 물기, 무엇보다 엿가락처럼 녹아 휘어진 가게 철골 구조 등 화마가 할퀴고 간 참사 현장에 시장 부흥 재건을 위해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들은 잿더미가 된 가게를 오가며 쓸 수 있는 집기류 등을 찾아내 인근 공영주차장과 시장 내 빈 공간을 찾아 임시 좌판을 마련해 장사 준비를 시작했다. 야채 도매 상인 임옥수씨(62)는 “상가가 불에 탔지만 이 곳을 찾는 단골 손님들을 외면할 수가 없다”며 “무와 양배추 등 아침부터 받아 온 식재료들을 시장 한켠에 쌓아놓고 손님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상인들이 좌절하지 않고 다시 영업 재개에 나서며 이날 상인회 사무실에 마련한 피해접수센터에는 판매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대부분 상인들은 화재로 전기가 끊겨 당장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임시판매공간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의 싹이 돋고 있지만 불안도 공존하고 있었다. 상인 대부분이 민간보험이나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전통시장화재공제보험에 가입해 있으나, 현실적인 보상이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현장감식도 끝나지 않아 정확한 피해 규모도 파악할 수 없다며 답답해 하기도 했다. 여기에 방화로 인한 화재라 보험금이 100만원 밖에 안나온다는 소문은 상인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박기현 현대시장상인회장은 “상인들은 대부분 수십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 하던 사람들”이라며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생계를 꾸려나가는 상인들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복구작업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인천 현대시장에서는 지난 4일 오후 11시38분께 큰 불로 점포 205곳 중 47곳이 불에 탔다. 경찰은 현대시장 일대 5곳에 불을 지른 혐의(일반건조물방화)로 40대 용의자 A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소나무 잎이 붉은색을 띄는데…소나무는 365일 내내 잎이 푸른 상록수 아닌가요?” 5일 오전 11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송도 센트럴파크 안의 소나무 산책로. 산책로에는 수십그루의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산책로 시작 지점부터 푸른색이 아닌 붉은색 소나무가 흉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소나무들은 잎이 붉고 바싹 말라 있다. 주민 김철희씨(56)는 “이 공원은 사계절 내내 푸른 소나무를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요즘 붉게 변한 소나무가 보인다”며 “많은 소나무가 붉어지며 고사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공원의 일부 소나무들이 잎이 붉게 변하면서 고사하는 ‘잎마름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병에 걸린 소나무는 일부지만 이 곳 4천여 그루 소나무들도 똑같은 생육 환경에 있어 피해 확산이 우려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날 인천시설공단에 따르면 공단이 최근 나무 의사를 통해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잎마름병’이 의심되는 소나무 40그루를 진단한 결과, 소나무 4그루가 ‘잎마름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잎마름병에 걸리면 잎이 갈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떨어져 생장이 멈춘다. 또 2차적인 병원균이나 해충의 피해에 쉽게 노출되고 감염이 심하면 완전히 말라 죽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잎마름병의 원인이 부적합한 생육환경 때문이라는 점이다. 현재 송도 센트럴파크 공원은 소나무 뿌리 부분의 흙에 물이 자주 고여 있어 매우 습하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원이다보니 배수가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흙의 통기성이 떨어져 소나무 뿌리가 정상적으로 호흡을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잎마름병에 걸린 소나무 인근 40여 그루의 나무를 비롯해 공원 전체 4천183그루의 상록수 교목들이 같은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시적인 병해충 방제 작업에 그치는 현재의 관리 체계로는 잎마름병을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나무들의 지속적인 생육환경 조성을 위한 토양 관리나 영양 공급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상태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은 “소나무는 습한 곳에서는 정상적인 뿌리 활동을 하지 못해 배수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센트럴파크와 같이 배수가 잘 안 되는 곳은 지자체가 배수로 정비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병든 소나무 주변의 흙을 새로운 마사토로 바꾸고 주변 소나무들의 흙도 점차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방점검도 소용없고, 스프링클러와 소화전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5일 오전 8시께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 지난 4일 자정께 발생한 화재로 점포 212곳 중 55곳이 불에 타, 검게 그을린 재와 엿가락처럼 늘어난 기둥으로 변했다. 주말을 맞아 손님으로 북적여야 할 이곳은 화마가 지나간 자리의 검은 재만 남았다. 화재 소식에 새벽부터 모여든 상인들 표정에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피곤함이 역력하다. 상인들은 검은 재로 변한 생필품과 제품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상인 대부분은 인천시와 동구, 중부소방서 등에서 1년에 6번의 화재 안전점검을 하면서도 이 같은 큰 피해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린다. 일부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등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그 동안의 안전점검이 ‘형식적인’ 점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곳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황수여씨(77)는 “통로가 좁아 바깥에서 호스를 가져와 불을 껐다”며 “가게로 불이 번질까 봐 밤새 뜬 눈으로 지새웠다”고 했다. 이어 “불이 나면 큰일 날 곳이었는데, 여태 방치하다가 이 꼴이 난 것이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인 염창석씨(65)는 “스프링클러랑 소화기가 있어도 한순간에 아케이드에 불이 붙어 소용 없었다”며 “하루 아침에 25년 동안 일군 삶터가 사라졌다”고 했다. 인천 현대시장은 지난해 6번에 걸쳐 안전점검을 받았으나 화재가 발생하면 큰 불로 퍼지는 아케이드 속 인화성 물질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현대시장 아케이드를 이루고 있는 물질은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과 ‘폴리카보네이트(PC)’ 등 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46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과천 방음터널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물질과 같은 ‘인화성 물질’로 분류된다. 당시 현대시장은 비상유도등과 일부 구간의 소방차 진입로 확보에 대한 계도만 받았다. 특히 상인들은 소방차 화재 진압 시 일부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20여분 동안 불이 번지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증언도 내놨다. 이날 한 상인은 “소방차 물이 떨어져서 소화전을 사용해야 했는데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아서 20분 동안 불이 번지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상인들은 한 순간 재로 변한 삶의 터전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4년 동안 슈퍼를 운영한 문경훈씨(50)는 “냉장고가 녹아내리고, 물품이 전부 타서 1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었다”며 “보상액은 100만원 뿐이라는 소리에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이들 상인 대부분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전통시장화재공제보험에 가입했으나 방화에 의한 피해 보상액은 100만원이 전부이다. 문씨는 “가게 안에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아서 새벽에 3시간 동안 같이 불을 꺼야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 호우현씨(75)는 “42년 동안 여기서 채소를 팔면서 아들 2명을 키우고, 손자까지 키우고 있는데 이곳이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며 주저 앉기도 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전통시장화재공제보험은 ‘매장의 과실'로 불이 나면 피해를 입은 다른 매장에게 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방화로 인한 화재의 경우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기현 현대시장상인회장은 “공단측에 문의 했을 때 화재 원인이 방화라 지급이 어렵다고 답변을 받았다”며 “인천시와 정부에서 하루 빨리 보상금 관련 답을 주고, 임시 판매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동구 현대시장 화재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상인들의 화재 피해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인천지역의 전통시장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 이 같은 화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인천지역 전통시장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지난 2018년 4건, 2019년 3건, 2021년 11건에서 지난해에는 16건으로 증가 추세이다.
“월세도 오르고 식비도 너무 부담이 되니, 하숙이 답이죠.” 3일 오후 4시께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인하대학교 인근 주택가. 최근 들어 이 곳 주변에선 ‘하숙’이라고 쓰여진 간판들이 여기 저기 보이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 밀려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하숙집이다. 그러나 최근 하숙집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다시 등장한 것이다. 개강이 임박한 이날에도 하숙집을 구하러 다니는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김규훤씨(21)는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4시간이 걸려 기숙사를 신청했으나 더 멀리서 온 학생들에 밀려 하숙을 찾게 됐다”며 “처음 원룸을 알아봤지만 월세와 관리비·가스비 등을 포함하면 월 60만~70만원이 들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숙집이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아 대부분 차서 겨우 월 55만원짜리 하숙집을 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새학기를 맞은 인천지역 대학가에 자취를 감췄던 하숙집들이 재등장하며 학생들의 선호 주거장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인기를 끌던 원룸 등이 최근 월세 등 주거비용에다 식비까지 크게 올리면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하숙집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인하대 인근 원룸들은 대개 월세 40만~50만원에 관리비는 5만~10만원이다. 전기·수도·가스 등 생활요금은 별도다. 가천대학교 인근도 월세 30만~40만원에 관리비 10만~20만원선이다. 이에 비해 하숙집은 1달에 50만~55만원을 내면 관리비나 생활요금 등 추가 지출이 없다. 특히 하루 두세끼씩의 식사도 포함해 있다. 크게 오른 음식점 식비나 식재료값 걱정도 덜어준다. 인하대 후문에서 하숙집을 운영 중인 이모씨(56)는 “얼마 전까지는 하숙을 찾는 학생이 없어 이 곳 하숙집들이 다 문을 닫거나 원룸으로 개조했다”며 “요즘은 방이 다 찼는데도 학생들이 계속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대학가 하숙집의 재등장은 주거비와 식비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부담을 느낀 학생들이 따로 보증금을 마련하지도 않고 매월 50만~60만원만 내면 되는 하숙집을 선호하는 것이다. 공인중개사 박모씨(47)는 “2~3년 전만 해도 관리비 포함 35만원이면 대학가 근처에 원룸을 구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2배 가까이 올랐다”며 “고물가 시대에 당분간은 하숙집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자기 땅도 아닌 주차구역에 버젓이 폐타이어를 놓아두면 어떡합니까?” 2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갓매산로 일대. 골목 곳곳에는 일부 주민들이 자신의 상가 앞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무단으로 내놓은 각종 적치물이 난립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러버콘과 페인트 통, 화분뿐만 아니라 폐타이어에 쇠사슬을 엮어 만든 구조물이 승용차 2대는 넉넉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주차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진호씨(가명·59)는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주차 공간에 적치물이 항상 쌓여있다”며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또다시 생겨 말짱 도루묵이다”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오후 안양시 동안구 평촌대로 일대도 마찬가지. 폐타이어를 4~5개씩 쌓아 올려놓은 적치물 사이로 커다랗게 쓰인 ‘주차금지’ 경고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녹이 슨 쇠막대와 부서진 주차금지표지판도 뒤엉켜 있는 상태로 통행로를 막고 있었다. 골목길에 적치물을 놓아둔 김순자씨(가명·72)는 “아들이 퇴근하는 시간에는 주차할 공간이 없어 어쩔 수 없다”며 “다른 사람도 놓아둬서 문제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도심 주변 골목길과 상가 앞 주차 공간에 주차 확보를 위해 불법으로 세워둔 주차 방해물로 차량 통행은 물론 보행권까지 침해되면서 정기적인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도로법에 따르면 사유지가 아닌 공용장소인 이면도로와 골목길 등에 불법 적치물을 설치할 경우 불법 점용에 대한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단속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날 도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간 31개 시·군 불법 노상 적치물 관련 단속 건수는 총 56만8천205건에 달했다. 이 중 과태료 부과는 1천760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적발 건수의 0.3%에 불과한 수준이다. 박무혁 도로교통관리공단 교수는 “불법 적치물은 주차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운전 시 시야에 보이지 않는 크기라 사고위험 유발 가능성이 높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계도와 함께 확실한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는 “적극적인 과태료 부과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안내문 부착이나 강제 수거와 같은 단속이 먼저 이뤄지기 때문”이라면서도 “앞으로는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