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색채로 재탄생한 일상의 풍경’…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프랑코 폰타나의 단독 회고전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가 국내 최초로 서울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지난 9월30일부터 열리고 있다. 1933년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에서 태어난 폰타나는 28세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전세계 유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400여회의 개인·그룹전에 출품했고 캐논, 돌체앤가바나 등의 브랜드와도 협업을 이어 온 작가다. 이번 회고전을 수놓은 122점의 사진을 통해 자연, 도시, 사람을 바라보는 폰타나만의 독특한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섹션인 ‘랜드스케이프’는 세계 각지를 돌며 풍경에 스며든 폰타나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황금빛, 초록빛의 들판이 프레임 내부를 채운다. 마치 추상 회화를 보는 듯한 색채 대비를 보여주는 ‘바실리카타’, ‘풀리아’ 등의 작품은 그저 눈으로만 인식되는 자연 풍광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작가 스스로가 선택하고 관찰해 만들어낸 또 다른 현실 세계로 연결되는 통로가 된다. 두 번째로는 ‘어반스케이프’ 섹션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현대인이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상 영역에 있어 폰타나는 친숙한 요소를 낯설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의 사진은 일상의 재해석과 재구성에 대한 욕구를 불러 온다. 그가 담아낸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의 대도시 건물들과 구조물 등이 뒤섞인 길거리를 통해선 그 도시만이 갖는 특성을 느낄 수 없다. 강조되는 건 색채의 대비와 실험적인 구도, 피사체의 배치를 토대로 만들어낸 매혹적인 형태일 뿐이다. 세 번째 섹션 ‘휴먼스케이프’에선 사람에게도 관심이 많았던 폰타나의 면모가 드러난다. 그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든, 그의 인물 사진 역시 다채로운 색의 관계, 통념을 비튼 관점이 녹아든 산물이다. 특히 그가 사람을 찍을 때는 공간과 자연 요소가 함께 섞여 있어 상황과 맥락에 따라 인물상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그가 찍은 ‘루체 아메리카나’ 시리즈에선 미국의 인간 군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빛의 특성, 선의 기하학 요소들이 물씬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폰타나는 근대화의 상징인 고속도로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기도 했다. 아스팔트 위 칠해진 페인트 도료, 깨진 도로의 일부 등에선 그가 생각해온 일상의 모습이 다시 한번 재구성된다. 그의 사진은 단순한 재현 혹은 반영이 아니다. 보이지 않던 걸 보이게 하는 그의 작업물은 관람객들이 평소 접하던 일상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셈이다. 전시 해설을 맡은 심성아 도슨트는 “폰타나 작가는 남들이 무심코 놓친 틈새에서 삶의 파편들을 발견해왔다”며 “이번 회고전에선 있는 그대로의 재현보다는 찰나에서 포착되는 컬러를 곧 일상과 풍경으로 연결하는 그의 독창적인 시선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3월1일까지. 송상호기자

[전시리뷰] 경기도미술관 2022 경기작가집중조명 ‘달 없는 밤’

지난 24일부터 ‘2022 경기 시각예술 집중조명 프로젝트’에 선정된 기슬기, 천대광, 김시하 작가의 신작 발표전 ‘달 없는 밤’이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미술관의 경기작가집중조명전은 사진,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다뤄온 10년 이상 경력의 중진 작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별빛이 지금 우리에게 와 닿는 것처럼 각기 다른 시작점에서 출발해 경기도미술관으로 모여든 세 작가들이 관람객들과 만난다. 하늘을 수놓는 별이 또렷하게 눈에 담기는 ‘달 없는 밤’, 세 명의 작품 세계를 지금 여기서 살펴본다. 기슬기 작가는 카메라의 뷰파인더 안을 어떻게 채워 넣을지 고민하는 작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사진을 찍은 이후의 과정에도 줄곧 매달린다. 인화된 사진을 재촬영하거나 원본 이미지에 조작을 가한 뒤 다시 사진으로 출력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이미지에 녹아든 시공간의 궤적을 조명한다. 기 작가는 전시장에 설치와 조명 작업을 마친 뒤 액자 속에 걸린 9점의 사진을 다시 찍었다. 작가는 이렇게 액자 속 원본과 유리에 비친 모습이 겹쳐 있는 작품을 빚어냈다. 한 장의 사진에 전시공간과 작업을 이어온 시간의 흔적이 뒤섞인 채로 겹겹이 쌓여 있다. 관람객들은 유리를 통해 비치는 자신과 나를 둘러싼 전시장의 모습도 발견한다. 무엇이 프레이밍됐을 때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가. 과연 어디까지가 재현이고 어디까지 복제인가. 기 작가의 사진은 이처럼 사진 매체의 근간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천대광 작가는 개인의 내면이 묻어나는 요소들이 바깥 세상과 호응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려고 한다. 그가 전시장에 마련한 ‘사람의 집’엔 작가 본인의 유년 시절 기억이 투영돼 있다.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 시기, 곳곳에서 건물이 지어지는 광경을 보며 자란 기억을 더듬으며 작업에 임한 천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당대 양옥에서 주로 보였던 슬래브 건축 양식을 녹여냈다. 형형색색의 유리와 통일되지 않은 인테리어가 정제되지 않은 천 작가의 내면과 맞닿아 있다. 천 작가가 만들어낸 구조물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 관람객들은 그가 빚어낸 공간에 스며들 기회를 얻는다. 방을 드나들고, 계단을 올라가면서 빈 곳을 채우는 관람객들로 인해 작가의 개인적인 표현 양식들이 재구성되거나 다시 의미를 획득하기도 한다. 개인이 펼쳐놓은 시공간에 관람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 작품의 매력이다. 김시하 작가는 대형 설치 작업을 이어오다가 최근 들어 물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조각 작업을 무대로 올려 작품의 존재성을 가늠해보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 존재의 본질은 곧 경계와 이어진다. 그는 자연과 인공, 중심과 주변 등 이분화된 개념이 무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을 알아본다. 김 작가는 이번 작품 ‘조각의 조각’을 만드는 데 있어 지금껏 제작해 온 작품들의 파편을 재활용해 무대를 꾸몄다. 무엇이 쓸모있고 무엇이 쓸모없음을 말하고 있는가. 조명과 조각들로 채워진 무대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작품의 일부이자 작품 바깥의 관찰자를 오가는 존재가 된다. 전시 공간과 작품 그리고 관람객의 속성을 구분 짓지 않으려는 김 작가의 고민이 묻어난다. 김선영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세 명의 중진 작가들이 구축해 온 작품 세계를 조망하면서도 현 시점에 어떤 생각으로 작품을 풀어내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2월12일까지. 송상호기자

[공연리뷰] 인간의 욕망과 파멸 동시대성 살려 재해석…경기도 극단 연극 ‘맥베스’

‘맥베스’는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서 충동과 야망에 사로잡혀 눈이 먼 인간이 내면의 갈등에 휩싸인 채 파멸에 이르는 모습을 담아냈다. 경기도극단의 한태숙 감독은 맥베스의 부인을 중심으로 재해석한 ‘레이디 맥베스’를 선보인 바 있는데, 지난 3일부터 고전 ‘맥베스’를 다시 무대 위로 올렸다.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 여러 차례 조명 받아 온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가 과연 이번에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을까. 전박찬 배우가 연기한 맥베스는 위태롭게 흔들리다가도 광기와 충동에 사로잡혀 확신의 발걸음을 내디딘다. 극 중 맥베스의 대사처럼, 선택은 어렵지만 결단은 쉬운 법이다. 그렇다면 욕망의 노예가 된 뒤에는 무엇이 남는가? ‘맥베스’가 남긴 묵직한 질문들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오는 13일까지 만날 수 있다. 한 감독과 김민정 작가(각색)의 손을 거친 ‘맥베스’에선 동시대성이 두드러진다. 이곳은 중세 배경 대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처럼 보인다. 현대식 군복과 총기, 귀를 울리는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가 녹아든 불안정한 음향들 속에서 맥베스는 광기 어린 눈빛을 번뜩인 채 자신 앞에 놓인 운명을 저울질하고 있다. 연극을 통해선 왕권 탈환에 눈이 멀어 버린 맥베스가 어째서 타락과 파멸로 향해가는지 명확히 알기 힘들다. 오히려 연극은 인물들이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맥베스가 사람을 죽이거나 심리적인 변화를 겪을 때마다 그의 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또 다른 내면이 눈에 띈다. 죄의식과 욕망, 불안과 공포가 뒤섞인 맥베스의 내면이 인간과 비슷한 생명체로 형상화된 존재다. 이 존재는 관객들이 맥베스의 심리 상태에 더욱 깊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처럼 경기도극단의 ‘맥베스’는 무대 위 다양한 표현들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그에 따라 이번 공연은 원작의 무대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았다. 총탄이 울려 퍼지고 군인들이 죽어나가는 전장의 한복판, 피비린내와 희뿌연 연기가 뒤엉키는 죽음의 공간을 내세워 관객에게 손짓한다. 그래서 무대 위 인물들의 곁에 놓인 죽음의 기운이 눌러 붙은 관들이 중요한 소재가 된다. 극이 진행될수록 배우들이 관을 들고 움직이거나 관이 구조물이나 장소처럼 변하면서 관에 다양한 의미가 덧입혀지기도 한다. 끝내 관들이 모여 운명과 예언이 실행되는 던시내어의 숲으로 변하는 시점이 되면, 관객들은 말라붙은 나무처럼 빽빽하게 서 있는 관들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인물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만날 수 있다. 마침내 읊조리는 맥베스의 마지막 독백은 욕망 앞에 스러진 인간의 덧없음을 드러낸다. 살아가면서 충동에 못 이겨 광대처럼 소란을 피우고 무대 위 배우처럼 떠들어 대더라도 끝나고 나면 아무도 알아주는 이가 없는, 한낱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다. 한태숙 예술감독은 “유혹에 사로잡혀 고뇌에 빠진 맥베스의 딜레마가 현대인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다를 바 없다는 걸 드러내고 싶었다”면서 “총질이 난무하는 살육의 무대가 배경이지만 현장의 인상보다는 정신의 세계가 극을 지배하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감독은 “사람이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통제불능이 될 때 어떤 불행이 찾아오는지 이번 공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상호기자

[전시리뷰] 실학박물관 특별전 ‘연경燕京의 우정’

18~19세기 한국과 중국의 지식인들은 국경을 뛰어넘어 교류하며 우정을 쌓아갔다. 말도 문화도 통하지 않는 그들은 어떻게 인연을 이어갔을까.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18일 개막한 특별전 ‘연경의 우정’을 통해 이러한 인연의 끈을 보여준다. 이번 특별전은 18~19세기에 걸쳐 한국과 중국의 문인들의 교류가 동아시아사와 실학사에서 어떤 의의를 갖는지 돌아보며, 30주년을 맞는 한·중수교의 의미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연경 유리창에서 만난 한·중 지식인들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한자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필담 등으로 연결됐다. 그들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편지를 보내 그리움을 달랬고 서로의 글과 그림을 감상하며 필요한 책을 주고 받으며 우정을 이어나갔다. 전시는 과천시 추사박물관, 석주선기념박물관 등 기관 및 개인 소장품들로 구성돼 있다. 1부 ‘만남의 공간, 연경 유리창’, 2부 ‘홍대용과 엄성의 천애지기’, 3부 ‘북학파의 시, 중국에 알려지다’, 4부 ‘한류의 선봉, 초정 박제가’, 5부 ‘추사 김정희, 60일의 여정과 교유’, 6부 ‘19세기 청조 문인과 조선’ 등으로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홍대용과 엄성, 박제가와 중국 문인들, 박정희와 완원·옹방강의 인연에 주목했다. ■ 홍대용과 엄성,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알아주는 각별한 벗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담헌 홍대용은 1766년에 엄성과 반정균, 육비 세 사람을 연경(지금의 북경) 유리창에서 처음 만났다. 그 중 엄성과 홍대용은 서로 통하는 지점이 많아 가깝게 지냈다. 홍대용은 평소 몸가짐과 자세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엄성 역시도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지점들이 있어 각별한 사이를 이어갔다. 엄성이 그린 ‘홍대용의 초상’에서는 그가 생각하는 홍대용의 모습이 세심하게 담겨 있고, 엄성을 비롯한 이들이 홍대용에게 쓴 편지 ‘고항적독’에선 연경에서 막 헤어진 문인들의 진솔한 그리움이 잘 표현돼 있다. 엄성이 홍대용이 선물한 묵향을 맡으며 숨을 거뒀다는 일화 역시 그들의 깊은 우정을 잘 드러낸다. ■ 박제가와 중국 문인들, 활발했던 한·중 지식인 네트워크 초정 박제가는 10년 간 중국을 네 번이나 방문하는 등 한·중 지식인 네트워크의 정점에 있었다. 그는 기윤, 옹방강, 완원과 같은 청나라 학계의 지식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문인들과 소통하며 지적 네트워크를 다졌다. 이 가운데서도 박제가는 화가 나빙과 관음각에서 주로 만났다. 나빙은 그와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 하면서 초상화과 함께 ‘월매도’를 그려 박제가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이 같은 일화는 박제가의 시문집들이나 ‘호저집’에 수록돼 있으며, 특히 박제가가 중국 문인들과 교유했던 시와 편지 등이 엮여 있는 ‘호저집’에 등장하는 중국 인사들이 180명이 넘는다는 사실로 미뤄 보면 박제가의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탄탄했는지도 엿볼 수 있다. ■ 김정희와 완원·옹방강, 우정을 넘어 학술 교류의 장으로 박제가가 구축했던 네트워크는 추사 김정희의 무대로 확장됐다. 우정에서 시작된 만남이 금석학 등의 학술 교류의 장이 됐다. 김정희는 당대 최고의 학자 완원과 옹방강을 만나게 되면서 삶과 학문, 예술 활동에 있어 분수령을 맞이했다. 그들은 고증학, 금석학 등의 이론에 관한 필담을 나누며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교환했다. 옹방강이 정리한 귀중한 금석 연구 자료 ‘해동금석영기’, 완원이 간행한 ‘황청경해’ 등에선 당시 김정희가 이들과 학술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8세기까지는 지식인들이 우정을 나누는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면, 김정희 이후로는 학문적인 영역으로도 한·중 연결망이 한층 넓게 확장된 셈이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에선 한중 지식인 간의 우정에서 시작한 인연이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교류의 무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이 자리가 밀접하게 얽혀 있던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다시 조명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송상호기자

[전시리뷰] 일상에서 발견하는 예술성…이해균, '균열의 패러독스'展

무엇을, 어디까지 예술로 볼 것인가? 모호한 예술의 경계는 오랜 기간 논쟁의 대상이었다. 이해균 작가는 아무 생각 없이 대하는 일상의 오브제에서 틈을 찾아낸다. 그 틈은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에 거대한 균열을 낸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포착되는 포장지, 나무껍질, 폐비닐 등이 전시장으로 들어와 새로운 관찰의 무대를 만들어 낸다. 용인 안젤리미술관에서 지난 8일 개막한 이해균 작가의 개인전 ‘균열의 패러독스’에서는 관객이 그 무대로 자연스럽게 흡입된다. 이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자재와 소품들을 전시장에 옮겨 놓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고 말한다. 자연에 내재된 속성을 머금은 소재들은 작가에 의해서 다중적인 의미를 획득하는데, 이러한 작업에 있어 인과의 사슬과 예측 불가능한 무작위의 산물이 언제나 혼재하기 때문에 결국은 그 가운데서 틈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마구 구겨져 평면성을 잃어버린 종이에 물감이나 커피를 쏟는 작업에서, 작가는 액체가 뭉쳐서 맴돌고 있는 지점에 굳이 손이나 도구를 대지 않는다. 퍼뜨리는 대신 그대로 굳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인위적인 재현을 포기한 무작위성의 산물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무작위가 있다면, 한편으로는 종이 위 다른 영역에선 고르게 퍼져 나가 패턴을 만들어내거나 균등하게 스며든 질감을 형성하는 구간들도 생겨난다. 한 곳에서 뭉쳤다면 한 곳에선 퍼져나가고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고 지속되는 가운데 관객은 일상의 오브제를 대하는 방식을 곱씹어볼 기회를 얻는다. 이 작가는 포장지를 마구 이어붙이거나 물감을 덧칠하다가도 그것들을 다시금 지워내는 작업도 반복해 왔다. 그는 “활자를 비우든 이미지를 비우든 흔적을 지워내는 과정은 곧 ‘무’를 생성하는 것으로 치환될 수 있다”면서 “있고 없음은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이기에, 일상에서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살펴보는 주의 깊은 관찰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그의 손길을 거친 작품들이 끝내 전시장으로 들어왔지만, 이 작가의 전시에선 작품이 전시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작품이 생성되는 과정도 작품 그 자체다. 성인 남성의 팔이 닿을 정도의 크기인 합판에 제멋대로 꽂혀 있는 다트들. 그는 이조차도 작업의 일부이며 과정으로 표현했다. “원래 다트가 판에 박혀 있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떨어졌다. 이후 작업하면서 심심할 때마다 던져 판에 박히는 대로 내버려 뒀다”는 것.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며 다트의 꼬리 장식이 떨어져 나가고, 합판에 박힌 못 주위는 녹슬어 간다. 작품이 작품으로서 규정되는 순간은 과연 언제일까. 이처럼 이 작가의 작품은 크고 작은 모든 요소들을 품은 채 일상과 예술을 정의할 때 시공간적 의미를 재단하는 방식에 관한 사유를 끌어내고 있다. 이 작가는 “작위 속에 무작위가 있다. 그것이 예술의 역설이자 이번 주제에서 집중했던 부분”이라며 “내 작업은 무용한 것이 무용하지 않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관람객 각자의 해석과 관점에 자유롭게 맡기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웃어 보였다. 전시는 26일까지. 송상호기자

[전시리뷰]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2022 수원국제예술프로젝트 ‘온새미로’

'온새미로’. 깨지거나 갈라지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이다. 코로나19 등 전염병의 상흔에 혐오와 차별로 얼룩진 갈등이 전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는 요즘, ‘온새미로’를 모토 삼아 뒤틀린 삶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크고 작은 균열들을 메우기 위해, 국적과 인종이 다른 지구촌 예술인들이 설치·퍼포먼스·회화·조각·사진·영상 등 다채로운 고유의 언어로 ‘온새미로’를 외치고 있다. 이 같은 표현은 분단에 처한 한국에만 머무르는 개념이 아니며 각기 다른 나라의 다른 배경, 문화권과 공명할 수 있기에, 대립에 신음하는 오늘날의 인간 사회에 예술이 제안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지난달 28일 개막해 9일까지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복합문화공간 111CM과 수원시립만석전시관, 팔달구의 예술공간 아름, 실험공간 UZ 에서 펼쳐지는 2022 수원국제예술프로젝트 ‘온새미로’ 전시의 이야기다. 이번 대규모 협업 프로젝트는 ‘온새미로’를 기치로 내걸고 국외 30여명(20개국)의 작가와 국내 33명의 작가들이 뜻을 모은 자리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작품들이 각 전시 공간 특성에 알맞게 스며들어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먼저 111CM에서 이윤숙 작가는 ‘온새미로 2022-코로나 랩소디’로 파괴된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체험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추상미술의 대가 이건용 작가도 붓에 묻어있는 물감을 씻어 버리지 않고 버려진 골판지에 칠해, 환경 파괴에 대한 문제 의식을 불러오는 작품인 ‘쓰다 남은 색_Leftover Used Color’를 펼쳐 놨다. 또 자연과 나를 둘러싼 세계 사이의 관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나 손 작가의 ‘중첩된 시간’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만석전시관에선 치유와 해소를 위해 인간의 내면과 자아를 비롯해 나를 둘러싼 바깥의 현상을 저울질하며 고민을 이어 온 최세경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실험공간 UZ에선 현시대의 국제적인 이슈들을 도덕성과 연결해 비주얼 작업을 선보이는 잉그리드 롤레마의 시선이 느껴지고, 예술공간 아름에서 볼 수 있는 홍채원 작가의 ‘풍경의 이면’은 사람이 떠난 자리에 머무는 곰팡이를 응시하는 작업에서 공존·공생 의식을 환기시키고 있다. ‘온새미로’의 현재적 의미를 탐구하는 장도 전시 기간 마련됐다. 지난 1일에는 김종길 미술평론가, 펑 차이쉰 디렉터 등이 참석한 컨퍼런스가 열렸고, 2일과 4일엔 111CM에서 국내외 작가들이 협업 퍼포먼스로 방문객들과 소통했다. 6일에는 최세경, 김정대, 오점균, 잉그리드 롤레마, 톰 빙크, 피오나 챙 등 작가들이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자리가 수원문화재단에 마련된 데 이어 네덜란드 민속 문화를 테마로 하는 야외 퍼포먼스도 화성 행궁 광장에서 열렸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김성배 총감독은 “온새미로 프로젝트의 시작은 2018년부터다. 나 자신과 우리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되찾고 연대와 회복을 도모하는 취지인 만큼 단발성·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장기 기획이 될 것”이라며 “해외 작가들 역시 프로젝트의 취지와 명분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향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나 ‘카셀 도큐멘타’에 버금가는 컨템포러리 아트의 상징적인 화두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송상호기자

[공연리뷰] 빛과 몸의 언어로 말하는 감정들…무용극 '사랑에 미치다'

때로는 집어삼킬 듯 강렬한 몸부림으로, 때로는 한없이 부드러운 몸짓으로 감정을 형상화한다. 음악과 어우러지는 빛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 감정의 진폭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이처럼 사랑을 두고 벌어지는 남녀 간의 다채로운 감정을 담아낸 무용극 ‘사랑에 빠지다’가 지난 17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수원문화재단의 ‘2022년 방방곡곡 문화공감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공연에선 안무가이자 발레무용수인 윤전일의 공연 단체 ‘윤전일 Dance Emotion’을 중심으로 현대무용수, 발레무용수와 한국무용수들이 출연해 무대를 빛냈다. 서로 사랑하지만, 가까워 지는 여자의 죽음 앞에 멀어질 수밖에 없는 연인의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의 무용과 심리 상태에 따른 조명과 음악의 변화를 잘 배합해 관객에게 전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공연은 한 남자의 격렬한 몸짓이 무대 전체를 물들이는 현대무용 파트로 시작한다. 표현의 폭이 크고 풍성한 몸짓부터 손가락 만을 이용하는 작고 세밀한 움직임까지, 무용수가 전하는 몸의 언어를 통해서 혼자 있는 남자의 복잡한 내면이 드러나는 구간이다. 이어지는 남녀의 이야기는 낭만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가도 순식간에 좌절과 절망으로 둘러싸이는데, 이 과정에서 빛의 색감이 달라지면서 무대를 물들이는 방식과 그에 따라 맞춰 전개되는 다양한 음악이 말 없이 진행되는 무용극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독특하게 소리를 전혀 쓰지 않는 구간도 있다. 이 시점에 이르면, 연인의 숨소리와 옷깃 소리, 몸을 맞댈 때 나는 미세한 소리만이 존재하고 관객들은 숨죽여 남녀의 사연에 몰입하게 된다. 극의 절정에 다다르면, 얼굴과 손을 맞대며 마음을 나누던 여자가 결국 쓰러지고 남자는 심란한 마음을 드러낸다. 여자가 점점 멀어져 가다가 길게 늘어뜨린 하얀 천 속으로 사라진 뒤, 천에 비친 여자의 실루엣은 주황빛으로 물들고, 공허한 심정을 느끼는 남자의 공간이 초록빛으로 변한다. 여자가 천 속으로 사라진 뒤 보이는 남자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천이 놓여 있는 곳은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처럼 느껴진다. ‘사랑에 미치다’는 연인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나 동기, 명분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거나 신음하고, 어떻게 고통 받거나 낭만에 빠지는지 다채로운 표현법을 곁들여 조명할 뿐이다. 송상호기자

[전시리뷰] ‘작품으로 재탄생된 폐플라스틱’…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無用之用>전

인간은 끊임없이 물건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물건들은 쓰임을 다하면 버려지게 되고 쓸모없는 것들은 어딘가에 남아 쌓이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쓸모없다고 버리는 것들에 주목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이정걸, 정찬부 작가는 무심코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에 주목했다. 계속해서 언급되는 환경문제에 이끌려 유행처럼 버려진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작가는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바꿔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메시지를 전한다. 오는 10월23일까지 시흥 소전미술관에서 열리는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無用之用> 전시에서 플라스틱으로 세상을 바라본 예술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정걸, 정찬부 두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선 평면이지만 입체적인 플라스틱 작품을 볼 수 있다. 크지 않은 소전미술관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에 온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가 자주 쓰고 접하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낸 것들이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정걸 작가는 우리가 쓰다 버린 물건을 박제하듯 작품으로 만들었다. 물병, 샴푸통, 헤드셋, 아이스크림 뚜껑, 칫솔 등 우리 일상에서 버려지기 전 유용하게 쓰였던 물건들이다. 이 작가는 버려진 것들을 한데 모아 캔버스 위에 석고로 찍어내 우리가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 우리가 어떤 물건들을 버렸는지 등을 알게 한다. 이 작가는 작품을 통해 버려진 후 사라져가는 흔적에 생명의 불씨를 불어넣어 소멸의 흔적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발견해낸다. 정찬부 작가는 빨대를 이용해 자연을 재해석했다.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흰색, 검은색, 빨간색 등 형형색색의 빨대는 작은 조각으로 나눠져 다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났다. 음료를 한 번 마실 때 이외엔 쓸모없는 빨대가 화분, 연잎, 물방울, 도마뱀 등 자연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최준석 학예사는 “지금 우리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 새롭게 가공된 물질이 우리 주변에 넘쳐나게 되면서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것 또한 많아졌다. 하지만 우리는 쓸모없는 것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가가 재해석한 쓸모없는 것들의 쓰임을 살펴보고 쓸모없음을 다시 쓸모 있게 바꾸는 지혜를 찾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

[전시리뷰] 경기도박물관, 실감 영상 ‘경기사대부 잔치로의 초대’ 등 선봬

4차 산업시대에 발맞춰 경기도박물관이 ‘디지털 놀이터’로 전환하고 있다. 도박물관은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개발해 실감 영상실인 ‘경기사대부 잔치로의 초대’와 전시 안내 앱인 ‘경기 천년 시간 수호대’를 공개했다. 사업비 12억원을 들여 1년여간 연구한 결과다. 도박물관은 지난 9일부터 실감 영상실을 개방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도박물관이 보유한 대표 유물, 보물 제930호 ‘이경석(李景奭) 궤장 및 사궤장 연회도 화첩’에 담긴 내용을 재해석한 영상이 나온다. ‘백헌(白軒) 이경석’은 조선시대 문신으로, 현종으로부터 나이가 많은 공신 등에게 내리는 하사품인 궤장(의자와 지팡이)과 이를 기록한 ‘연회 도첩’을 받았다. 영상실의 벽처럼 보이던 몰입형 화면에서는 이경석에게 궤장을 하사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들어서는 궁중의 악사와 승정원 관리들, 가마꾼들의 모습이 흘러나온다. 화려한 색감의 영상이 정면과 양측의 커다란 화면에 투사돼 입체감을 느끼게끔 하면서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든 북악산, 잔치를 하는 이경석의 집에 함께 있는 듯한 감동이 느껴진다. 도박물관은 3개의 독립된 카메라를 통해 상영관의 벽면을 에워싸듯 영상을 투사해 중앙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나타냈다. 특히 도박물관은 벽면과 어우러지는 바닥 면에 동작을 감지하는 인터렉션 장치를 설치했다. 바닥에 투사된 모란꽃 모양은 발걸음에 따라 피거나 지고, 별빛 등이 움직이면서 흥미로움을 더했다. 이와 함께 도박물관은 전시 안내 앱인 ‘경기 천년 시간 수호대’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의 전시 관람을 돕는 디지털 콘텐츠다.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태블릿으로 이 앱을 실행하면 박물관의 캐릭터 ‘뮤호’가 나오면서 증강현실(AR)의 세계로 들어간다. 태블릿으로 주먹도끼, 초조대장경 등 도박물관이 시대별로 선정한 10개의 유물을 찾는 것이 미션이다. 미션을 성공하면 유물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퀴즈와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지루한 박물관’의 인식을 깨고, 어린이 관람객 등이 자연스럽게 역사와 유물에 흥미를 높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김기섭 경기도박물관장은 “이번에 공개한 영상과 앱은 ‘디지털 놀이터 박물관’으로 변화하는 첫 걸음”이라며 “경기도의 문화·역사를 누구나 알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해 젊은 박물관으로 변화하겠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영화리뷰] '아슬아슬' 부여잡는 일상…워킹맘의 고군분투, 영화 ‘풀타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고,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최우수 감독상·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영화 ‘풀타임’(감독 에리크 그라벨)이 18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풀타임’은 파리 교외에서 홀로 두 아이를 기르는 워킹맘 쥘리(로르 칼라미)가 위태롭게 마주하는 일상을 꿋꿋하게 부여잡으려는 모습을 담아낸 영화다. 쥘리는 파리 시내의 호텔 룸메이드로 일하며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규모 교통 파업이 발생하고, 생활비는 바닥을 보이고, 아이들을 맡길 곳을 새로 찾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던 일상이 한순간에 난장판이 될 위기다. ‘풀타임’은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한 여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제시되는 건 일어나자마자 두 아이를 깨우고 정신없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의 분주한 움직임,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파리 시내의 파업 속보, 놀이 공원은 언제 가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질문들이 뒤섞이는 새벽 풍경이다. 쥘리에겐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것조차도 어쩌면 사치다.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한 채 몰래 이직 면접을 보거나, 카풀이나 히치하이킹에 실패해 지각하는 등의 변수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의지와 상관없이 출근 인파 속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면 어느새 하루 일과가 시작되고, 내일이 찾아오고, 모레도 변함없이 쳇바퀴처럼 지속될 것이다. ‘풀타임’은 잘 짜인 각본이나 기승전결의 흐름이 담긴 탄탄한 서사에는 관심이 없다. 영화는 그저 쥘리가 위태롭게 떠도는 모습을 흔들리는 카메라로 포착한다. 때로는 바짝 붙어서, 때로는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면서 숨죽여 따라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안하게 반복되는 전자 음악 비트는 시시각각 압박 받고 있는 쥘리의 심리 상태에 관객들이 더욱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쥘리에겐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돌발 상황이 쉴 새 없이 생겨난다. 과연 엔딩 장면에서 관객들은 쥘리가 보여주는 표정과 몸짓을 보고, 쥘리에게 드디어 평안이 찾아오겠다고 쉽사리 예상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쥘리는 그저 일상을 버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송상호기자

[전시리뷰] 일상을 예술로 승화…수원시립미술관 기획전시 '우리가 마주한 찰나'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거나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몇몇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런 의미 없는 그런 일상을 붙잡아 예술로 승화시키는 이들이 있다. 지난 9일부터 오는 11월6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소장품 교류 기획전 ‘우리가 마주한 찰나’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수원시립미술관을 비롯한 경기도미술관, 오산시립미술관 등 국공립미술관 열 곳의 소장품을 한 데 모았고, 24명(팀)의 작가들을 대표하는 회화·영상·설치·조각 등 79점의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 전시다. ‘자연’·‘인간’·‘그 너머’의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먼저 1부 전시장에 들어서면 주변 풍경에 녹아든 자연 요소를 탐구하는 작가들이 기다린다. 이들의 작품들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제공해주고 있다. 임선이 작가의 사진 연작 ‘극점 2-1, 2-2, 2-3, 2-4' 시리즈는 자연에 축적된 시간과 인위적으로 변화된 문명의 시간의 간극을 비교한다. 전현선 작가의 ‘나란히 걷는 낮과 밤’은 수채화이면서도 15점의 캔버스를 겹쳐 놓았으므로 디자인 툴로 그린 듯한 컴퓨터 이미지들을 연상시킨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회화로 재조합된 초록빛 숲 속에서 대상들 간의 새로운 관계를 음미할 수 있게 된다. 1부가 일상에 스며든 주변부를 바라보는 방식을 다뤘다면, 2부는 살면서 마주하는 사건과 현상들을 어떻게 대할지 탐색하는 구간이다. 정정엽 작가는 일상의 곳곳에서 사람들이 스쳐 갔을 법한 거울들에 의미를 잡아낼 수 없는 단어들인 ‘져’, ‘꾸’, ‘옵’, ‘핍' 등으로 제목을 붙여 완벽히 이해될 수 없는 인간의 삶을 표현했다. 거울에 비친 인간의 모습은 ‘탈핵-몸’, ‘네 방에 댄스홀을 허하라’ 등에서 사회문화적 맥락을 통해 의미가 확장된다. 이어 듀오 아티스트 ‘뮌(김민선·최문선)’은 잡동사니가 진열된 캐비닛에 조명을 비추는 구조물인 ‘오디토리움 (템플릿 A-Z)’을 선보인다. 벽에 비친 구조물의 그림자가 수시로 바뀌면 관람객들은 자신이 마주해온 일상에 의미 부여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돌아볼 수 있다. 3부 전시장에는 바깥으로 향하던 시선을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돌아오게 하는 작품들이 있다. 윤향로 작가의 ‘Drive to the moon and galaxy'와 ‘스크린샷 5.41. 16-001’, ‘스크린샷 5.41. 16-003’이 연달아 나오는 통로를 지나게 되면 삶의 단면과 미술과 매체 등 문화가 어우러진 작가의 소우주를 통과해 본격적인 심연으로 진입한다. 이어지는 김아타 작가의 ‘온 에어 프로젝트 160-13, 인디아 시리즈’는 2002년부터 시작된 ‘온 에어 프로젝트’ 사진 연작 중 하나로, 장시간 노출 후 중첩시킨 인도의 한 도시 전경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뿌연 먼지로 지워내는 듯한 시간의 흔적을 드러낸다.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전시 기획을 담당한 조은 큐레이터는 “관람객들이 작품 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공간 설계와 작품 배치 등에 특히 주안점을 뒀다”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중진 및 신진 작가들의 인지도 높은 작품을 총망라하는 전시로, 미술사의 흐름을 조망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상호기자

[영화리뷰] 액션으로 채운 역사의 여백…이정재의 '헌트'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가 지난 10일 개봉했다. 5월 ‘범죄도시2’를 시작으로 예열을 마친 한국 상업 영화계가 7월 말부터 잇따라 출격한 ‘외계+인 1부’, ‘한산:용의 출현’, ‘비상선언’ 등으로 여름을 장악하는가 싶었지만, ‘탑건: 매버릭’의 장기흥행과 최근 불거진 바이럴·역바이럴 등 여러 논란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형국이다. 이에 ‘헌트’가 극장가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가 된다. 영화는 시공간을 구체적으로 설정한다. 1980년대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정권의 공고한 권력 유지를 위해 온갖 더러운 범법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핵심 권력자에 대한 암살 시도나 테러의 가능성이 언제든 유효했다. 이런 불안정한 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기부의 국내 팀 차장 김정도(정우성)와 해외 팀 차장 박평호(이정재)는 상부의 지시로 조직에 숨어든 스파이(동림)를 찾아내기 위해 각자의 부서를 압박하면서 서로를 의심하고 수사하고 파헤친다. 아웅산 묘소 테러가 일어났던 1983년이 영화의 주 무대다. 그런데 영화는 그날의 진실 추적이나 현실의 재현 등에 힘을 쏟지 않는다. 1980년 광주를 극으로 불러들이는 모습이나 인물의 몇몇 대사, 독재자 대통령 등이 묘사되는 순간들만 보더라도 분명 현실 요소를 극에 녹여내고 있지만,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적절한 각색과 비워두는 전략을 통해 실존 인물들의 흔적이 아닌 극 중 인물들의 상황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래서 역사에 녹아든 격동의 시대상을 알면 분명 도움이 되지만, 굳이 알고 가지 않아도 감상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다. ‘헌트’는 이렇게 느껴지는 이야기의 여백을 다양한 액션으로 채워 넣는다. 극 전개의 리듬이 몇몇 결정적인 장면에서 선보이는 액션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이때 ‘헌트’가 주요한 액션 신들을 인물들의 처지를 강조하는 데에도 활용하고, 그 자체로 전개에 빠져서는 안 될 요소로 녹여내기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거리를 두면서 서로를 견제하던 박평호와 김정도가 계단을 굴러 내려오며 뒤엉켜 맨몸 액션을 벌이는 장면에 이르면, 서로의 육체가 충돌하는 그 시점부터 두 사람을 둘러싼 갈등 양상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후반부의 결정적인 건물 폭발 신에서 두 사람은 각종 파편과 회색빛 먼지와 재에 뒤덮여 서로 분간이 안 가는 형상이 된 채 만나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관객은 사냥꾼이기도 했다가 사냥감이기도 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형태로 변해 왔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어쩌면 ‘헌트’는 움직임으로 인물들을 표현하고, 몸짓으로 시대의 여백을 채운 ‘행위’의 영화가 아닐까. 그래서 ‘헌트’의 무대는 밀도 넘치는 심리 묘사를 진득하게 몰아붙일 수 없는 곳이다. 막다른 길에 내몰린 두 사람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눌 뿐이다. 송상호기자

[전시리뷰] ‘예술적 도전의 한계 없는 즐거움’…백남준아트센터 ‘바로크 백남준’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90번째 생일을 기념해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이 개막했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대규모 미디어 설치 작업과 레이저 작업을 중심으로 한 이번 특별전을 내년 1월24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비디오와 레이저를 특정한 공간 안에 투사해 만들었던 ‘아날로그 몰입’에 중점을 뒀다. 전시는 백남준이 지난 1995년 독일 뮌스터의 작은 교회에서 연출한 ‘바로크 레이저’를 오마주한 작품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로 시작한다. 백남준은 당시 교회의 모든 창문을 닫아 내부를 어둡게 한 뒤 레이저로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두 손으로 레이저 불빛을 모으다가 피아노 연주를 하듯 레이저에 손가락 끝을 맞추거나, 레이저로 담뱃불을 붙이고 담배연기를 만드는 등 레이저가 공간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특히 백남준은 이 작품에서 3차원 이미지를 영사하는 장치로서 레이저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센터는 이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거즈로 된 커튼을 드리우고 레이저 프로젝터로 머스 커닝햄이 춤추는 비디오를 RGB 세 가지 색으로 투사해 작품을 재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만한 또 하나의 작품은 ‘시스틴 성당’이다. 백남준은 지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이 작품으로 독일관 대표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백남준은 건축공사에서 임시가설물로 쓰이는 비계를 쌓아올리고, 40여개의 프로젝터를 곳곳에 매달았다. 센터는 물고기 떼와 성조기 등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영상들의 위치를 계속 바꾸며 사방의 벽에 투사해 작품을 재현했다. 이는 마치 그림이 계속 바뀌는 벽화처럼 보였다. 쏟아지는 영상과 ‘윙~’ 하고 울리는 사운드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40여개의 프로젝터가 화가의 역할을 대신 하고 있었다. 센터는 작품 주위에 오래된 텔레비전과 모니터 등을 빙 둘러 마치 그 힘이 작품을 지키게끔 하려 했던 백남준의 전시 형태도 그대로 본떴다. 센터는 이 외에도 ‘비디오 샹들리에 No.1’, ‘촛불 하나’, ‘삼원소:원, 삼각형, 사각형’, ‘촛불 TV’ 등의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이수영 학예연구사는 “백남준의 레이저 작업, 대형 미디어 설치 작업 등을 생생하게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며 “이를 통해 백남준이 다양한 예술을 추구했다는 것을 알리고 관객들이 그를 새롭게 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영화리뷰] 무더위도 얼어 붙는 극한의 공포, ‘멘’·‘곡비’…제26회 BIFAN 화제작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지난 7일 개막해 어느덧 오는 17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호러, 고어, 스릴러 등 장르 영화 마니아에게 BIFAN은 오랜 기간 단비 같은 존재였고, 이번에도 역시 반응이 뜨거운 작품들이 여럿 있다. 그 중 개막작 <멘>은 지난 13일 정식 개봉을 통해 열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곡비>는 8일 GV회차에 이어 9일과 16일 상영에도 편성돼 그 인기를 입증했다. ■ 외면하고 회피할 때 증폭되는 근원의 공포…<멘> <멘>은 관객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영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남편을 잃은 주인공 하퍼의 심리를 따라가는 일이다. 하지만 <멘>은 관객이 하퍼의 내면에 가까워질 수 없게 한다. 얼굴이 같은 남자들이나 허물을 벗듯 잉태와 출산을 반복하는 남자들을 만나는 하퍼가 마지막에 무엇을 마주하는가? 사실 <멘>은 관객의 입장에선 남자들의 온갖 형태가 지시하는 바를 곱씹어 보아야 하는 영화지만, 하퍼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그들이 나타내는 상징적인 면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이때 영화는 하퍼가 직면하는 공포의 형태를 강조할 뿐, 그가 자신의 내면 상태를 진지하게 돌아보는 대신 회피하고 외면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하퍼의 내면을 짓누르던 근원의 공포는 무엇이었나. 남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날의 기억이 다시금 또렷해지는 순간이 되면, 하퍼는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어야만 한다. 마침내 짓는 그의 엷은 미소가 과연 해방감을 말하고 있는 걸까. ■ 알면서도 통제할 수 없는 처절한 무력감의 공포…<곡비> <곡비>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와 마스크를 쓴 대만 국민들이 나오기 때문에, 팬데믹을 통과하는 현실 속 관객들이 일상의 감각을 다시금 환기할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곡비>는 시작과 동시에 대만을 최악의 아수라장으로 바꿔버린다. 모든 윤리적 안전장치가 제거된 극단의 상황을 가정한 채 관객을 지옥도로 안내하는 셈이다. 익숙한 감각이 곧바로 낯선 감각으로 바뀔 때, <곡비>는 ‘영화니까 이렇게 묘사할 수 있다’는 확신 속에서 귀를 찢는 듯한 사운드와 피칠갑의 현장을 버무려 금기의 영역을 건드리고 있다. 이성을 잃고 눈이 벌겋게 충혈돼 뒤틀린 욕망을 마음껏 표출하는 존재들이 맥락과 설명이 동반되지 않은 채로 속속들이 출몰한다. 이들은 용납될 수 없는 살육과 고문 등 잔혹 행위를 즐긴다. 이때 <곡비>가 제목 그대로 정말 ‘슬픈’ 영화라면, 이곳의 사람들이 자신이 무슨 행동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이성이 마비되거나 정신을 잃은 다른 영화 속 좀비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이들의 잔혹한 행위가 나열되는 것보다도 더 몸서리치게 무서운 건, 알면서도 통제 불가능한 무력감이다. 송상호기자

[전시리뷰] '자연과 인간의 공존'…수원시립미술관, 환경 교육 전시 '휘릭, 뒹굴~ 탁!'

팬데믹이 관통한 자리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자연과의 공존, 생태계 파괴 같은 문제들이 여전히 눈에 밟힌다. 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의 <휘릭, 뒹굴~ 탁!>에서 정재희, 이병찬, 최성임, 이수진, 유화수 등 5명의 작가들은 저마다 환경에 대한 관점을 개성 넘치게 풀어 놓았다. 전시는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지난 8일부터 오는 9월1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선 설치, 영상 등 총 38여 점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휘릭’, ‘뒹굴~’, ‘탁!’은 인류가 팬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겪은 감정들을 표현한 단어들이다. 환경 파괴로 인한 재난과 사회적 위기가 인류의 일상에 ‘휘릭’ 침투해 버렸다. 이를 극복하고 함께 살아가려면 ‘뒹굴~’ 모여 연대하며 새로운 대안을 ‘탁!’ 찾아내야 한다. 이번 전시는 그만큼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형성되는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정재희의 ‘이상한 계절’을 만날 수 있다. 자연은 늘 변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기준을 세워 환경을 조종한다. 온·습도를 조절하는 전자제품들 역시 적정 조건을 맞추는 용도인데, 이 같은 기구들이 한 곳에서 무의미하게 전력을 소모하고 있다. 정 작가는 인간에게 당연한 것이 자연에겐 이상하지 않겠냐고 질문을 던진다. 다음 전시장에선 이병찬의 독특한 구조물이 눈길을 끈다. 그는 폐비닐과 플라스틱, LED 조명과 모터 등으로 '크리처'를 만들었다. 호흡과 움직임을 통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속이 텅 비어 있어 자본사회의 허상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같이 전시되는 ‘파동의 언어’를 통해 이 작가는 보이지 않는 호흡과 거대한 질량으로 이뤄진 도시의 이미지를 공감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이어 최성임의 작품들은 5개의 섹션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고랑’을 시작으로 ‘맨드라미’와 ‘간격’을 만나고 ‘황금이불’을 지나면 ‘Holes’가 기다린다. 작가는 이질적인 물성의 연결과 충돌에 몰두한다. 다양한 소재와 그에 따른 조명 배치로 인해 각 구조물이 서로 독립되지 않고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사물들이 지닌 변화와 지속의 상태를 짚어볼 수 있다. 이수진의 공간에선 매체를 넘나드는 체험의 장이 열린다. '별의 돌림노래', ‘죽은 새들의 별자리’는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입체 오브제를 통해서 포용해야 하는 가치에 관해 말한다. 12분 남짓의 영상 ‘아울러 프로덕션’은 자연현상의 불협화음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마지막으로 유화수는 긴 복도형 공간에 2010년부터 공사 현장에 버려진 산업폐기물과 각종 자재들을 채워 넣었다. ‘건설’적인 명분으로 자연의 영역을 파괴해 온 ‘건설’ 행위에 주목하는 작가는 터전을 잃거나 방치되는 것들의 이면을 들여다 봄으로써 인간의 노동 가치와 유용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이번 전시를 담당한 이연주 학예연구사는 “체험형 전시를 통해 일상과 맞닿은 환경 문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며 “작가와 미술관과 관람객의 상호작용을 활성화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송상호기자

[전시리뷰] ‘한국 채색화의 역할은?’…국립현대 과천관 '생의 찬미'

민화, 궁중회화, 종교화 등 한국의 채색화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복을 불러들이며 교훈을 전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등 우리 곁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채색화는 수묵 감상화 위주의 미술사 서술이 주를 이루고 역할을 지닌 회화를 순수예술로 보지 않았던 탓에 오랫동안 미술사에서 소외됐었다. 이제는 한국의 채색화와 그의 역할을 조명하며 기울어진 한국미술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야심차게 선보이는 한국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에서는 채색화의 전통적인 역할에 주목했다. <생의 찬미>라는 전시 명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성악가인 윤심덕이 인생의 허무함을 담아 불렀던 ‘사의 찬미’와 반대되는 의미로 지어졌다. 채색화는 새해 첫날, 돌잔치, 결혼식 등 삶의 여러 순간을 축하하는 의미로 쓰였기에 복을 불러일으키고 축복하는 채색화의 역할을 조명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전시는 전통회화의 역할을 ‘벽사’, ‘길상’, ‘교훈’, ‘감상’ 등 4가지 주제로 설정해 ▲마중 ▲문앞에서 : 벽사 ▲정원에서 : 십장생과 화조화 ▲오방색 ▲서가에서 : 문자도와 책가도, 기록화 ▲담 너머, 저 산 : 산수화 등 6개의 섹션으로 구성했다. 왕신연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채색화의 역할에 방점을 두고 기획한 전시며 ‘이 시대의 채색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이기도 하다”며 “역할 자체를 들여다 봄으로써 한국화의 기능을 확대하고 우리 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기획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 ‘마중’에선 가장 한국적인 벽사 이미지인 처용을 주제로 한 스톤 존스턴 감독의 영상 ‘승화’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국립무용단이 만든 4명의 처용은 춤으로 역신(疫神)과 인간의 폭력성을 정화시킨다. 춤이 시작되면 공간 가운데 있는 관람객이 중심을 상징하는 노란색 처용이 돼 벽사에 동참할 수 있다. ‘문앞에서 : 벽사’에선 신상호 도예가의 ‘토템상’을 볼 수 있다. 길상과 벽사의 의미가 담긴 장승, 솟대 등 한국의 전통 조형물과 아프리카의 원시적이고 과감한 아름다움을 결부한 작품이다. 또한 ‘오방신도’, ‘호작도’, ‘수기맹호도’ 등 전통적인 도상들이 한애규의 ‘기둥들’, 오윤의 ‘칼노래’ 등과 합을 이룬다.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정원에서 : 십장생과 화조화’다. 전통적인 길상화인 십장생도와 모란도 등 19세기 말 작품부터 길상의 의미와 표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최근의 회화까지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접시꽃, 모란 등이 화려한 색과 어우러져 한국 채색화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이외에도 오방색을 소재로 한 김신일의 ‘오색사이’, 거대한 4마리의 호랑이가 있는 이정교의 ‘사·방·호’, 8명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문자도와 책가도 등 격변의 시기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기록화를 경험하며 채색화의 변주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오는 9월25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강요배, 박대성, 박생광, 송규태, 이종상 등 총 60여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윤범모 관장은 “단청, 불화, 민화 등으로 꾸준히 채색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채색화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미술사에서 채색화가 다뤄지지 않은 것을 반성하고 우리 민족의 회화 역사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전통의 채색화를 현대적으로 톺아보고 미래를 논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점에서 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람객 박소진씨(42)는 "채색의 전통이 특정한 분야, 민화 등 다양한 형태로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데 한국 채색화의 역사와 이야기를 마치 역사책을 읽는 듯 알게 됐다. 전시의 좋은 기획과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며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한국 채색화의 다양한 쓰임을 논하는 일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공연 리뷰] 용기내면, 상처는 봉합된다...연극 '해피버스데이'

모든 딸의 이야기이자 모든 엄마의 이야기인 연극 <해피버스데이>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수원시립공연단이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선보인 이 공연은 일본의 원로 작가 아오키 가즈오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극화한 작품이다. <해피버스데이>가 지금 이 시점에 관객을 만나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타인과의 교류는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가까운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해 크고 작은 마찰을 겪었던 시기를 지나 왔다. 엔데믹으로 향하는 대면 전환기를 통과하는 지금, 연극<해피버스데이>는 모두에게 숨겨온 비밀을 용기 내서 직면하는 방법, 오랜 시간 쌓여 왔던 갈등의 벽이 허물어지는 과정, 대면과 접촉의 필요성에 관해 말한다. 이 공연만큼 이 시기에 관객과 만나기에 적절한 연극이 또 어디에 있을까. <해피버스데이>는 엄마 성희로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존재를 부정당한 딸 유아의 고군분투지만, 한편으로는 엄마(할머니)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성희의 고백록이기도 하다. 엄마는 딸에게 속사정을 털어놓을 수 없었고, 유아도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관객은 그들의 내면이 변화되는 과정을 같은 무대 위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교차 연출로 생생하게 만나게 된다. 성희가 상담실에서, 유아가 엄마의 예전 방에서 각자 내뱉는 속마음이 교차되면서 관객의 마음을 자극한다. 음악 역시 인물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면서 이들의 상처가 극복돼 가는 과정에 동참하고 있다. 마침내 성희는 딸 유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딸 유아 역시 엄마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할머니 역시 응어리진 마음을 밖으로 꺼내서 진솔한 고백을 늘어놓는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만난 윤경란씨(60)는 입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윤 씨는 “할머니가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잘못을 유아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볼 때 울컥했다”면서 “더 늦기 전에 할머니, 그리고 엄마와 유아가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처럼 <해피 버스데이>는 세대에 걸쳐 반복되는 아픔의 굴레를 끊어내려고 한다. 극의 초반부에 유아가 상담 선생님께 질문을 던지는 장면을 떠올려 본다. ‘사랑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질문이다. 유아의 질문이 후반부에 이르러 ‘내가 먼저 엄마를 사랑해야겠다’는 행동으로 바뀔 때,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던 상처가 봉합될 수 있겠다는 자그마한 희망이 생겨난다. 송상호기자

[영화리뷰] '브로커', 햇살과 그늘을 함께 잡는 고레에다의 시선

배우 송강호에게 제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지난 8일 개봉했다. <어느 가족>(2018)으로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의 거장과 한국 영화계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온 작품이다. <브로커>에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한 아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 담겼다. <브로커>는 관객에게 난감한 질문을 펼쳐놓는다. 엄마가 아이를 버리는 이유에 대해 관객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의 행위도 입양 알선, 아동 유괴와 인신매매로 얽혀 있으며, 심지어 이들을 쫓는 형사들마저도 함정수사와 범죄 유도가 뒤섞인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처럼 <브로커>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생명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쟁점을 다루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늘 사회의 주변부를 맴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왔다. <브로커>도 이 같은 소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회적 문제를 민감하게 끄집어낸 뒤 어려움에 처한 인물들 각자의 사연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이때 영화는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여정을 함께 하는 이들이 뜻하지 않게 서로를 가족처럼 받아들이는 순간들도 놓치지 않는다. <브로커>는 한없이 어두운 길을 택하지도 않고, 애써 밝아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 영화가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사실은 바로 그러한 감정 묘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소영(이지은)과 상현이 기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선 햇살이 비치는 곳과 그늘이 드리우는 곳을 동시에 잡아내려고 하는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도 엿볼 수 있다. <브로커>에서도 역시 그의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사람 사이의 갈등을 바라볼 때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안 된다는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인간의 삶은 늘 빛과 어둠이 혼재하는 곳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송상호기자

[공연 리뷰] 백마디 말보다 빛난 노부부의 사랑

“말은 저렇게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아요.” 현시대를 살아가는 ‘애증의 부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감을 느낄 대사다. 서로가 사랑하는지, 소중한 가족인지 말로 표현하지 않아 평생을 모르고 살지만 ‘내 남편이니까’, ‘내 아내이니까’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마음을 드러낸다.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한 노부부의 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눈가를 적시며 공감을 산 연극이 3일간의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에서 진행된 수원시립공연단의 가족극 <바람, 다녀가셔요>다. 공연은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각자의 진심을 가슴에 묻고 살았던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젊은 시절 자신을 구하다 불구가 된 ‘김씨’를 마음에 품고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살아온 ‘순자(손숙)’과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 번 해준 적 없는 남편 ‘박씨(이순재)’가 ‘사는 방식’을 보여준다. <바람, 다녀가셔요>의 순자는 ‘가정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의 모습을 박씨는 ‘무뚝뚝하고 괴팍한 남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노부부지만 한 번도 자신의 속마음을 시원하게 말한 적이 없다. 그저 짜증 섞인 걱정과 무심한 듯 챙겨주는 말이 전부다. 특히 순자는 첫사랑인 김씨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알고 있는 박씨는 김씨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공연 속 둘은 평생을 싸워온 사람들처럼 짧은 대화를 하는 것이 전부다. 더욱이 과거에는 사랑의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결혼하는 부부들이 많았다. 이혼도 흔치 않아 의무적으로 살곤 했다. 그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참고 사는 것’이다. 이는 순자가 남편과 못살겠다며 집을 뛰쳐나온 딸에게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이 착해서 그런 거야, 너가 조금만 더 참으면 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타난다. 자신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더 참으면 가정을 지킬 수 있다는 막연한 심정을 표현했다. 또한, 순자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도 박씨의 걱정뿐이다. “우리 영감 바지만 널고 갈게요, 닭 사료 주는 것을 잊었어요”라고 말하며 쉽게 떠나지 못하는 순자의 모습에서 가족을 생각하는 엄마, 아내의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다. <바람, 다녀가셔요>는 특별한 명대사, 명장면이 없다. 그저 묵묵히 관객 깊은 곳에 있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진심을 느끼게 한다. ‘애증의 부부’의 정 많은 말과 행동을 통해 큰 울림을 안겨준다. 남편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는 박진수씨(57)는 “공연 내내 울컥하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공연 속 부부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 부부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들의 대사 하나 하나가 마음에 와닿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

[전시 리뷰] 선조 지혜로 살펴 본 기후위기…실학박물관 '인류세, 기후 변화의 시대'展

지금은 더위가 문제지만, 예전엔 추위가 문제였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따뜻한 미래’를 이뤄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그리고 크고 작은 기후 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텨왔을까.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며 현재의 이상 기후를 짚어보는 전시 <인류세, 기후 변화의 시대>가 오는 9월12일까지 남양주 실학박물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위험에 빠진 지구를 살리기 위해선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조선시대 실학자들이 주장했던 자연친화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메시지에서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강수량 측정기인 측우기, 대기근(大飢饉) 속 춥고 배고픈 백성을 구제하려던 대동법 등을 통해 오늘과 내일을 진단해보자는 취지다. 전시는 ▲1부 ‘하늘을 살피다’ ▲2부 ‘기후변화에 대처하다’ ▲3부 ‘기후온난화와 기후행동’ 등으로 구성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다양한 기후 변화를 짧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7~18세기 소빙기가 조선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자세히 서술돼 있다. 추운 날씨를 이겨내려 온돌의 설치가 늘면서 땔감의 수요가 증가했고, 이것이 다시 산림의 황폐화를 가져왔다는 등의 변화를 알 수 있다. 또 지구온난화 시대에 들면서 유명해진 기후변화 그래프 ‘하키스틱 커브’를 전시장 끝에 크게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끝이 더 오를지 내릴지’ 생각하게 한다. 무형(無形)의 실학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의 기후 위기를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이고 특별한 전시였다. 무엇보다 전시장 내 ‘공주 충청감영 측우기’와 ‘송시열 초구’가 인상깊다. 국보로 지정된 공주 충청감영 측우기의 경우, 조선후기 때 제작된 것으로 현존하는 유일 측우기다. 경기관찰사가 정조에게 보고했던 강우량 기록 등을 통해 국가 주도로 기상관측체계가 운영됨을 보여주고, 재해를 대비하며 농업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어 송시열 초구의 경우, 왕이 하사한 의복이자 19세기 이전 털옷으로 유일하게 남은 자료다. 실학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복식사와 함께 옷을 재현해냈다. 추위에서 살아가기 위해 담비털로 만들어진 저고리를 입은 시점으로 점쳐진다. 이 밖에도 날씨 변화에 따라 전염병이 번져나갔을 때의 이야기, 가뭄·홍수 등 재해로 농경 문화가 변화한 이야기 등을 배워볼 수 있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로 우리 선조들이 기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하려 했는지 살펴보고,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관람객들과 고민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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