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재생에너지와 공동체 자산구축

우리가 실천적 과제를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하면서 만들어갈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논쟁이 필요 없고 사회가 방향을 합의한 과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실행력을 높여 실험과 수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구현하는 과정에서 기존 질서의 관성과 어떻게 부딪히는지 발견하고 수정하고 보완해 ‘빠르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실천의 속도와 규모도 사회와 경제의 무게중심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총량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하나의 과제는 에너지 시스템의 전력화 추세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제다. 의미 있는 총량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방법은 일반적인 확산이 가능한 공간의 구체성이 있어야 하고 시민들의 마음도 움직여야 한다. 그 마음에는 위기의식, 도덕 감정, 나와 우리, 너희들의 이익, 이념적 잣대로도 치우침이 크지 않다는 시민들의 생각과 판단이 버무려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재생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인구의 90% 이상이 입체화된 도시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에 집중해 보자.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생산은 단순한 수평투영면적만으로 공간 활용 효율성을 평가할 수 없다. 특히 태양광발전은 도시의 다중목적 토지(공간) 이용에 정확히 부합한다. 지상 주차장과 주차타워, 건물 옥상, 도로 방음터널과 방음벽,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 자전거도로, 체육관 지붕, 운동장 펜스, 쉼터와 정류장, 이제는 건물의 벽면까지 도시의 많은 목적 공간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활용도를 높여준다. 멀리서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한 전력을 고압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생태 파괴와 주민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끌어올 필요도 없이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전력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전력저장장치(ESS)와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시스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전력망 안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자기 지역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이 직접 생산자로 참여함으로써 전력 소비 효용과 전력 판매를 통한 이익 나눔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 소비 지출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에서 순환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발전시설은 대부분 지역 시민들의 공동소유로 공동체의 자산이 된다. 지난달 경기도가 발표한 ‘모든 공공기관 RE100 달성’은 이런 측면에서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도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공유재산 공간에 도민참여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고 거기서 생산한 깨끗한 전력을 공공이 조달해 사용하고, 조달을 통한 공공지출이 도민들의 직접적인 기회 소득을 보장하고, 발전시설은 ‘시민공기업’ 협동조합이 공적 통제를 통해 공동체 자산으로 운영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공간의 구체성과 도민의 마음 둘 다 얻는 방법이다.

[경기시론]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노후 구도심 포함해야

지난 2월7일. 국토교통부는 질서 있고 체계적인 광역 정비를 위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그리고 3월24일엔 송언석 의원의 대표 발의로 의원입법 형식으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률안 외에도 현재 국회에 동일한 취지의 법률안 11개가 계류 중이다. 대부분 자신의 지역구를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포함시켜 재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법안들이다. 송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안의 요지는 노후계획도시를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이라고 정의하고 노후계획도시에 대해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토지용도 변경 및 용적률 상향 등 각종 특혜 및 지원을 제공해 재개발하겠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정책 추진 이유로 1기 신도시 등 전국의 계획도시는 주거기능에 비해 자족기능이 미비하고 광역교통망이 충분하게 구축되지 않아 주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됐다는 평가가 있고 노후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일시에 대규모로 주택 공급이 이뤄짐에 따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기존의 법체계하에서 광역적 정비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수도권에서 1기 신도시보다 더 자족기능이 미비하고 광역교통망이 불충분하며 건축물 안전 및 도시 인프라의 노후화 문제가 심각해 주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 곳이 구도심 지역이다. 1, 2기 신도시를 재개발하면서 이보다 더 노후한 구도심을 배제한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 헌법 제123조 제2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정의하고 있다. 같은 도시 안에서 노후계획도시로 지정돼 특혜와 지원을 받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그보다 더 노후함에도 노후계획도시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혜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면 형평성 시비에 휘말려 국민적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국토부가 “택지지구와 함께 동일한 생활권을 구성하는 연접 노후 구도심 등도 하나의 노후계획도시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동일한 생활권을 구성하는’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어 구도심이 포함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중 장철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안이 ‘전체 건축물 중 준공된 후 30년 이상 지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30% 이상인 지역’을 대상 지역에 포함시켜 구도심을 보호하려는 취지를 명백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외 법률안들은 1, 2기 신도시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거나 시행령에 위임하는 등 구도심을 포함하는 취지가 명확하지 않다. 그러므로 법률안이 국회에서 확정될 때 구도심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후계획도시를 자족기능이 확충된 지속가능한 미래도시로 재창조하고자 한다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만 이 법률안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노후한 구도심이 특혜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기시론] 소비자 피해와 엄벌주의

헬스장 이용 계약 후 중도 해지했을 때 남은 이용 금액을 환급해 주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을까?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3월 소비자상담 동향을 보니 총 4만4천197건 중 상담 1위 품목이 ‘헬스장’으로 1천471건이었다. 대부분의 헬스장 분쟁은 이용 계약 후 중도 해지했는데 헬스장에서 남은 이용 기간에 대한 환급을 지연하거나 거부해 발생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이용하지도 않을 헬스장 이용 요금을 포기할 수 없어 1372에 도움을 구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최근 소비자분쟁조정 사례 중에는 ‘3개월 이용 금액 20만원 체결 후 소비자가 한 달 만에 해지신청’했지만 헬스장에서는 ‘당초 3개월 계약할 때 할인가를 적용했는데 해지하게 되면 정상가를 적용하므로 환급할 금액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정위원회의 결정은 어땠을까? 우선 헬스장은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1개월 이상에 걸쳐 계속적으로 또는 부정기적으로 서비스를 공급하는 계약으로 중도에 해지할 경우 대금 환급의 제한 또는 위약금에 관한 약정이 있는 거래)’에 해당하고 소비자가 해지할 경우 사업자는 ‘손실을 현저하게 초과하는 위약금을 청구할 수 없고, 수령한 대금의 환급을 부당하게 거부해서도 안 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위약금과 이용 금액을 공제하고 약 10만원을 환급하라는 결정이었다. 그런데 헬스장에서 조정안마저 거부하면 민사소송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10만원을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소비자는 포기할 것이다. 방문판매법에는 법을 위반해 위약금을 과다하게 청구하거나 대금 환급을 거부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헬스장에서 중도 해지 시 환급해 주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도 가능하다는 것인데 아직까지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 규정이 잘못됐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말이다. 최근 라면, 커피 등 생활소비품을 할인 판매한다고 소비자를 속여 74억원을 편취한 사업자, 그리고 선불결제 포인트로 수만명에게 피해를 입힌 사업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소비자와 관련된 법률을 보면 소비자를 기만해 판매하거나 청약 철회를 방해하면 징역형 및 벌금형에 처하는 등 벌칙 규정은 매우 엄중하다. 하지만 피해 소비자의 감정만큼 강하게 처벌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나치게 관용을 베풀면 그 법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결국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일부 악의적, 상습적이고 다수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위법 사업자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은 대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를 위해, 또 법규정을 준수하는 수많은 사업자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경기시론] 도내 한부모가족 관심과 지원 필요

‘한부모가족’이란 모자가족 또는 부자가족을 의미한다(한부모가족지원법 제4조 제2호). 예전에는 ‘결손가족’, ‘편부모가족’이라고 했으나 ‘결손(缺損)’과 ‘치우칠 편(偏)’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인식돼 국립국어원에서 ‘한부모가족’이라는 단어로 순화했다. 한부모가족은 모 또는 부가 만 18세 미만(취학 시 만 22세 미만,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취학 중인 경우 병역기간 가산)의 아동을 양육하고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60% 이하(2023년 기준 2인 가구 207만3천693원, 3인 가구 266만890원)에 해당되는 경우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복지급여가 지급된다. 한편 청소년한부모가족(부 또는 모의 연령이 만 24세 이하)인 경우 중위소득 72% 이하(2인 가구 248만8천432원, 3인 가구 319만3천68원) 시 선정되고 복지급여 지급 기준은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2인 가구 224만6천501원, 3인 가구 288만2천630원)다. 경기도에서도 한부모가족 지원 거점 기관을 남부(수원), 북부(구리)에 각각 두고 운영하고 있으며 한부모 자조모임, 부모교육, 심리상담 및 연계, 청소년한부모 자립지원패키지, 정보 제공, 네트워크 구축, 교육문화체험, 인식개선, 시설가족입소자 나들이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한부모가족 복지서비스 종합안내서를 발간해 임신, 출산, 양육, 돌봄, 교육, 취업 등 시기별 지원과 금융, 법률, 자립, 주거 등 필수 분야 지원도 안내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 기준소득액과 2023년 최저임금(월 201만580원)을 비교하면 양육자가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을 얻는 경우 지원 대상이 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양육자와 아동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또 경기도 31개 시·군의 지역별 다양성을 고려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가지고 한부모가족 지원을 제공하는 기관이 확대되면 보다 많은 한부모가족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한부모가족이 아닌 도민 입장에서도 이제 시대 변화에 따라 가족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섣부른 편견이나 오해로 한부모가족 양육자나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부모가족의 복지를 증진할 책임을 진다(한부모가족지원법 제2조 제1항). 따라서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에서도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한부모가족 등 소외되는 도민이 없도록 지원에 공백은 없는지 늘 살피고 현장 상황을 반영한 정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경기시론] 또 하나의 약속

경기도는 지난 4월24일 ‘오늘의 기후위기를 내일의 성장 기회로, 경기 RE100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달성과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을 위해 민선 8기 임기 내 원전 6기 규모인 9GW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핵심 목표이다. 주요 방법으로 RE100 특구, 산업단지 RE100 등 대형 프로젝트와 공공기관 100%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RE100이란 기업에서 직접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취지의 자율 협약 캠페인에서 출발했고, 공공 분야와 시민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확산되고 있는 개념이다. RE100에 대한 논란 또한 상존한다. 하지만 무역으로 연결된 세계에서 주요 구매기준으로까지 작동돼 제조업과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무리 정치인이지만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도지사가 이 상황을 섣불리 알고 단지 ‘슬로건’ 정도로 생각했을 리 없다. 그렇게 믿고 싶다. 적당히 하다가 후임자들에게 떠넘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다. 이번 경기도의 발표는 지난 민선 7기 동안 연이어 있었던 전국 지자체들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의 구체적 실천 버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현 정부의 소극적이고 퇴행하는 신재생에너지 목표와 온실가스 감축 정책만을 탓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더 많은 지자체가 각각 지역 실정에 맞는 실천 계획을 공표하고 지속적인 평가와 보완 속에 약속을 이행해 가기를 바란다. ‘엄청난 약속’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발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원 전략이 빠져 있는 것은 실천 의지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어림잡아 경기도 1년 예산에 버금가는 재원이 필요한 프로젝트다. ‘위기를 성장 기회로’라는 구호가 가지고 있는 함의가 기존 경제체제의 반복되는 주기에 따른 일반적인 위기 인식이 아니기를 바란다. 지난 시기처럼 계속해서 저렴한 자원과 노동, 그것을 제공하는 새로운 개척지가 확장되면서 경제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똑같은 방법으로는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할 뿐이다. 경기도는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세계적인 힘의 균형이 이동하면서 안보와 경제의 위기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경기도의 신재생에너지 밸트를 남북한 서해로까지 확장하고 이를 위해 남북한이 서로 인접한 전투비행장을 폐쇄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통한 평화번영의 전초기지로 활용하자는 비전 정도는 발표하고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 상기하자.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지자체들이 앞다퉈 남북교류 협력을 추진했던 것이 가까운 과거의 일이다. 일본 나리타공항은 도쿄가스와 함께 2045년까지 공항 활주로 옆과 건물 옥상 등 200만㎡ 면적에 180㎿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 3월의 일이다.

[경기시론] 고위험 정신질환자 위험성 판단시스템 구축방안

경기도 어느 중심 상가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경찰 112 치안종합상황실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난동을 부리는 사람을 제지하고, 응급입원을 위한 병원 연락 등 조치를 취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귀가했지만 이후 결국 살인을 저질렀다. 조현병 환자로 밝혀진 사람의 이야기다. 일선 경찰관들이 토로하는 고위험 정신질환자 실시간 위험성 판단 기준과 주취자 보호 문제는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다. 다행히 최근 부산경찰청과 부산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취해소센터를 마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정신질환자는 전체 인구의 1%, 경기도는 2020년 12월 말 기준 11만2천여명으로 추계하고 있다. 이 중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자는 1만6천452명, 정신의료기관 치료자 1만9천450명을 제외한 6만6천여명(59%)은 미치료자로 추정된다. 2021년 정신질환으로 응급입원한 사례는 1천148건으로 하루 3.5건에 달하고 있다. 정신질환자 가운데 특히 조현병 환자의 전체 범죄율은 일반인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살인ㆍ방화 범죄율은 일반인의 5~8.5배나 되는 것으로 조사된 연구도 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현장 출동 경찰관이 조기에 고위험 정신질환자 여부를 판단해 신속한 대응 조치를 할 필요성이 있다. 고위험 정신질환자의 경우 경찰 112 치안종합상황실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광역지자체,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응급의료기관 시범기관, 경찰, 소방, 시·군 보건소 그리고 기초자치단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유관기관이 참여한다. 경찰관이 신고에 따라 현장에 출동했을 때 유관기관의 협조하에 고위험 정신질환자 여부를 판단하고, 정신건강의료기관으로 이송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판단이 되지 않을 경우 경찰관서로 이동해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는다. 유관기관의 구성원이 현장에 함께 출동해 판단해야 하므로 공간적·시간적 장애가 생겨 치안 공백이 발생한다.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정신건강복지법’ 제5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응급입원제도가 있으나 현장 출동 경찰관이 출동 현장에서 곧바로 정신건강의료기관으로 이송하고 의료기관 이송 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을 통한 응급입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장 출동 경찰관이 현장에서 ‘정신질환응급센터’와 상황을 공유하며 고위험 정신질환자를 실시간으로 판단·평가할 수 있는 ‘실시간 위험성 판단시스템’ 구축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다.

[경기시론]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사법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대법원이 지난 2월3일 압수·수색영장 심사를 실질화하고자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오는 6월1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법원은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법관이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대면으로 심리해 압수·수색의 필요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사법 통제 강화에 나선 것은 뒤늦은 감이 있으나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해 적극 찬성한다. 대법원 발표 사법연감을 보면 2012년에 대비해 2021년도 형사사건 접수 인원은 87.7%로 줄었지만 영장사건은 158.1%로 늘었다. 구속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되면서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감소세이므로 전체 사건 수가 줄었음에도 영장사건 수가 늘었다는 것은 압수·수색영장 청구 건수가 대폭 증가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021년도에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은 31만7천509건이고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은 무려 91.3%에 이른다. 이 통계를 보면 국민들이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두고 자판기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3월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법치라는 이름의 독재”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경기도청에서 92개의 PC와 11개의 캐비닛을 열어 6만3천824개의 문서를 가져갔고, 아무 상관없는 것이 분명한 김동연 지사의 업무용 PC를 열어본 것에 대해 검찰은 영장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상식과는 거리가 한참 멀고, ‘법치’라는 이름을 내세운 새로운 형식의 독재 시대가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많은 희생을 치르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이룩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수사는 임의수사가 원칙이고 강제수사는 인권 침해가 따르기 때문에 예외적인 수단이다.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에 대해 언론과 국회를 통해 통제하는 방법은 수사기관이 안 들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법원에 의한 사법 통제가 가장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통제 방법이고 중요한 것이다. 수사기관이 무리한 수사를 하면 수사기관을 비판하지만 실상은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 통제를 부실하게 한 법원의 책임이 크다. 대법원이 이번에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사법 통제 강화에 나선 것은 시민들이 수사기관을 넘어 법원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왜 법원은 검찰에 대한 사법 통제를 느슨하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것은 형식심사, 서면심사의 한계 때문이다. 특히 압수·수색영장 청구에 대한 심사는 수사의 밀행성 보장을 위해 수사 대상자는 배제된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일방적 주장과 증거만을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에 더욱 그 폐단이 심하다. 이것은 크게 보면 형식적 법치주의의 폐단이기도 하다. 형식적 법치주의는 법에 의하기만 하면 국가권력의 합법성과 정당성이 부여된다. 일단 법에 따른 형식과 절차만 갖추게 되면 그 내용의 옳고 그름, 정당성과 부당성은 상관이 없다.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받아 하는 표적수사 등 자의적 횡포도 형식적 법치주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질적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헌법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수사기관의 표적수사 등 횡포는 정당성이 없는 법치주의 위배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무리한 수사가 법원이 사법 통제를 부실하게 한 책임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입법 예고한 대로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해 6월부터 압수‧수색영장 발부와 관련해 법관의 대면심리제도를 도입하기 바란다.

[경기시론] 소비자와 사업자의 상생

최근 공유숙박업소를 이용한 외국인이 악의적으로 가스와 전기 및 수도를 사용해 숙박업주가 평소의 5배가 넘는 공공요금을 납부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용한 소비자가 외국으로 출국해 버려 해결할 수도 없으니 사업자로서는 기가 막힌 일이다. 옷값을 깎아주지 않는다고 사업자에게 욕설과 협박을 한 소비자에게 벌금형의 형사처벌이 선고된 사례도 있었고 백화점에서 본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구두와 진열장을 파손한 소비자도 있었다. 이렇듯 사업자를 울리는 악성소비자 ‘블랙컨슈머’의 악의적인 행위는 점점 심각해지는 추세다. 정부에서는 악성민원인의 폭력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민원담당 공무원들에게 목걸이 형태의 촬영장비를 보급하고 있다. 악성민원을 예방하고 형사처벌의 증거를 수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소비자를 직접 대면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업자들도 이런 장비를 도입해 소비자와 사업자가 서로 불신하고, 처벌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지 않을까 씁쓸하기도 하다. 반면 무인점포를 이용하던 소비자가 사업자의 실수로 잘못 입력된 물품값을 스스로 수차례 결제해 정상가격으로 지불한 따뜻한 사례가 있었다. 사실 대다수의 소비자는 착하고 정당하다. 일부 악성소비자의 불법 부당행위로 인해 대부분의 착한 소비자까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법 규정보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환급기준이나 기간 등을 운영하던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베푸는 혜택이나 제도를 줄이기도 한다. 이제는 소비자와 사업자가 서로를 배려하고 상생하는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준법 판매가 우선이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상술은 사라져야 하며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부당행위 또한 사업자 스스로 개선해야 한다. 깐깐한 소비자의 정당한 주장을 블랙컨슈머로 치부해 무시해서도 안 될 일이다.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사업자도 ‘교환·환불 불가, 신용카드 사절’보다는 ‘교환·환불, 신용카드 환영’으로 판매방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자 또한 ‘소비자는 왕’이라는 인식은 스스로에게 부여된 권한이 아니라 사업자의 마케팅 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사업자도 존중받아야 할 주체이자 대상이라는 의식이 기본이 돼야 한다. 또 ‘소비자단체는 소비자편에서 소비자의 주장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라 ‘소비자와 사업자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중재하는 단체’임을 확고히 해야 한다. 소비자단체가 앞장서 소상공인과 사업자의 의견을 취합해 보고, 소비자들에게서도 소비자와 사업자의 상생 아이디어를 들어봐야 한다. ‘90 대 10의 법칙’. 인생의 10%는 통제할 수 없는 사건으로 발생하지만 90%는 스스로 결정한 대응으로 결과가 달라진다는 스티븐 코비의 이론이다. 결국 소비자나 사업자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있는 10%의 피해나 분쟁에 대해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90%의 마음을 갖는다면 소비자와 사업자가 상생하는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경기시론] 경기 GPT를 기대한다

챗GPT는 인공지능(AI) 기반 대화형 서비스로 지난해 12월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사용자가 질문하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검색한 뒤 자동으로 답변해 주는데 ‘한국의 저출산 및 고령화의 원인은 무엇일까’를 질문해 봤다. 이에 대한 챗GPT 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 지난 수십년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전통적인 가족 가치관이 변화하고 아이를 갖고자 하는 욕구가 감소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그들의 직업과 사생활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높은 생활비와 저렴한 주택의 부족은 젊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셋째,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경쟁이 심하고 까다로워 젊은이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결혼과 출산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사회 복지 시스템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린 자녀를 둔 가족에 대한 지원이 제한돼 있어 맞벌이 부모가 일과 가족 책임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이 모든 요인이 한국의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에 기여했습니다. 정부는 출산 장려와 가족 지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쳤지만 여전히 국가적으로 중대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챗GPT는 자료 수집, 인터넷 분석, 학습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한번에 정리해 주고 여러 언어로 번역해 주며 계산까지도 척척 수행한다. 심지어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회화, 소설 창작 등 예술 분야까지도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 경바시(경기도를 바꾸는 시간)-지피티(GPT) 혁신포럼에서 낭독된 개회사는 ‘AI 분야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모든 학교에 인공지능 교육 도입, 소규모 사업자와 새싹 기업을 대상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창업과 일자리 창출 지원, 공공기관 AI 기술 도입, AI 기술 발전과 활용에 따른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쟁점 고려’ 등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챗GPT-4가 작성한 개회사였다. 경기도는 전국 지방정부 최초로 경기지피티(GPT)를 활용한 도정 정책 방향, 도정 활용 분야를 논의하고 있다.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여 사회 취약계층을 돕고 첨단 기술 발전에 따른 격차 발생을 줄이며 도내 AI 기업, 관련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GPT 산학연관협의체 발족으로 미래기반 산업 분야를 육성하는 등 경기지피티를 활용한 정책이 추진될 예정이다. 경기도민의 편리함을 도모하고 더 좋은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혁신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환영한다.

[경기시론] 동물의 법적 지위

어느 저녁식사 모임 자리다. 자기가 키우고 있는 반려견 이야기로 모두들 재미있어 한다. 다른 이는 반려견 때문에 자기는 집에서 찬밥 신세라고 한탄한다. 중년의 남녀 모임인데, 자녀나 건강 이야기보다는 반려견 근황으로 대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젊은이들은 아기를 낳지 않고, 노인 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사회가 아니라 초고령사회라고 할 만하다. 영국의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2011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을 여행하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자 원숭이 암컷 한 마리가 그의 카메라를 낚아채 사진을 찍었다. 이 가운데 몇 장은 셀카였다. 3년 뒤 이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에 올라갔다. 슬레이트는 2014년 1월 자기 카메라에 찍힌 원숭이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위키미디어에 사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위키미디어는 사진 내리길 거부했다. 위키미디어는 원숭이의 셀카가 슬레이터의 저작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진을 찍은 것이 원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숭이가 찍은 사진 역시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우리나라는 민법상 권리의 주체는 사람과 법인이고, 권리의 객체는 물건이다. 현행 민법에 의하면 반려견은 권리의 객체인 물건이다. 따라서 반려견을 다치게 하면 형법상 재물손괴죄로 처벌하고 있다. 반려견은 물건이기 때문이다. 민법에서는 ‘동물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동물보호법에 동물의 정의와 범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러한 반려견 등을 포함한 동물에 대한 법적 지위에 대해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반려동물을 양육하던 부부가 이혼하게 되는 경우 반려동물은 양육의 개념이 아닌,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 부부의 이혼 시 반려동물의 보호권과 관련된 내용을 신설하려는 민법 개정 움직임도 있다. 즉,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이 아님을 명확히 규정하고 부부의 이혼 시 반려동물의 보호권과 관련된 내용을 신설하려는 것이다. 민법개정안의 취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동물에 대해 물건이 아니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동물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현실을 보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권리의 주체인 사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사람의 출생, 즉 인구 감소를 탓하기보다는 사람이 태어나도록 하는 인구정책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고, 사람 중심의 세상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경기시론] 시민자산은 에너지 전환의 마중물

필요한 전력량 대부분을 당진과 태안의 화력발전소에 의존하는 경기 남부지역 대도시들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오래된 건물들에서 효과도 없이 빠져나가는 에너지 구멍을 메우는 일과 상업시설 등에서 과소비되는 에너지사용 총량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렇게 해야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효과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무한정 공급을 중심으로,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에너지정책과 방법은 없다. 낭비와 효율, 재생에너지, 세 가지가 ‘대도시’ 에너지정책의 핵심 축이다. 입체화된 공간과 결합한 재생에너지 시설은 기후위기 시대 도시에서 발견한 새로운 에너지원이다. 그 공간을 주행하는 전기차와 전기버스는 그 자체로 에너지 저장 장치이고, 이런 자동차들의 사용 후 배터리는 ‘사용 후 핵연료’와 다르게 재생에너지 발전의 저장고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어떤 것을 ‘대물림’하는 것이 좋을지 여러분이 판단해 보시라. 우리는 더 이상 기후위기를 급속하게 촉진하는 대륙붕 유전과 가스전 광구 개발에 매달려 생물종과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인류의 수명을 재촉하지 않아도 된다.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17일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위해 조달했던 시민햇빛펀드(조합원 차입) 원금 일부를 참여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고 연 4% 이자도 지급했다. 시민햇빛펀드는 수원시 동부버스공영차고지에 나눔햇빛발전소 10호기 건립을 위해 지난 2021년 2월과 3월 모두 3회에 거쳐 모집했다. 당시 건립비의 90%에 해당하는 13억5천만원 상당을 직접 조합원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조달했으며, 신규 조합원을 포함해 330여명이 출자 가입과 햇빛펀드 약정 방식으로 참여했다. 이중 과반수가 50만~100만원가량의 비교적 소액 참여자들로, 시민조합원(지역주민) 참여 발전사업의 우수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지급한 총액은 6억3천412만원 상당이다. 앞으로 연 단위로 이자가 지급되고 이율도 연 5%로 조정한다. 완공된 발전소들은 도로와 상하수도, 전기통신망, 도시숲처럼 도시의 인프라로서 지속가능한 전력 공급원으로 시민들의 안전 자산이 될 것이다. 경기도의 32개 시민발전 협동조합으로 모이는 출자금과 조합원 차입금 등 시민자산은 재생에너지 발전이라는 명백한 목표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당위와 생존의 목적, 상호 신뢰와 협동이라는 선의의 사회적 경제 방법으로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고, 지속가능한 이익 보장을 통해 공동체 시민자산을 탄탄히 할 것이다. 극단적인 화석연료 에너지 소비처로서 도시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선순환 구조의 단면이다. 여기서도 티핑포인트는 있어 시민자산이 일정한 경제 규모를 넘어서면 성장 중심 경제를 위해 무한정 이윤만을 좇는 체계를 대체해 새로운 ‘지역 협동경제’를 만들어 갈 것이다.

[경기시론] 피해자가 더 힘든 세상

요즘 학교폭력이 큰 이슈다.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뒷자리의 덩치 큰 친구가 이유 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수업 끝나고 화장실 뒤로 오라고 했다. 그날 하루 종일 선생님의 강의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불안감과 공포심에 떨어야 했다. 그 친구는 교실 뒤편에서 시시덕거리며 즐기고 있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라 하기엔, 지워버리고 싶은 끔찍한 경험이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활개치고, 피해자는 주눅들어 숨어야 했다. 손자를 태운 할머니가 자동차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를 당했다. 본인의 목숨보다 소중한 손자는 유명을 달리했고 당사자는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더 큰 비극은 운전자의 아들이자 사망한 어린이의 아버지가 자동차 결함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피해자는 슬퍼할 겨를도 없다. 최근 여러 개의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약 80만명의 소비자에게 74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운영자가 검찰에 송치됐다. 총 주문 건수의 90%를 배송하지 않거나 환불해 주지 않았다. 불과 3년 전에 같은 수법으로 10개월을 복역한 후 출소해 비슷한 수법으로 거액을 챙긴 것이다.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다수의 선량한 피해 소비자는 보상받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피해자는 차라리 사기당한 사실을 잊고 사는 게 나은 세상인 것 같다. 가해자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숨어 살아야 하고, 사죄해야 하며 처벌받아야 한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기회가 제한돼야 하고, 자동차 결함은 제조사가 입증해야 하며, 사기상술 사업자는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는 떳떳해야 하고, 당당하게 보상받아야 하며, 보호받아야 한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자동차 급발진 피해자는 입증 책임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사기상술 사업자의 모든 이익을 환수해 피해 소비자가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당사자 스스로 해결하도록 맡길 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국가적으로 제도가 가동돼야 한다. 적어도 피해자가 피해 입은 것 이상으로 힘들어하지 않는 세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정(公正)하고 정의(正義)로운 사회다.

[경기시론] 경기도 학교폭력, 예방이 중요하다

3월을 맞이해 학생들은 입학식과 개학식을 시작하고 한창 새 학기를 보내고 있다. 대면 수업이 일상화된 지금, 반드시 학교와 교사, 부모들이 주의해 살펴볼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학교폭력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재학생 전체 112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피해응답률은 1.5%로 전국 1.7%에 비해 0.2%포인트 낮다. 가해응답률 역시 0.5%로 전국 0.6%에 비해 0.1%포인트 낮았다.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42.4%), 신체폭력(14.7%), 집단따돌림(13%), 사이버폭력(10.1%), 스토킹(5.8%), 강요·강제 심부름(5.0%), 금품갈취(4.8%), 성폭력·성추행(4.1%) 등의 순이었고, 피해 발생 장소는 학교 안 56.6%, 학교 밖 43.4%였다. 가해 이유는 특별한 이유 없음(35.3%), 상대방이 먼저 나를 괴롭힘(20.8%), 오해와 갈등(12.9%) 등이었고 목격 후 긍정 행동은 70.1%, 피해를 받은 친구를 위로하고 도움(32.2%), 때리거나 괴롭히는 친구를 말림(20%), 보호자, 교사, 경찰관 등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함(17.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성인이 돼서도 대인기피증을 겪거나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우려가 높고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욱 문제다. 학교폭력 발생 시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피해 학생의 신체적·정신적 치유 및 치료 지원, 가해 학생의 선도와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 등 대책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움의 기회를 통해 주도적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활동을 하면서 학교폭력의 문제점을 스스로 깨닫고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의 조사에서도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가해 중단 이유에 대해 학교폭력으로 괴롭히는 말과 행동이 나쁜 것임을 알게 돼서(33.6%), 선생님과 면담하고 나서(17.7%), 화해하고 친해져서(12.4%),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받고 나서(12.2%)라고 응답(합계 75.9%)함으로써 경찰에 신고되고 조사를 받아서(2.1%)보다 훨씬 많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학생들이 새로운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즐거운 날들을 보낼 수 있길 소망한다.

[경기시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아야

최근 경기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단 행정조직을 만들고 민관합동추진위원회도 설립했다. 공론화위원회와 분과위원회를 만들겠다고도 한다.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해 강원, 전북특별자치도에 이어 경북도와 충북도 역시 특별자치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자치도와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특별자치도는 사뭇 다르다. 우선 경기도는 경기 북부와 남부를 분리하는 행정구역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이후 경기 북부지역을 특별자치도로 해야 하는 두 단계의 절차가 필요하다. 두 단계 절차를 거처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특별자치도 사례와는 다르다. 이런 두 단계를 위해 21대 국회에서는 이미 김민철, 김성원 의원 대표발의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 15일에는 김민철 의원 대표발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개 법안을 병합 심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 통합법안이 나온다면 더욱 환영할 일이다. 병합심리 입법은 국회 몫이지만 중앙정부, 경기도, 국회의 협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경기도민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는 일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1987년 노태우 대통령과 1992년 김영삼 대통령 선거공약을 시작으로 촉발된 오랜 논의에 종지부를 찍고 싶어 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대표 선거공약 중 하나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도지사 임기 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경기도는 경기 북부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벗어나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한 특례 발굴 못지않게 ‘수도권 제외 법률’같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법률 적용 대상에 경기 북부가 배제되는 독소조항을 두고 개별 특례를 발굴하는 것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경기도의회 의견 수렴 또는 경기도민 대상 주민투표 실시 시기 및 범위(경기도 31개 시·군 전체로 할지, 경기 북부 10개 내지 11개 시·군으로 할지), 두 개 법안의 병합심리와 법 통과 시점 등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2026년 경기 남북 도지사 동시 선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국회, 중앙정부와 경기도, 경기도의회의 상황(여야 의원 동수)이 만만치 않다. 협치를 기대해 본다.

[경기시론] 수원시민햇빛펀드

기후위기는 우리가 아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그 모든 것은 기후위기로 연결되기 때문에 ‘만능열쇠’라는 것이 있을 리 없다. 그래도 핵심 방법은 몇 가지 있다. 그마저도 짧지만 강력한 ‘화석연료 중독’이라는 관성으로 인해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길은 있다. 이미 태어나 보니 화려하고 풍요로운 도시 문명에서 떠다니는 생활이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삶이지만 전혀 선택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본 인프라에 다시 집중해보자. 도시의 전기·통신과 가스, 도로와 상·하수도망, 집단에너지(지역난방)와 식량 및 먹거리, 그리고 폐기물 처리가 어떻게 자동으로 되겠는가. 막대한 에너지와 다른 동료 시민들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는 단 일주일도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모든 생활이 전력화돼 가는 현실도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 남부권의 도시들은 대부분 당진과 태안의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연소해 만든 전기에 의존한다. 온실가스를 급격하게 줄이기 위한 직접 행동의 시작이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반복하지만 기후위기는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생태계 파괴와 자원 고갈, 이상 기후와 생물 멸종, 물과 식량의 위기, 인간 사회의 불평등과 갈등 심화라는 여러 원인과 결과들이 서로 계속되는(되먹임) 영향의 총합을 말하지 개별적인 어떤 하나의 원인과 결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아쇠는 산업문명 이후 인류가 인위적으로 배출한 온실가스인 것은 자명하다. 각자이면서 서로, 우리는 동시에 여러 곳에서 새로운 길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에 햇빛발전소를 건설하고 거기서 나온 이익을 서로 나누기로 했다. 2021년 7월12일 가동을 시작한 수원동부버스공영차고지 나눔10호 태양광발전소는 2천대에 달하는 수원시내버스를 전기버스로 빠르게 교체하고 깨끗한 전력을 사용하기 위한 시민발전협동조합과 버스회사, 수원시의 합작품이다. 전기버스 충전시설 허가를 위한 필수시설(비 가림)을 태양광발전소가 대체했고 가까운 전력망에 연결함으로써 일부나마 석탄전력을 밀어내고 태양광발전으로 버스를 충전하는 간접효과도 누린다. 발전소 건립비 90%(13억5천만원) 이상을 시민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으고 발전소 수익금을 기반으로 지난 15일부터 원금과 이자 지급을 시작했다. 이런 사례가 10곳, 100곳 늘어간다면 깨끗한 에너지를 바라는 ‘시민자산’이 석탄전력을 밀어내고 새로운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다. 만약 내 가족과 마을과 도시와 공동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이런 실천들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겠는가.

[경기시론] 물가상승에 기만상술까지... 소비자는 힘들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0.8% 높아졌고, 전년 1월 대비로는 무려 5.2% 상승했다. 한 모바일 식권 서비스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평균 식대 결제 금액이 9천633원이었는데 2021년 같은 기간의 8천302원 대비 약 16% 상승했다고 한다. 이제 ‘점심값 1만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은 소비 위축으로 연결된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의 상담건수를 살펴봤다. 2022년 12월 소비자상담은 총 4만8천612건이었는데 이는 11월 5만857건에 비해 2천245건(4.4%)이, 2021년 12월 5만5천58건에 비해서는 6천446건(11.7%) 감소한 것이다. 소비자분쟁이 감소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지만 결국 위축된 소비생활로 인해 소비자분쟁조차 감소한 것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만상술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12월 소비자상담 이슈를 보니 ‘무료체험 및 할인 이벤트’ 관련 소비자상담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내용은 ‘무료체험 후 효과가 없으면 환급을 해준다고 해놓고 사업자가 계약 취소를 거부하는 경우, 과도한 반품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 이벤트 가격으로 결제했는데 해지할 때는 정상 가격으로 해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우’ 등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라면이나 커피 등 생활필수품을 몇 푼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를 기만한 상술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가와 비교해 반값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광고하고 배송을 하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사례가 그것이다. 파렴치한 사기수법으로 이미 한번 당한 소비자를 노리는 사례도 있다. 주식정보서비스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수백만원의 손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연락해 금융감독원과 연계해 손해를 배상해 주려 한다며 또다시 소비자를 현혹하는 수법이 수없이 접수되고 있다. 소비자는 괴롭다. 가스요금 폭탄과 택시비 폭등으로 집 안팎이 비상이다. 그런데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안에 버스요금, 전기요금까지 인상된다고 한다. 선량한 소비자는 생필품값 아끼려고 생활비 좀 보태려고 할인 이벤트나 주식정보 찾다가 오히려 악성 사업자의 기만상술에 속아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하루빨리 정부의 현명한 정책과 양심적인 거래문화를 통해 소비자가 행복한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경기시론] 경기도 전세사기 방지대책의 필요성

경기도 소재 빌라 입주 희망자들을 상대로 이중계약 사실을 숨기거나 담보신탁등기를 말소해주겠다고 속여 보증금을 편취한 전세사기 사건, 임대차보증금과 대출금이 주택 가격을 초과하는 다세대주택을 무자본으로 사들인 뒤 피해자들에게 권리관계를 속여 전세계약을 하는 전세사기 사건, 중개인이 임차인과 전세계약을, 임대인과는 월세계약을 체결해 보증금 차액을 가로채는 전세사기 사건 등 수년 전부터 다양한 수법의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2022년 12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금액은 1천830억7천570만원으로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금액이 708억2천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세사기는 어느 날 갑자기 집이 압류되고 경매로 넘겨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는 피해로 이어지는데, 그 피해가 심각하다. 피해자들은 계약한 집에 들어가보지도 못한 채 월셋방에서 생활하고 전 재산인 보증금을 잃는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건강 악화, 가정불화로 이혼 위기에 몰리는 등 회복이 어려운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신축 빌라의 객관적인 시세를 확인할 만한 정보가 없거나 집주인의 채무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임차인은 계약 전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할 방법이 없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유의사항’을 통해 계약 전 선순위 권리관계, 임대인 세금체납 여부, 적정 전세가율, 부동산등기부등본 등 필수 확인사항과 계약체결 시 당일 임대인 신분, 계약체결 후 임대차신고, 잔금 및 이사 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등 시기별로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경기도 역시 경기부동산포털에서 ‘깡통전세 확인하기’ ‘유형정보 제공 및 주의사항’과 최근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정보 제공, 최근 거래가 없는 물건의 경우 해당 위치 반경 1㎞이내 모든 거래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경기도는 ‘깡통전세 피해예방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세사기의 피해자 중 상당수가 서민, 노년층,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청년층 등 취약계층이거나 사회 경험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전세사기유형 정보 제공과 경기도에서 마련한 정책 홍보 및 안내를 통해 지속적으로 피해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긴급 주거지원, 전세피해 지원센터 운영 등 피해 구제도 신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경기도민이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정책 실현도 중요하다.

[경기시론] 새로운 가족 형태, 언제 법·정책으로 도입될까?

2019년 11월24일 가수 구하라가 서울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그녀의 죽음 못지않게 구하라가 소유했던 부동산에 대한 매각 대금을 오래전에 가출한 생모가 요구했던 사실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구하라 오빠 등 유족은 친모이긴 하지만 그동안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속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행 민법은 상속인 결격사유에 친모에게 상속을 인정할 수 없는 결격사유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결국 친모가 상속재산의 일부를 상속받은, 세간의 이목과는 다른 판결이 나왔다. 이후 민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와 민법 제1008조의 2(기여분)의 개정을 요구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 구하라법’이라 불리는 공무원재해보상법과 공무원연금법은 재해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 사망한 경우 양육 책임이 있는 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심의를 거쳐 부모에게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 민법 개정 목소리가 높다. 과연 가족이 뭐길래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제1호는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한부모가족(비혼출산), 동거부부, 계약결혼, 무자녀가족, 재혼에 의한 재결합가족, 노인가족, 독신자가족, 동성애가족, 비동거가족, 공동체거주가족 등 가족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가족 형태를 법 제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여성가족부는 시대에 맞지 않은 현행 ‘가족’ 정의 규정을 삭제하고 동거 및 사실혼 부부, 위탁가정도 법률상 가정으로 인정받게 해 새로운 가족 형태 및 가정을 반영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이를 뒤집었다. ‘혈연 중심 정상 가족’이라는 전통적 가족관계로 회귀한다는 비판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가 바뀌니 정책도 바뀌는 것 같다. 정책판단의 문제다. 정부가 바뀐다고 사회 현상이 바뀌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새로운 가족 형태를 모두 법 제도에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 현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가족 형태는 법률과 정책으로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는 저출산,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다. 저출산, 초고령사회 대응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전통적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으로 과연 저출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경기시론] ‘탄소중립’이라는 약속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민주주의 위기가 기후위기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행위에서 기후위기 영향에 주목하면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행정조직 개편과 기후위기 예산 편성에 각 정당이 갑론을박하고, 온 나라와 국회, 지방의회가 떠들썩해야 정상적인 정치라고 말했다. 정치가 지구촌 절대 현안인 ‘기후위기’를 외면하면서 자신의 다른 존재 이유를 찾는 것은 모순이다. 정치가 스스로 모순에 빠지면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고 전제정치의 불씨가 살아나게 된다. 전제정치는 폭증하는 위기와 위험을 먹고 산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바뀌었고 지방정부는 민선 7기에서 8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한계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1월9일 ‘기후위기 경기비상행동’에서 발표한 ‘경기도 및 도내 31개 시군 탄소중립 이행기반 구축현황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탄소중립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이행 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제도적·행정적·재정적 측면은 물론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 구조도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모든 지자체에서 임기 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부재하며 다량배출 사업이 과다해 사업의 적정성 재검토가 필요하고 부득이한 경우라도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 탄소중립기본법 제정과 시행에 따라 각 지자체도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협의 및 시민 참여를 통한 방법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탄소중립기본조례와 기존 자치법규 간의 충돌을 방지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조례와 기본계획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탄소중립위원회’의 구성과 함께 실질적인 인력과 예산을 갖춘 총괄전담부서 설치를 핵심 조치로 제안하고 있다. 위기로 인한 위험의 최전선은 내가 발 딛고 선 바로 그 자리다.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기후 조건에서 누렸던 생활의 패턴과 예측 가능한 생애주기를 잃어 가는 것, 기후위기의 한계선을 넘게 되면 우리가 맞닥뜨릴 현실이다. 그래서 이미 시작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대비한다는 것은 ‘탄소중립’이라는 온실가스 배출 원인을 줄여나가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것 못지않게 변화하는 생활의 조건들을 우리가 스스로 판단하고 조정할 수 있는 ‘더 좋은 민주주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주기적 생활들이 갑자기 변화하게 될 때 우리는 더 고통받고 서로 갈등하고 싸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경기시론] 올바른 게임문화 교육이 필요하다

초등학생의 92.6%가 게임을 하고 그중 41.2%는 ‘매일’, 86.5%는 ‘일주일에 2일 이상’ 게임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학부모에게 초등생 아이가 게임을 하는 정도를 질문했더니 ‘과다하다’는 응답이 44.3%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 14.7%의 3배 정도였다. 초등생 게임 관련 소비자상담도 심각하다. 최근 3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미성년자의 게임 관련 소비자상담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초등학생이 28.4%, 취학 전 아동 10.4% 등으로 초등학생 이하의 소비자 불만 및 피해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게임 관련 불만이나 피해는 주로 아이가 부모의 동의없이 게임을 이용하면서 게임 및 아이템을 구입한 비용 때문에 발생했다. 실제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게임 이용 피해에 대해 ‘게임 이용할 때 아이템 구입을 유도한다’ 29.8%, ‘게임 이용료 결제가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27.7%, ‘본인 확인 절차가 미흡하다’ 20.2% 등으로 게임 결제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게임이 갖는 긍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비디오 영상, 애니메이션, 음향 등 멀티미디어의 활용, 지역이나 국가를 넘어서는 글로벌한 세계의 체험 등 어린이들에게 기존의 놀이문화나 학습 현장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다만 어린이가 바람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우선 미성년자가 게임 아이템을 구입할 때마다 부모의 동의를 거치도록 결제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뿐만 아니라 게임 아이템을 구입할 때마다 부모에게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또 ‘게임 과몰입’ 기준을 마련해 게임 이용시간, 금액, 몰입 정도, 심리적, 행동적, 의학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요소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미성년자, 특히 초등생 이하 어린이들의 게임 요금 결제에 대한 게임업체의 요금정책을 세분화하도록 개선하고 소비자 피해가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부모 몰래 월 게임요금 수백만원을 결제한 사례에 대해 부모 동의 절차를 소홀이 한 게임업체가 환불해야 한다며, 아이를 관리하지 않은 부모의 책임도 절반이라는 판례가 있었다. 무엇보다 어린이가 올바르게 게임을 즐기도록, 부모의 관리 소홀로 피해나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기관과 게임업계의 게임요금 정책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 게임 관련 기관과 소비자단체가 협력해 학부모와 초등생을 대상으로 올바른 게임문화에 대한 소비자교육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확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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