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열린 사상 첫 겨울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이 36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딘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의 주인공은 단연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 1987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36세다. 전 경기 풀타임 출장도 놀랍고, 그 나이에 최우수 선수인 골든볼을 수상한 것도 대단하다. 그리고 축구 역사상 발롱도르 수상, 챔피언스리그 우승, 올림픽 우승에 월드컵까지 품에 안은 쿼드러플(quadruple)을 달성한 유일무이한 선수가 됐다. 그동안 축구의 신계를 양분했던 브라질의 펠레와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도 달성하지 못했던 업적으로, 살아 있는 ‘축구의 신’인 메시의 피치 위에서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역사가 된다. 전 세계가 메시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집념’이다. ▶홍수환 선수(72). 60대에 접어든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모두 그를 기억할 것이다. 김기수 선수에 이어 한국 복싱 사상 두 번째 세계 챔피언인 홍 선수는 1977년 11월27일 WBA에서 신설한 주니어 페더급 챔피언 결정전에 나서 파나마의 헥토르 카라스키야에게 2라운드에만 네 번 다운을 당하고도, 이어진 3라운드에서 역전 KO승을 거둬 ‘사전오기(四顚五起)’의 신화를 쓴 인물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엄마, 나 참피언 먹었어!”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한강의 기적을 써 내려가던 대한민국에서 홍 선수는 ‘할 수 있다’는 불굴의 의지를 몸으로 직접 보여줬다. ▶메시. 프로축구 리그에서의 명성과는 달리 네 번의 월드컵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단연 메시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그의 커리어에서 ‘과연 월드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행보를 라스트 댄스로 명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해 조별 리그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던 아르헨티나. 하지만 그 팀에는 ‘집념의 사나이’ 메시가 있었고, 리더로서 팀을 빠르게 추슬렀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솔선수범한 메시는 전 경기에 풀타임 출장했고, 7골 3도움으로 대회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마라도나 시대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을 자국으로 가져갔다. ▶3년간의 코로나19, 정쟁만이 난무한 정치, 계속되는 경제위기에 갇힌 대한민국이다. 이제 우리도 집념을 갖고 팀(나라)을 빠르게 추슬러 이끌어갈 집념의 리더(공격수)가 각 분야에서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IMF 사태도, 금융위기도 빠르게, 슬기롭게 이겨낸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다. 방향타만 제대로 잡아준다면 모두가 어려운 시기, 우리는 역으로 성장해 나가는 불굴의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다. 벤투와 함께 대한민국의 호랑이들이 16강의 기적을 쓴 것처럼 말이다. 위기의 월드컵이 메시의 대관식이 된 것과 같이, 우리도 어렵고 힘든 환경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 만드는 집념을 보여줄 때가 됐다.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오피니언
김규태 기자
2022-12-22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