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중국 윈난(雲南)으로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계획되지 않은 여행이라 조금 갑작스러웠으나 친한 지인의 소개로 프로그램이 괜찮아 따라 나섰다. 25개의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윈난은, 각 민족의 독특한 문화와 풍습이 잘 보존돼 있어 평소 가보고 싶은 여행지였다. 여행을 가면서, 그 여행이 공정여행이란걸 알았다. 국제민주연대가 운영하는 윈난 공정여행은 차마고도- 구름이 머무는 소수민족의 나라, 제목부터 설레이게 했다. 8박9일의 일정은 이제까지와의 여행과는 좀 달랐다. 현지인들 삶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 그들의 문화와 생활을 즐겼다. 만족스런 여행이었다. 그래서 올 여름 또 공정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번엔 중국 구이저우(貴州)다. 당신의 영혼을 깨우는 아름다운 사람 그리고 자연, 귀주. 지난 여행에서 만났던 여러명이 동행한다. 그들도 공정여행이 좋았던거다. 어떤 친구는 3년째 이 단체의 공정여행을 간다.
여행 수익이 현지주민에게 공정여행(Fair Travel)은 새롭게 떠오른 여행 트렌드다. 착한여행, 책임여행이라 부르기도 한다. 공정여행?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공정하지 않은 여행을 생각하면 된다. 성매매 관광, 곰 쓸개사슴 피 등을 찾는 보신관광, 코끼리물개 등 동물쇼 관람, 원주민의 야만성을 부각시키는 문화체험, 카지노 도박여행, 야생동물로 만든 기념품 구입 등등. 이런 여행에 대한 반대말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공정여행은 우리가 그동안 편안하게 해온 여행의 반성에서 시작된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여행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여행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역시 대단히 많다. 모든 여행 산업에는 막대한 비용과 이윤이 흐른다. 하지만 여행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윤이 그 여행의 즐거움과 가치를 위해 노동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 주민들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대다수의 여행은 항공사, 다국적 호텔체인, 여행사, 외지 자본으로 운영되는 대형식당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실제 그 여행을 위해 노력하고 자신들의 삶터와 주변 환경을 가꿔온 현지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1~2%로 극히 미미하다. 세계 각지의 관광개발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숲은 파괴됐고, 바다와 땅을 잃은 현지인들은 호텔의 일용직 청소부, 짐꾼, 웨이터가 됐다. 관광산업의 그늘이다.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늘면서, 왜곡된 이윤의 흐름을 바꾸고 현지 주민들에게 정당한 몫이 돌아가도록 하는 공정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행자주민 함께 웃는 여행 공정여행은 한국식 용어다. 공정무역(공정한 가격에 거래해 적정한 수익을 농가에 돌려주는 착한 소비)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이 개념을 만들어낸 영미권에서는 도덕적 여행, 책임여행 등의 용어를 쓴다. 공정여행 운동은 1988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대규모 관광지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와 원주민 공동체 파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초기엔 서구인들의 몰지각한 관광으로 파괴된 동남아와 아프리카의 참상을 고발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공정여행은 현지인을 배려하고, 그곳의 환경과 문화를 존중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비행기는 최대한 자제하고 버스를 타거나 트레킹을 한다. 호텔보다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이용하고, 음식은 현지인들의 식당에서 먹는다. 쇼핑도 대형 쇼핑몰보다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가게나 시장 등을 이용한다. 공정여행에선 물이나 전기 아껴쓰기, 1회용품 사용 자제하기,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로 만든 기념품 사지않기, 동물을 학대하는 쇼나 투어 참여않기 등을 권장한다. 또 현지의 인사말과 노래춤 배워보기, 여행지 생활방식 및 종교 존중하기, 물건 값 지나치게 깎지않기, 군것질 자주하기 등도 권장한다. 그래서 공정여행은 착한여행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운 사람, 문화, 자연을 만나는 것이다. 그 만남이 즐겁기 위해서는 현지와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을 열고 웃으면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 열린 마음으로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리고 소통할 때 여행의 참다운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여행자와 현지인 모두가 만족하는 여행, 여행하는 이뿐 아니라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여행, 그것이 공정여행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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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2012-07-29 19:22